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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갱년기 건강기능식품, 잘 못 알고 먹으면 되레 여성 질환 부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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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식물성 에스트로겐 함유한 갱년기 건강기능식품 꼼꼼하게 따져보고 골라야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잘못 섭취하면 에스트로겐 수용체와의 결합으로 여성 질환 위험성 증가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잘못 섭취하면 에스트로겐 수용체와의 결합으로 여성 질환 위험성 증가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여성 갱년기는 평균 40대 중·후반에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갱년기 이후의 삶이 인생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이다. 그만큼 갱년기 건강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다양한 갱년기 건강기능식품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런데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함유한 갱년기 건강기능식품은 꼼꼼하게 따져보고 고를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이 최근 제기됐다.

SCIE급 국제학술지인 ‘MDPI 헬스케어(Healthcare)’를 통해 갱년기 건강기능식품의 원료 속에 함유된 이소플라본·서양승마·세인트존스워트 등의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신체 내 에스트로겐 수용체 결합과 합성에 영향을 미쳐 여성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식물성 에스트로겐, 기능성·안전성 제한적  

문제는 갱년기 건강기능식품의 대부분이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다량 함유했거나,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아닐지라도 원료 속 일부 성분이 체내에서 식물성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제품이라는 점이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화학적 구조 및 기능이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물질로, 자연물에서 추출한 만큼 부작용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평소 여성 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에스트로겐 민감자라면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함유한 건강기능식품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논문에 따르면 이소플라본·서양승마·세인트존스워트와 같은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갱년기 건강 개선에 있어 그 기능성과 안전성이 제한적이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여성의 자궁과 유방에 많이 분포하고 있는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결합해 자궁내막증이나 유방암 등의 여성 질환 발생과 진행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실제 유럽연합(EU)에선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내분비계 교란물질로 정의하고 있다. 논문 저자인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김미란 교수 또한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내분비계 교란 우려가 있으며 체내 축적 시 생식기능 장애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결합 여부 살펴야

논문에 따르면 석류, 홍삼, 회화나무 열매추출물과 같은 원료 또한 체내에서 에스트로겐과 유사하게 작용,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결합해 여성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석류에는 엘라그산·에스트론·에스트리올·에스트라디올 등 여성호르몬이 직접적으로 포함돼 있고, 그중 지표성분인 엘라그산이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직접적으로 결합한다.

홍삼은 에스트로겐이 직접 함유돼 있지는 않지만, 홍삼의 주성분인 진세노사이드 rb1이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결합하고 활성화함으로써 약한 식물성 에스트로겐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화나무 열매추출물 역시 지표성분인 제니스테인이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해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결합해 치명적인 여성 질환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석류, 홍삼, 회화나무 열매추출물 외에도 락토바실러스아시도필러스 YT1, 피크노제놀, 루바브뿌리추출물 또한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결합해 체내에 축적 시 자궁·유방 등의 신체조직 내 질환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위험을 짚었다.

또한 논문에선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은 국내 갱년기 건강기능식품 성분 중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결합하지 않고 갱년기 증상 개선에 도움을 주는 유일한 성분이라고 언급했다.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은 백수오·한속단·당귀를 배합한 원료로, 에스트로겐 수용체와는 결합하지 않지만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

갱년기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건강기능식품을 선택할 때엔 꼭 제품 패키지 후면을 확인해야 한다.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결합해 여성 질환 유발 가능성이 있는 원료가 포함된 제품의 경우에는 ‘에스트로겐 민감자는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논문에 따르면 홍삼·서양승마의 경우 질 출혈이 부작용으로 보고된 바가 있어 구매 전 더욱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특히 에스트로겐 민감자의 경우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체내에서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더욱 활성화해 자궁근종·유방암과 같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갱년기 여성이라면 식물성 에스트로겐 함유 건강기능식품을 선택할 때 더욱 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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