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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코앞 등교는 생색" "돌밥 벗어나" 찬반 엇갈리는 학부모

중앙일보

입력

“솔직히 불안하죠. 아이 가방에 손 소독제랑 여분 마스크까지 챙겨서 보냈어요.”

서울 서대문구에서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등교시키는 박모(40)씨의 22일 아침은 분주했다. 박씨는 “주변 학부모들에게 물어보니 아이들에게 백신을 맞추지 않은 집이 대부분이라 개인 방역에 최대한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박씨처럼 걱정스러운 아침을 맞은 학부모가 적지 않았다. 전국 대부분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전 학년 등교 수업이 재개되면서다.

초중고 전면 등교가 시행된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동 금양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사진기자협회

초중고 전면 등교가 시행된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동 금양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사진기자협회

“방학 한 달 남기고 등교? 생색내기 아닌가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걸어 잠긴 교문이 약 2년 만에 다시 열렸다.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따른 예정된 수순이지만, 최근 백신 접종률이 낮은 10대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박씨는 “한 달만 지나면 아이들 겨울방학인데 이제야 전면 등교를 재개한다는 게 실질적으로 어떤 이득이 있는지 모르겠다. (교육부가) 원래 2학기부터 시행하기로 한 등교 수업을 뒤늦게라도 시작하는 식으로 생색을 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고 했다.

이날 신규 확진자 수는 2827명으로 코로나19 유입 이래 월요일 기준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 그중 10대 이하 확진자는 592명(20.9%)으로 5명 중 1명꼴이었다. 그러나 만 12~17세 소아·청소년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12.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면서 학교 내 집단 감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족 중 확진자가 나와도 학생이 PCR(유전자 증폭) 검사 결과 음성이 나오면 등교가 가능하다는 점도 학부모들의 걱정을 키우고 있다. 특히 학생 수가 많아 거리 두기가 어려운 수도권 학교를 중심으로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학생 자녀를 둔 서울 양천구 주민 손모(45)씨는 “확진자가 나오면 급식을 중단하고 수업을 단축하겠다는 공지를 받았다. 하지만 학교의 그 많은 아이가 전부 방역지침을 잘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수도권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전면등교가 시작되는 22일 오전 서울 도봉구 창동 창원초등학교에서 1교시 수업이 시작되고 있다. 사진기자협회

수도권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전면등교가 시작되는 22일 오전 서울 도봉구 창동 창원초등학교에서 1교시 수업이 시작되고 있다. 사진기자협회

“‘돌밥’ 벗어나 한숨 돌렸다”

반면 전면 등교 재개를 반기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자녀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안일 하는 시간이 늘어난 이들은 교육부의 조처에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다.

서울 은평구에서 2명의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 오모(43)씨는 “아이들이 등교하지 않다 보니 점심을 미리 차려놓고 출근하느라 4시 30분에 일어나는 게 일상이었다. 주말에도 제대로 못 쉬고 ‘돌밥’(돌아서면 밥을 짓는다)하다 보면 휴일이 끝나곤 했다”고 토로했다.

모처럼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들뜬 자녀를 보며 걱정을 덜었다는 반응도 나왔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학교 갈 생각에 신나서 인사도 제대로 안 하고 뛰어나가는 모습을 보고 그간 얼마나 답답했을지 안쓰러웠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도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걱정되기는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전면 등교를 하게 되는 만큼 교내 집단 감염의 위험성은 더 커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백신 접종을 권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접종 후 안전성이 어느 정도 입증된 15~17세 청소년에 대해선 (정부가) 지금보다 명확하게 접종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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