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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밥값을 제물 삼나"…충북도·교육청 무상급식 예산 또 갈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충북도, 분담 약속 3년 만에 파기…교육청 “황당” 

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는 22일 충북도청 서문 앞에서 무상급식 예산 삭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

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는 22일 충북도청 서문 앞에서 무상급식 예산 삭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

무상급식 예산 분담을 놓고 충북도와 충북교육청이 또다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충북도가 무상급식 예산을 대폭 삭감하자 자치단체 몫의 식품비 예산 284억원을 떠 앉게 된 교육청이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단체는 “아이들의 급식이 예산 놀음의 제물이 되지 않게 책임을 다해 달라”고 촉구했다.

22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내년 초·중·고와 특수학교 무상급식에 1761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인건비 864억원, 운영비 987억원, 식품비 797억원 등이다. 충북은 2010년 무상급식을 시작하면서 충북도와 자치단체, 충북교육청이 12년째 예산을 나눠서 내고 있다.

현재 인건비와 운영비는 교육청이 전액 부담하고, 식품비는 자치단체와 교육청이 7.6대 2.4 정도 비율로 나눠서 내는 구조다. 양 기관은 2018년 12월 이 비율을 못 박은 합의서를 작성했다. 무상급식 예산을 놓고 매년 반복되는 분담 갈등을 없애자는 취지였다.

내년 무상급식 예상 식품비는 797억원이다. 합의서에 따르면 충북도는 241억원, 지자체가 362억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충북도가 내년 무상급식 식품비 127억원을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하자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이 예산안을 적용하면 충북도와 11개 시·군이 내년 지원하는 식품비 총액은 319억원으로 당초 계획안(603억원)보다 약 47%가 줄어든다.

충북도 “재정 넉넉한 교육청 돈 더 내야” 

이시종 충북지사와 김병우 충북도교육감, 장선배 충북도의장, 한범덕 청주시장 등이 2018년 12월 충북도청 지사실에서 무상급식 경비와 미래인재 육성에 협력하는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충북와 충북교육청은 그동안 무상급식에 소요되는 예산 분담 비율을 놓고 4개월간 협상을 벌여왔다. [뉴스1]

이시종 충북지사와 김병우 충북도교육감, 장선배 충북도의장, 한범덕 청주시장 등이 2018년 12월 충북도청 지사실에서 무상급식 경비와 미래인재 육성에 협력하는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충북와 충북교육청은 그동안 무상급식에 소요되는 예산 분담 비율을 놓고 4개월간 협상을 벌여왔다. [뉴스1]

충북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지자체 재정 여건은 악화했지만, 교육청은 1000억원 이상의 교육 안정화 기금이 비축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19년 이후 재정이 넉넉해진 교육청에서 식품비 분담을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2018년 충북도와 충북교육청이 맺은 합의서를 근거로 “3년 동안 지켜온 식품비 분담 비율을 충북도가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이 합의서에는 ‘인건비·운영비·시설비는 충북교육청이 전액 부담한다’ ‘식품비는 지자체가 75.7%, 교육청이 24.3% 부담한다’고 쓰여있다. 합의서 적용 기한은 2022년 12월로 정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도청이 10월까지 아무런 얘기도 없다가 갑자기 예산을 삭감했다”며 “도청은 내년 추가경정예산에 식품비를 추가 반영할 수 있다는 어정쩡한 답변으로 교육 현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 단체는 충북도 무상급식 예산 삭감에 반발하고 있다. 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도는 일방적인 무상급식 예산 삭감을 즉각 철회하라”며 “예산 부족을 이유로 급식 예산을 삭감한 충북도의 비인도적 횡포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고 했다.

전교조 충북지부, 충북교육발전소 등 23개 단체가 참여한 충북교육연대는 “도의 합의 파기는 도민의 소망을 무참히 짓밟는 폭력”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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