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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KBS 사장 후보자, 정치적 편향 우려스럽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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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김의철 한국방송공사(KBS) 사장 후보자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의철 한국방송공사(KBS) 사장 후보자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의철 한국방송공사(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어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부적절한 사유가 드러났다. 우선 도덕성에 하자가 있다. 김 후보자는 1993년 인천시 남동구에 살면서 서울 지역 청약 자격을 유지하려고 서울 양천구 누나 집에 위장 전입했다. 다른 아파트를 2004년에 사면서 계약서에 매매가를 실제보다 낮게 적는 ‘다운계약’을 해 취·등록세를 1400만원가량 적게 냈다.

그런데도 김 후보자는 고위 공직 예비후보자 사전질문지에 위장 전입 및 세금 탈루 등 7대 비리 관련 해당 사항이 없다고 적었다. 질문지에 적은 답변이 허위인 만큼 사퇴하겠느냐는 야당 측 질문에 김 후보자는 “세부 답변에 위장 전입 내용 등을 적은 만큼 허위 작성은 아니다”고 버텼다.

더 큰 문제는 국민에게 시청료를 받는 KBS의 사장 후보자로서 정치적 중립성 시비가 불거진 점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 6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하도 오랜만에 듣는 생경한 단어라 사전을 찾아봄.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나… 아무런 비판 의식 없이 그대로 받아쓰는 사람들이나…’라는 글을 적었다. ‘약탈’의 뜻을 설명한 어학사전 이미지도 함께 담았다. 이 글이 올라온 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이 정권이 집권을 연장해 계속 국민을 약탈하려 한다”고 말했었다.

윤 후보를 겨냥한 것이었느냐는 질문에 김 후보자는 처음에는 글을 쓴 이유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결국 “윤 후보를 지칭한 게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보도본부장 시절 (정치적) 편향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개인 자격으로 쓴 글이라고 해명했지만, 김 후보자는 글을 올린 당시에도 KBS 비즈니스 대표라는 공인 신분이었다. 그가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둔 지난 3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관련 의혹 기사를 SNS에 올린 것을 두고도 야당 측은 “정치적 편향이 심하다”고 반발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방송 진행자들에게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발언 자체를 못 하게 할 정도로 공정성을 중시한다. 이 때문에 21년간 BBC에 몸담으며 주말 정치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유명 방송인 앤드루 마가 “내 견해가 담긴 목소리를 내고 싶다”며 최근 이직을 선언했다. 같은 공영방송이지만 KBS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정성·중립성·객관성 논란을 겪어 왔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제작진의 독립성을 보장해 공정성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사장이 내년 대선을 전후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다면 정권에 따라 몸살을 앓아 온 KBS의 흑역사는 반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