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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몸값은 얼마? 머리 아픈 키움의 '타격 최하위' 박병호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지난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1 신한은행 쏠(SOL)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8회초 무사 만루. 키움 박병호가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치고 있다 . 3루주자 이용규 홈인. [연합뉴스]

지난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1 신한은행 쏠(SOL)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8회초 무사 만루. 키움 박병호가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치고 있다 . 3루주자 이용규 홈인. [연합뉴스]

간판타자 박병호(35)의 몸값을 얼마로 책정해야 할까. 키움 히어로즈의 고민이 시작됐다.

박병호는 22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2022년 FA(자유계약선수) 자격 공시 명단(총 19명)에 이름을 올렸다. 24일까지 KBO에 권리 행사 승인을 신청하면 되는데 박병호는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을 게 유력하다.

박병호는 자타공인 키움의 핵심 선수다. 통산 홈런왕을 무려 다섯 번이나 차지한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누적 홈런이 327개로 최정(SSG 랜더스·403개) 이대호(롯데 자이언츠·351개) 최형우(KIA 타이거즈·342개)에 이은 현역 4위다. 하지만 최근 2년 그의 가치는 꽤 하락했다.

박병호는 지난해 타율 0.223(309타수 69안타), 21홈런, 66타점에 그쳤다. 2010년 이후 처음으로 5할대 장타율(0.450)도 무너졌다. 8월 중 투구에 손등을 맞고 다치는 부상 영향으로 규정 타석에도 미달했다. 나이 탓에 기량이 떨어지는 '에이징 커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지만 '아프지 않은 박병호'에 대한 기대도 여전했다.

그런데 올 시즌 성적은 더 처참했다. 11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27(409타수 93안타), 20홈런, 76타점을 기록했다. 규정타석을 채운 53명 중 타격 최하위. 장타율(0.430)과 출루율(0.323) 모두 개인 최저였다. 이승엽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8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했지만 타석당 삼진(KK/PA)가 리그 1위인 전형적인 '공갈포'였다. 한 타자가 아웃 카운트 27개를 모두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추정 득점인 RC/27마저 4.77로 낮았다. 13.20으로 리그 전체 1위였던 2018년과 비교하면 생산성이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들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1 신한은행 쏠(SOL)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키움 박병호가 8회초 무사 만루에서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1타점을 기록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1 신한은행 쏠(SOL)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키움 박병호가 8회초 무사 만루에서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1타점을 기록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박병호는 고액 연봉자다. 2019년 15억원, 2020년 20억원을 받았다. 올 시즌에도 15억원으로 팀 내 압도적인 1위(2위 이정후·5억5000만원)였다. 만 35세인 박병호는 FA 보상등급에서 가장 낮은 C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워낙 고액 연봉자라서 보상액이 적지 않다. 그를 영입하는 구단은 키움에 올해 연봉의 150%인 22억5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사실상 잔류가 유력해 키움이 몸값 책정을 어떻게 하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여야 하는 FA 계약에서 최근 두 시즌 부진에 나이까지 적지 않은 박병호가 대형 계약을 따내는 건 어렵다. 그렇다고 키움으로선 팀의 간판선수를 무작정 홀대하기도 어렵다. 적정 수준의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데 난제에 가깝다.

키움은 지난해 겨울만 하더라도 '예비 FA'가 3명이었다. 2루수 서건창과 투수 한현희도 FA로 풀릴 예정이었다. 두 선수 모두 2021년 연봉 협상에서 FA 계약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머리를 썼다. 서건창은 구단이 제시한 삭감액(3000만원)보다 무려 9500만원을 더 셀프 삭감하는 충격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팀 연봉 3위 이내면 FA A 등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적이 좀 더 원활할 수 있게 자진해서 B 등급을 골랐다. 하지만 그는 지난 7월 LG 트윈스와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다. 서건창과 비슷한 방법으로 연봉을 동결한 한현희는 FA 자격을 취득하지 못했다. 시즌 중 수원 원정 숙소를 이탈해 서울에서 술을 마신 문제로 KBO와 구단의 징계를 받아 시즌 등록일수가 부족, FA 재수가 결정됐다.

박병호는 키움이 이번 겨울 해결해야 하는 유일한 '내부 FA'다. 언뜻 쉬워 보일 수 있지만 가장 어려운 선수와 협상 테이블을 차려야 한다. 고형욱 키움 단장은 현재 외국인 선수 계약 때문에 해외 출장 중이다. 구단 관계자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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