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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 골라서 통화한 펑솨이…中 '올림픽 보이콧' 입막음 노렸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장가오리(張高麗·75) 전 중국 부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실종설이 불거졌던 중국 여자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師·35)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영상 통화를 통해 직접 자신이 안전함을 알렸다. 다만 2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펑솨이의 신변 문제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21(현지시간) 중국 테니스 선수 펑솨이와 영상 통화하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IOC 홈페이지 캡쳐]

21(현지시간) 중국 테니스 선수 펑솨이와 영상 통화하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IOC 홈페이지 캡쳐]

이날 IOC는 펑솨이가 토마스 바흐 위원장과 영상 통화를 했다는 성명을 내고, 화면 속 펑솨이가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성명에 따르면 이 자리엔 평소 펑솨이와 친분이 있는 엠마 테르호 IOC 선수위원장과 리링웨이(李玲蔚) 중국 IOC 위원도 배석했다.

IOC는 “약 30분 동안 이어진 통화에서 펑솨이가 ‘베이징(北京) 자택에서 안전하게 지내고 있으며 사생활을 존중받고 싶다’고 말했다”며 “그는 현재 친구 및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길 원하며, 앞으로도 테니스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IOC는 바흐 위원장이 펑솨이에게 내년 1월 베이징에서의 저녁 식사를 제안했으며, 펑솨이가 이를 기쁘게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함께 배석했던 테르호 선수위원장은 “펑솨이가 잘 지내고 있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 여유로워 보였다”며 “펑솨이가 편할 때 언제든 연락을 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지난 11월20일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 후시진(胡錫進) 편집인이 펑솨이가 코치들과 함께 식사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트위터에 게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1월20일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 후시진(胡錫進) 편집인이 펑솨이가 코치들과 함께 식사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트위터에 게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때 여자 테니스 복식 세계 1위까지 올랐던 펑솨이는 지난 2일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에 “강압에 의해 장가오리 전 부총리와 성관계를 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펑솨이의 웨이보 계정이 폐쇄되는 등 2주 동안 행방이 묘연해지며 국제사회에선 중국 공안이 펑솨이를 감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중국 관영 매체 기자들이 펑솨이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했지만, 본인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밝히진 않았기 때문이다.

펑솨DL(彭師·35)는 지난 2일 장가오리 전 중국 부총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후 실종설이 제기됐다 [AP=연합뉴스]

펑솨DL(彭師·35)는 지난 2일 장가오리 전 중국 부총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후 실종설이 제기됐다 [AP=연합뉴스]

다만 이번 영상 통화가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되면 내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딕 파운드 IOC 위원)는 IOC의 경고 이후에야 이뤄지면서, 외신들은 여전히 펑솨이의 안전에는 의문이 남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AP통신은 “IOC가 중국 정부가 아닌 지역 조직위원회와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그 위원회는 공산당이 장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도 “펑솨이가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를 비롯한 다른 국제기구가 아니라 왜 IOC를 선택했는지 이유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WTA는 펑솨이의 성폭행과 실종설이 나온 이후 꾸준히 강경 입장을 내놓고 있는 단체다. 앞서 스티브 사이먼 WTA 회장은 19일 CNN과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중국 내 테니스 선수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으면 중국에서 WTA 사업을 철수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WTA는 2028년까지 WTA 투어 파이널스를 선전(深圳)에서 열기로 2019년 10년짜리 계약을 체결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당초 계획된 토너먼트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

한편, 22일 중국 정부는 처음으로 펑솨이에 대해 언급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펑솨이와 관련한 질문에 “이것은 외교 문제가 아니다”라면서도 “당신도 그가 최근 공개 행사에 참석한 것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오 대변인은 펑솨이의 안전을 묻는 추가 질문에는 “더 말해줄 수 있는 소식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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