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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기 국채 금리차 축소…경기 회복세 둔화 시그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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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국고채 시장에서 장·단기 금리 차(스프레드)가 20개월 만에 0.3%대 안팎으로 좁혀졌다. 단기채 금리가 오르고 장기채 금리가 떨어지면서 두 금리의 수익률 곡선이 평평해지는 ‘커브 플래트닝’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에다 한국은행이 오는 25일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22일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52%포인트 오른 연 2.018%로 거래를 마쳤다.

올해 국고채 장단기 금리 흐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올해 국고채 장단기 금리 흐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반면 경기전망을 반영하는 10년물의 상승 폭은 상대적으로 주춤하면서 경기확장 국면이 정점을 통과(피크 아웃)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10년물 국고채 금리(연 2.386%)는 전날보다 소폭(0.014%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날 장·단기 스프레드(10년물-3년물 금리 차이)는 0.368%포인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화했던 지난해 3월 12일(0.325%포인트) 이후 20개월 만에 격차가 가장 작아졌다.

장단기 금리 차는 지난 3월만 해도 1%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당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년 만에 처음으로 2% 선을 뚫고 상승세를 탔다. 3년물은 한국은행의 초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며 연 1%대 초반에서 움직였다.

상황이 달라진 건 지난달부터다. 단기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면서다. 지난달 27일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연 2.044%)는 3년 만에 2%를 넘어서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10월 1일(연 1.633%)과 비교하면 한 달여 만에 0.4%포인트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10년물 금리는 3년물 상승 폭의 절반 수준인 0.23%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3년물 금리가 치솟은 것은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쇼크가 맞물리면서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다. 각국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정책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박태근 삼성증권 글로벌채권 팀장은 “최근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영국, 호주 등 주요국의 (국채) 단기 금리가 일제히 급등하고 있다”며 “세계 곳곳이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다 보니,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단기 금리에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당수 채권시장 전문가는 장단기 금리 차가 좁아지는 커브 플래트닝이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행이 오는 25일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데 이어 내년에도 최소 한 번 이상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동안 장단기 스프레드가 축소되는 움직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도 “통화정책이 정상화되는 구간에서는 장단기 금리 차가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의 ‘커브 플래트닝’이 경기둔화 우려로 해석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신환종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점차 둔화하면서 코로나19 이후 되살아난 경기 확장 국면이 정점을 통과한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들썩이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 단기 채권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의 지표인 금융채 등 시장금리가 오르기 때문이다. 국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에 반영되는 5년 만기 금융채(AAA)금리는 22일 연 2.488%로 연초(연 1.536%)보다 0.952%포인트로 1% 가까이 올랐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기채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 대출 이자 상승으로 저신용자·저소득자가 이자를 못 갚을 우려가 있고,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소비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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