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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군것질 말래요"…전면등교에도 웃지 못하는 '컵 떡볶이 상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2일 오후2시쯤 서대문구 홍제초등학교의 하굣길 풍경. 최연수기자

22일 오후2시쯤 서대문구 홍제초등학교의 하굣길 풍경. 최연수기자

22일 오후 2시쯤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 하굣길. 정문에는 수업이 끝난 학생들과 이들을 마중 나온 학부모들로 북적였다. 하교 보안관의 지시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넌 학생들은 친구들과 분식집을 삼삼오오 모여 기웃거렸다.

과거엔 당연했던 풍경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하굣길에 인근 상인들의 감회는 남달랐다. 30여년 간 학교 앞 문구점을 운영하는 A씨는 “학교에서도 도화지 같은 준비물도 챙겨주고, 다이소 같은 대형 가게들이 생기면서 매년 적자였다. 가게를 찾아오는 학생들은 점점 줄고 있지만, 코로나 이후로 오늘 이렇게 학생들로 인도가 북적이는 건 오랜만이라 가게 매출과 상관없이 흐뭇하다”고 말했다.

22일부터 수도권 내 초중고 전 학년의 전면등교가 시작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이 시작되 이후 약 2년 만이다. 지난 1일부터 방역 당국은 위드코로나 체제에 나섰지만, 학교의 경우 대학수학능력시험과 학교 현장의 방역체제를 정비한 뒤 전 학년 등교를 시작하느라 3주가량 지연됐다.

“엄마가 떡볶이 먹지 말고 곧장 오래요”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학교가 전면등교를 시작한 22일 서울 용산구 금양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분야 단계적 일상회복 추진 방안'에 따라 이날부터 유치원과 초·중·고교 97%가 전면등교를 시작하고 과대·과밀학교는 시차 등교나 3분의 2까지 밀집도를 조정하는 형태로 초등학교 1·2학년은 전원, 3~6학년은 4분의 3이상, 중·고교는 3분의 2 이상 등교할 수 있다.뉴스1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학교가 전면등교를 시작한 22일 서울 용산구 금양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분야 단계적 일상회복 추진 방안'에 따라 이날부터 유치원과 초·중·고교 97%가 전면등교를 시작하고 과대·과밀학교는 시차 등교나 3분의 2까지 밀집도를 조정하는 형태로 초등학교 1·2학년은 전원, 3~6학년은 4분의 3이상, 중·고교는 3분의 2 이상 등교할 수 있다.뉴스1

‘컵 떡볶이 상권’이라 불리는 초등학교 인근의 분식집, 문방구 등은 그동안 큰 타격을 받았다. 서대문구의 초등학교의 경우 학교 300m 인근에 분식집 3곳, 토스트집 1곳, 카페 2곳, 문방구 1곳이 있었다. 그러나, 상인들은 전면 등교가 상권을 살릴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 눈치였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초등학생의 수가 현저히 적어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12~17세 소아·청소년의 경우, 1차 접종률은 39.8%(110만2649명)이고 기본 접종 완료율은 13.4%(37만3083명)에 그쳤다.

학교 정문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상인 B씨는 “시기적으로도 겨울보단 여름이 분식집이 잘된다. 슬러시 기계도 내놓고 해야 학생들이 자주 찾아와주는데 추운 날씨에 코로나까지 있으니 밖에서 음식을 사 먹기 조심스러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마가 군것질하지 말고 들어오라고 했다’는 학생들도 있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 벗고 음식 먹는 공간에 최대한 가지 말라는 당부들 때문에 아직은 전면등교로 상권이 회복됐다는 체감은 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22일 오후2시쯤 서대문구 홍제초등학교의 하굣길 풍경. 최연수기자

22일 오후2시쯤 서대문구 홍제초등학교의 하굣길 풍경. 최연수기자

서울 서대문구 주민 이모(43)씨는 “아이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상황이라서 평소 같으면 손잡고 걸어오면서 이것저것 군것질을 하면서 같이 오겠지만, 최대한 외부인과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차량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박모(10)군은 “컵 떡볶이도 사 먹고 싶지만, 어디 가든 마스크를 절대로 벗지 말라는 부모님의 말씀이 있어서 수업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간다. 오늘은 아쉽지만, 그냥 동네 친구들을 만난 것만으로 만족하려 한다”고 말했다.

신규확진자 수 3000명대…“전면 등교 통제될까 걱정”

연일 신규 확진자 수가 3000명대를 찍으면서 상인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초등학교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최모(32)씨는 “우리 가게의 주 고객은 초등학교 자녀들의 하굣길을 기다리는 학부모들인데, 백신 접종을 아직 하지 않은 초등학생이 많은 상황에서 확진자라도 생겼다가 전면 등교 통제되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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