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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도 “檢 뭘했나”…20일간 대장동 회식, ‘복붙 기소’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찰이 22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6·구속)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48·구속) 변호사, 천화동인 5호 정영학 회계사(53)를 기소하는 등 사실상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1일 김씨와 남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때와 혐의 사실이 거의 동일해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조차 “긴 시간 동안 무얼 했나 매우 궁금하다”는 입장을 냈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관련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왼쪽)와 남욱 변호사.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관련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왼쪽)와 남욱 변호사.연합뉴스

이재명·野 “긴 시간 뭐했나. 특검하라” 한목소리 비판

검찰 안팎에서는 이날 공소장을 두고 김씨와 남 변호사 구속영장 청구서 범죄사실을 거의 ‘복붙(복사해 붙임)’하는 등 지난 20일간 보강 수사에서 추가로 규명한 부분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앞서 재판에 넘긴 유동규(52·구속기소)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만배·남욱·정영학 등 ‘대장동 4인방’의 윗선 배임 의혹은 전혀 규명하지 않은 채 대장동 특혜 의혹 수사를 마무리했다는 점 때문이다.

또 김씨 1차 구속영장 청구 때 넣었던 곽상도 전 국회의원에 대한 뇌물 의혹도 한 달 보강 조사를 벌였지만 공소장에 담지 못하는 등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불리는 정관계 로비 수사는 제자리걸음이란 지적도 받았다.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대장동 특혜·배임 의혹의 최종 ‘윗선’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당사자인 이재명 후보도 이날 “저도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봤다. 그 긴 시간 동안 뭘 했는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다만 검찰 수사 미진을 비판한 초점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관련 의혹을 겨냥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첫 출발지인 부산저축은행 대출 비리 묵인 사건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처음과 끝에 대해 조건 없는 특검을 신속히 하는 게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빌딩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빌딩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야당인 국민의힘도 “역시나 이재명 후보 방탄 수사이자, 꼬리 자르기 수사였다”며 “결국 윗선의 실체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의 몸통을 밝히는 정답은 특검밖에 없다”고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다만 검찰은 화천대유, 천화동인 1~7호가 최소 651억원가량의 택지개발 배당이익 외에 추가로 최소 1176억원 상당의 시행 이익을 부당하게 챙기고 공사에는 그만큼의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유동규(52·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2차 공소장과 김씨 등의 구속영장에는 651억 외에 적힌 ‘액수 불상(+α)’의 추가 배임 액수를 1176억원 등으로 구체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한 부장검사는 “당장 1~2주 안에 로비와 횡령 쪽에 대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신속하게 이어 나가서 병합 기소를 해야 수사가 동력을 잃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검찰 기소로 피의자가 피고인 신분으로 전환될 경우, 새로운 혐의가 발견되지 않는 한 체포영장 발부 등 강제수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피고인 신분이 된 유동규 전 본부장은 기소 이후 검찰 조사를 받지 않았다.

또 다른 검사는 “구속영장 발부는 신병 확보로 인한 추후 수사에 대한 동력을 얻기 위한 건데 2주 동안 무엇을 한 것인지 알 수 없다”며 “구속 기간 남은 건 코로나 회식 논란뿐”이라고 꼬집었다.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 주요 혐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 주요 혐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쪼개기 회식’으로 주임 검사 교체…검찰 안팎 “안일한 수사”

대장동 수사팀은 김씨와 남욱 변호사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난 4일 ‘쪼개기 회식’ 논란으로 총괄 주임검사가 유경필(50·사법연수원 33기)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에서 정용환(46·32기) 반부패강력수사1부장으로 교체된 상태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회식 경위와 참석자 명단, 2·3차 모임 여부 등을 아우른 진상조사 결과를 대검찰청과 법무부를 거쳐 국무총리실에 보고했다.

수사팀 24명 중 16명은 김씨와 남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던 날인 4일 저녁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청사 인근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방 2개로 나누어 저녁식사를 했다. 하지만 수사팀은 회식 다음 날인 5일부터 검사 4명과 수사관 3명 등 모두 7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수사에 차질을 빚었다. 회식에는 수사팀장 김태훈(50·30기) 4차장검사도 동석했다고 한다. 다만 중앙지검 관계자는 “김 차장검사는 잠시 자리에 머무르며 수사팀을 격려한 뒤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화천대유 특검을 촉구하는 근조화환이 놓여있다. 뉴스1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화천대유 특검을 촉구하는 근조화환이 놓여있다. 뉴스1

한 현직 검사는 “(정용환 부장의) 반부패수사1부에도 이미 주요 현안 사건이 있는데 현실적으로 두 가지 대형 사건이 같이 굴러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수사에 전력투구할 수 있는 새로운 부장을 발령내거나 이미 수사팀의 일원인 범죄수익환수부장을 주임검사로 하는게 맞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반부패수사1부가 이미 윤우진 전 서울용산세무서장의 이른바 ‘스폰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것을 두고서다. 또 다른 검사 역시 “주무 부장의 징계위 검토가 유력해 보이는데 수사팀의 사기도 굉장히 저하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 검찰 간부는 “성남시청을 수사 초기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했다가 수많은 비판 끝에 뒷북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초기에 신속하고 광범위한 강제수사에 나서지 않은 것만 봐도 수사를 얼마나 안일하게 해왔는지 알 수 있다”고 쓴소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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