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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하루만에 무너진 윤석열의 빅텐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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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11.22/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11.22/뉴스1

김종인과 인사 밀고당기기 끝에

김종인 없이 갈수 있다..결심한듯

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빅 텐트(Big Tent)’구상이 하루만에 차질을 빚었습니다.
윤석열은 22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김병준(전 노무현 청와대 정책실장)상임선대위원장, 김한길(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새시대준비위원장 임명안을 통과시켰습니다.

2. 윤석열의 21일 발표와 다릅니다.
‘빅텐트 3김 인사’에서 1김, 가장 중요한 김종인(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총괄선대위원장 임명안이 빠졌습니다.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윤석열은 ‘(김종인이) 하루 이틀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지는 취재진의 질문(왜 시간이 필요하다는거냐)에 윤석열은 ‘나도 모르겠다.취재해봐라’고 말했습니다. 시니컬합니다.

3. 취재결과를 시간대별로 정리해보면..사태는 심각합니다.
-당초 김종인은 선대위운영 전권을 요구하면서 김병준ㆍ김한길 인사에 반대했었습니다.
-윤석열은 3김을 한꺼번에 품는 빅텐트를 꾸리고 싶었습니다.
-20일 윤석열은 김병준과 함께 김종인을 찾아가 1시간 가량 설득.
-21일 윤석열은 ‘김종인과 합의했다’며 3김 인사안 공표. ‘김병준이 후배로서 선배(김종인) 잘 모실 것’이라고 설명.
-21일 밤 김종인측 인사가 윤석열측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 22일 최고위원회 인사안 처리를 유보해달라’고 요청.
-22일 아침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김종인 찾아가 확인. 김종인은 ‘윤석열이 20일 찾아와 자기 할 말만 하고 갔다. 나는 인사안에 동의한 적 없다’고 강조.
-22일 오전 최고위원회 직전 티타임. 이준석이 윤석열에게 ‘김종인의 거부감’ 설명. 윤석열은 ‘김종인 없이 갈 수도 있다’는 취지로 발언.
-22일 최고위원회. 윤석열이 김종인 빼고 김병준 김한길 인사안 강행처리.
-22일 오후 김종인 취재진들에게 ‘이미 할 얘기 다했다’며 함구.

4. 이상의 흐름을 보면 윤석열이 김종인의 ‘전권요구’를 거듭 거부하며 밀어붙인 모양새입니다.
윤석열은 20일 김종인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상황에서 21일 ‘합의했다’며 인사안을 공표했습니다. 김종인이 ‘잠깐 보류’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22일 공식의결, 기정사실화했습니다.

5. 김종인의 자존심으로 볼 때..이런 상황에서 굽히고 들어갈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김종인은‘평생 자리 달라고 청탁하거나 잘보이려 노력해본 적 없다’는 자긍심으로 뭉친 사람입니다. 박근혜와 문재인이 도와달라며 거듭 요청해왔을 때..그들로부터 혁신의 다짐을 받은 다음..비로소 나섰던 건 사실입니다.

6. 김종인의 자존심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고비마다 이룬 성취로 더욱 커졌습니다.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하고, 이어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공을 세웠습니다. 2016년 총선에서도 문재인의 민주당을 제1당으로 만듦으로써..최순실 사건이 터졌을 때 국회의 탄핵결의를 가능케했고..결과적으로 문재인의 집권을 이끌어냈습니다.

7. 윤석열의 카리스마, 혹은 고집도 만만찮습니다. 되돌아가기 힘들 몇걸음을 이미 내딛었습니다.
당초 빅텐트의 제1축으로 삼으려했던 김종인을 포용하지 못했다는 점에서..정치리더십에 상처가 났습니다. 하지만 정답은 없고, 모든 결정과 책임은 후보의 몫입니다. 평가는 대선결과입니다.
〈칼럼니스트〉
2021.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