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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약이 수퍼변종 부른다?…2년내 델타보다 센 놈 나올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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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 중앙포토

코로나19 바이러스. 중앙포토

현재의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델타 팬데믹’이며 “2년 내 델타변이를 능가하는 새로운 수퍼변종의 출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영국·이스라엘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모여 델타변이에 대해 논의한 줌(zoom) 영상회의에서다. 다만 이들은 바이러스 변이에도 불구하고 ‘백신 무용론’은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온통 델타뿐”…WHO 보고 사례 중 99.5%가 델타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줌 회의에 참여한 윌리엄 하네지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 전염병학과 교수는 “얼마전까지 알파도 있고, 감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온통 델타뿐”이라며 델타변이가 우세종을 넘어 보편적인 바이러스가 됐음을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최근 공공데이터베이스에 보고된 모든 코로나19 가운데 99.5%가 델타변이다.

델타변이는 인간의 면역체계가 작동하기 전에 세포 내에서 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증식하는 방식으로 전파력을 높였다. 델타변이 감염자는 기존 코로나19 감염자보다 콧속에 1200배 더 많은 바이러스 입자를 지니게 되며, 증상 발현 시기도 2~3일 빠르다. 델타변이의 전파력은 기존 코로나19보다 2.4배, 한때 우세종이 될 것으로 보였던 알파변이보다 1.6배 빠르다.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새로운 우세종으로 4차 대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새로운 우세종으로 4차 대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델타변이가 강력한 전파력을 바탕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간 우세종 경쟁에서 승리하면서, 지난 2년간 출현했던 알파(영국), 베타(남아프리카공화국), 감마(브라질), 람다(페루) 등 다양한 돌연변이의 활동은 잠잠해졌다. 새로운 변이 출현도 주춤한 상태다. 하네지 교수는 “영국에서 AY.4.2나 델타플러스 등 새로운 변종이 등장했지만 유의미한 데이터는 없다”면서 “이들 변종은 델타변이와 유전자 형태가 거의 비슷한 사실상 ‘델타의 손자’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델타보다 강한 수퍼변종 2년내 나온다”

델타변이를 정복하면 코로나19와의 전쟁을 끝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훨씬 강력한 방식의 새로운 변종이 출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라비 굽타 영국 케임브리지대 임상미생물학과 교수는 “세포 안 침투력, 면역체계 회피 능력 등을 갖춘 수퍼변종 출현을 80% 확신한다”면서 “출현 시기가 관건인데, 2년 이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과학연구소의 기디안 슈라이버 이스라엘 생체분자과학 교수는 “수퍼변종은 델타변이가 크게 진화하거나, 아니면 델타변이의 자손 중에 아주 다른 종이 출현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머크사가 개발한 알약형 치료제 몰누피라비르가 수퍼변종의 출현을 앞당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몰누피라비르는 바이러스 복제 과정에 필요한 리보핵산(RNA)의 유사체를 삽입함으로써, 바이러스가 정상 RNA가 아닌 유사체에 침투해 복제에 실패하는 방식으로 사멸하게 만드는 치료제다. 일부 바이러스 학자들은 이 과정에서 살아남게 된 일부 바이러스가 수퍼변종의 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머크사에서 내놓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연합뉴스

머크사에서 내놓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유럽 등에서 돌파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굽타 교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일일 확진자 가운데, 백신을 맞았지만 바이러스를 이기지 못할 정도로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 바이러스는 백신이 만들어놓은 항체를 회피하는 법을 배우고 밖으로 쏟아져 나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확진자 줄이기가 관건…백신·거리두기·마스크 병행

동유럽 국가인 루마니아에서 백신 접종과 백신패스 도입에 반대하는 시위대. 연합뉴스

동유럽 국가인 루마니아에서 백신 접종과 백신패스 도입에 반대하는 시위대. 연합뉴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백신 무용론’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현재 코로나19 백신이 변이 발생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기 때문에, 수퍼변종이 출현한다 해도 완전히 쓸모없어지는 건 아니다”며 “(수퍼변종이 나오더라도) 지난 2년처럼 대규모 발병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백신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굽타 교수는 “확진자 수가 많아지면 변종 출현 가능성도 커진다. 지금까지 변이가 영국·브라질·인도처럼 통제되지 않은 나라에서 생겨났고, 한국·싱가포르 등 통제된 나라에서 등장하지 않았다”면서 “백신과 함께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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