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부부 사이도 ‘운전자폭행’ 적용…다툴 일 있으면 내려서

중앙일보

입력 2021.11.22 13:00

[더,오래] 김용우의 갑을전쟁(45)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행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모임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모임이 많은 연말연시 저녁 귀가버스에서는 얼큰하게 취한 취객이 운전기사에게 시비를 걸거나, 택시 운전기사와 요금 문제로 실랑이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요. 이처럼 운행 중인 운전자에게 유형력을 행사할 것을 ‘운전자폭행’이라 합니다. 이러한 운전자폭행이 늘어나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시내 일반버스 운전자의 좌석 주변에 운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보호격벽이 의무화되기도 했습니다.

운전자폭행은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기에 우리법은 ‘운전자폭행’을 상당히 엄히 처벌하고 있습니다.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10에 따르면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에, 운전자폭행으로 상해에 이르게 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사망에 이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각각 처하게 되어 있습니다.

운전자폭행은 추가사고로 이어지지 않아도 처벌된다. 운전자폭행을 중하게 처벌하는 취지가 추가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지만, 추가사고가 나지 않았다 해도 운전자가 상해를 입으면 중형을 면치 못한다. [사진 pxhere]

운전자폭행은 추가사고로 이어지지 않아도 처벌된다. 운전자폭행을 중하게 처벌하는 취지가 추가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지만, 추가사고가 나지 않았다 해도 운전자가 상해를 입으면 중형을 면치 못한다. [사진 pxhere]

특히 운전자폭행으로 사람이 상해에 이르게 되면 법정형은 강도죄와 동일한 수준으로 상당히 강력합니다. 특히 단순폭행인지 상해인지 애매한 경우 피해자가 진단서까지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상해를 주장하는 상황이라면 합의를 보는 편이 좋습니다. 피해자와 합의가 안 되면 자칫 운전자폭행으로 법정형 3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운전기사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자칫 중형을 면치 못할 수도 있는데요. 이러한 점 때문에 일부 택시기사가 술 취한 승객에게 합의금을 받아내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운전자폭행은 추가사고로 이어지지 않아도 처벌됩니다. 운전자폭행을 중하게 벌하는 취지가 운전자폭행으로 인한 추가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추가사고가 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운전자가 상해를 입었다면 중형을 면치 못합니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운전자폭행은 운전자만 피해를 입은 사례가 많은데, 그만큼 기사의 위기대처 능력이 좋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운전자폭행은 버스나 택시 운전과 같은 대중교통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친구나 가족의 차량에 동승한 개인용 차량에도 적용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관계라 해도 운전 중인 상대방에게 잘못된 유형력을 행사한다면 ‘운전자폭행’에 해당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따라서 부부나 애인 사이에 혹여나 사소하게 다툴 일이 있어도 일단 차에서 내린 다음에 하는 게 좋습니다. 본인의 자동차를 대리운전기사에게 맡긴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대리기사에게 운전을 맡긴 이상 뒷좌석에 탑승하는 편이 좋고 대리기사의 운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대리기사 운전에 관여할 생각은 아예 안 하는 게 좋습니다.

이러한 운전자폭행은 ‘운행 중’인 운전자를 폭행 또는 협박하는 경우에 적용됩니다. 따라서 ‘운전 중’ 뿐 아니라 자동차를 당해 장치의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도 ‘운행 중’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가령 정차 중인 경우가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운전자가 정차한 경우에도 승객과 시비가 붙어 폭행을 당했다면, 그것도 운행 중에 해당할 겁니다. 도로교통법상 ‘정차’는 운전자가 5분을 초과하지 아니하고 차를 정지시키는 것으로 주차 외의 정지상태를 말합니다. 가령 운전자가 신호대기를 하거나 승객의 승·하차를 위해 일시정지하는 것도 운행 중에 해당합니다.

운전자폭행은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에만 적용되지 않으며 친구나 가족의 차량에 동승한 개인용 차량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이러한 관계라 해도 운전 중인 상대방에게 잘못된 유형력을 행사하면 ‘운전자폭행’에 해당될 수 있다. [사진 pxhere]

운전자폭행은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에만 적용되지 않으며 친구나 가족의 차량에 동승한 개인용 차량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이러한 관계라 해도 운전 중인 상대방에게 잘못된 유형력을 행사하면 ‘운전자폭행’에 해당될 수 있다. [사진 pxhere]

물론 차를 정차가 아닌 주차한 경우 운전자폭행이 적용되지 않을 겁니다. 도로교통법상 주차라 함은 ‘운전자가 승객을 기다리거나 화물을 싣거나 차가 고장 나거나 그 밖의 사유로 차를 계속 정지 상태에 두는 것 또는 운전자가 차에서 떠나 즉시 그 차를 운전할 수 없는 상태에 두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물론 주차 후에 운전자를 폭행한다고 아예 처벌받지 않는 건 아니고 폭행죄나 상해죄로 처벌될 수 있음은 물론입니다. 특정범죄가중법으로 가중 처벌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차량이 정차된 건지 주차인지가 애매한 경우가 있는데요. 최근 대법원은 운전자폭행이 적용되는 정차 중인지 여부를 운전기사가 ‘차량을 계속적으로 운행할 의사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21도10243 판결). 사례를 보겠습니다.

서울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탄 A씨에게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고 말하자 버스기사에게 욕설을 하면서 폭행했고, 심지어 이를 만류하는 다른 버스 승객도 주먹으로 때렸습니다. 그런데 A씨가 버스기사를 폭행한 시점은 버스기사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후 이미 버스를 세운 후였습니다. A씨는 폭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미 차량이 세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운전자폭행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항변했지만, 대법원은 이런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대법원은 버스가 정차하고 2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폭행이 일어났고, 운전기사는 A씨만 하차하면 즉시 버스를 다시 운행할 예정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는데요. 결국 운전기사는 정차 중인 버스를 계속적인 운행할 의사였기 때문에 운전자폭행이 적용된다고 판단했습니다.

A씨에게는 이 사건으로 인해 징역 8월의 실형이 확정되었다고 합니다. 상해에 이르지 않는 운전자폭행도 벌금형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은 점에 비추어 보면 A씨의 형은 타 사건에 비해 이례적으로 중한 편으로 보입니다. 다만 A씨는 타 승객을 폭행한데다 코로나 시국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마스크 착용까지 거부한 점이 선고형을 정하는데 매우 불리하게 적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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