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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만 잘보이면 된다"…NYT도 주목한 '지하철 헤어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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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롤. [중앙포토]

헤어롤. [중앙포토]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헤어롤'로 머리를 고정하고 다니는 여성들. 최근 한국에서 자주 보이는 풍경이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에서 젊은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헤어롤을 하는 모습이 흔하다며, 이는 '젠더에 대한 관념 및 미적 기준의 변화이자, 세대 구분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한국에서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머리를 풍성하게 보이기 위해 헤어롤을 하고 나타나는 건 '칠칠치 못한 행동'이었다. 요즘은 공공장소에서 헤어롤을 하고 다니는 모습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아직 기성세대는 이를 못마땅하게 본다.

대학생 정모(23·여)씨는 매일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헤어롤을 사용한다. 행사나 모임에 가기 전 앞머리의 '완벽한 컬'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는 목적지에 도착하면 헤어롤을 뺀다.

정씨는 "어머니가 공공장소에서 헤어롤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그만하라'고 했지만 지금도 하고 다닌다"며 "길거리에서보다 약속에 도착해서 내가 어떻게 보일지가 더 중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서만 잘 보이면 된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태도는 한국사회에서 엄격하게 지켜졌던 관습에 얽매이기를 거부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과거 한국에선 머리 세팅을 비롯해 화장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외출하는 걸 마치 옷을 입지 않고 외출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타인의 눈, 특히 남자의 눈에 띄지 않게 단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이전세대 여성들과 달리 요즘은 다른 사람들이 몸단장을 하는 걸 봐도 개의치 않는다.

부모세대인 이모(51·여)씨는 21세 딸이 집 밖에서 헤어롤을 하고 다니는 모습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결국 생각을 바꿨다. 그는 "헤어스프레이를 사용해 키가 크고 볼륨 있는 헤어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내가 10대 시절 한국의 트렌드였다"며 "당시에 기존 세대가 우리를 이상한 세대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웃었다.

한국에서 '엄격한 미(美)의 기준'과 '성(性)에 대한 제한적인 시각'에 대한 저항은 새롭지 않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몇 년 전 한국을 휩쓴 '미투 폭로' 이후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 '탈코르셋 운동'이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화장을 일부러 하지 않거나, 머리를 짧게 자르는 이른바 '숏컷'을 하는 건 사회의 외모억압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대학생 윤모씨(22·여)는 "어른들은 공공장소에서 화장하거나 헤어롤을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할 수도 있다. 그건 신세대 문화를 이해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걸 당당하게 하는 게 트렌드다. 젊은 여성들은 단지 자신들이 원하는 걸 평화롭게 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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