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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종부세가 부동산 시장 불안을 부채질해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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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세청이 올해분 종부세(주택분) 고지서 발송을 시작한 22일 한 납부 대상자가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를 통해 종부세 고지 내역을 확인하고 있다. 이 시민은 서울 서초구 대형 아파트 한 채를 11년 소유해 장기보유공제를 받아 종부세 1500여만원, 농어촌특별세 300여만원으로 합계 1800여만원이 부과됐다. [연합뉴스]

국세청이 올해분 종부세(주택분) 고지서 발송을 시작한 22일 한 납부 대상자가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를 통해 종부세 고지 내역을 확인하고 있다. 이 시민은 서울 서초구 대형 아파트 한 채를 11년 소유해 장기보유공제를 받아 종부세 1500여만원, 농어촌특별세 300여만원으로 합계 1800여만원이 부과됐다. [연합뉴스]

여당 추산 뛰어넘은 95만 명 납부 대상

투기와 무관한 1주택자 13만 명도 부담

세금폭탄이 매매가와 전·월세 끌어올려

올해 종합부동산세 대상자가 100만 명에 육박한다. 어제 국세청이 고지한 납세 대상자(법인 포함)는 94만7000명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추산한 76만 명을 크게 뛰어넘었다. 전체 종부세 고지 세액은 5조7000억원으로 지난해(1조8000억원)의 3.2배에 달했다. 종부세 강화를 강행한 민주당조차 예측에 실패할 정도로 부동산 시장의 불안은 크다. 급격한 세금 인상이 집값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우려가 현실이 됐고, 대상자가 급증해 조세 저항이 커지고 있다.

세금은 예측할 수 있고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 국민의 납세 능력을 고려하면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는 2017년 집권하자마자 부동산 세금을 전격적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먼저 부동산 세금 산출의 토대가 되는 공시가격부터 급격히 끌어올렸다.

이 여파로 부동산은 입구(취득세)부터 보유 단계(재산세와 종부세)를 거쳐 출구(양도소득세)는 물론이고 증여세와 상속세까지 모든 세금 부담이 급증했다. 무엇이든 세금을 올리면 가격이 뛴다는 것은 경제생활의 이치다. 부동산 세금을 올리면 결국 전·월세 가격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 세금 상승분이 가격으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종부세의 풍선효과다.

심각한 것은 종부세 충격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공시가격을 해마다 올려 아파트의 경우 현재 시세 대비 69%에서 2030년에는 90%까지 높이기로 했다. 게다가 종부세율이 두 배로 올랐고, 과세표준을 위한 공정시장가액 비율도 95%까지 오른다.

이 여파로 종부세 폭등은 매매값은 물론 전세를 거쳐 월세 급등으로 연쇄 파급된다. 납부 대상자도 세금 부담으로 허리가 휘지만, 더 큰 문제는 결국 집 없는 사람들일수록 경제적 고통이 커지고 삶이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된다는 아이러니다. 중소기업들은 어쩌다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면 여기에 부과되는 종부세로 고용할 여력을 잃고 경영이 어려워진다.

거시경제 전체로도 부정적 효과가 크다. 집값이 오르면 통상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로 인해 소비가 늘어난다. 하지만 이런 효과를 누리지 못한 채 급격한 보유세 부담으로 중산층조차 세금 마련에 허덕이면서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강남 뿐만 아니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을 비롯한 강북 거주자들도 이 충격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용산구에서 10년 전 내 집을 마련한 50대 중반 1주택자의 경우 최근 3년간 종부세 부담이 53배 폭등했다고 한다. 거짓말 같지만, 도처에 존재하는 현실이다.

이렇게 투기와 무관하게 내 집 한 채만 갖고 있어도 미실현 이익에 세금폭탄을 맞는 사람이 올해 13만2000명에 달한다. 종부세 도입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제 국민과의 대화에서 “이제는 부동산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했다. “도대체 어느 나라 얘기냐”는 국민의 한숨이 들린다면 나올 수 없는 말이다. 제 발등 찍듯 한국 경제에 족쇄를 채우는 부동산 정치는 여기서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