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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만 해도 지쳐쓰러지는 日여고생...알고보니 코로나 후유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학교에도 갈 수 없는 상태가 돼 버렸습니다."  

지난 8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됐던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의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은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강한 권태감과 미각 장애 등의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감염 당시엔 경증이었지만 회복 후에도 하루 종일 침대에서 누워 지내는 날이 많아 2학기에는 학교에 거의 가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 16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일본 도쿄의 시나가와역 구내를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6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일본 도쿄의 시나가와역 구내를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5월 코로나19에 걸렸던 아이치(愛知)현의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도 현기증 등의 증상이 1년 이상 계속되고 있다. 목욕만으로도 지쳐 쓰러질 정도로 피로감이 커 고등학교는 직접 출석하지 않아도 되는 통신제 학교를 택했다. 의사로부터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강한 권태감 등이 이어지는 신경면역계 질환 '근통성 뇌척수염·만성피로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22일자에 소개한 코로나19 후유증 사례들이다. 지난여름 코로나19 제5차 유행을 겪은 일본에서 젊은 세대의 '코로나 후유증'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젊은 층은 감염 당시엔 경증이나 무증상이 많았지만, 회복 뒤 후유증을 겪는 비율은 고령자층보다 높았다. 도쿄(東京)도 세타가야(世田谷)구가 11월 코로나19 감염 경험자 3710명을 조사한 데 따르면, 감염 후 후유증을 겪은 비율은 30대가 53%, 20대가 47%인데 비해 80대는 35%, 90대는 39%였다.

도쿄도가 집계한 10월 코로나19 후유증 상담 건수는 809건으로, 3월 말 창구 개설 후 누계 상담 건수에선 20대와 40대가 가장 많은 20%, 이어 30대가 17%를 차지했다. 오카야마(岡山)대학병원은 지난 2월부터 코로나 후유증 전문 외래진료를 시작했는데 올해 여름 5차 유행 이후 젊은 세대 환자가 증가했다.

"백신 접종하니 후유증 증상 일부 개선"

실제 코로나 후유증은 세계보건기구(WHO)도 인정하고 있다. WHO는 지난 10월 "감염 확인으로부터 3개월 이내 발병해, 2개월 이상 계속되며 다른 질병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증상"이라고 규정했다. 대표 증상은 권태감과 호흡 곤란, 기침, 미각·후각장애, 탈모, 사고능력 저하 등이다.

일본의 국립국제의료연구센터가 지난달 발표한 데 따르면 코로나에 완치됐다 회복된 환자 중 완치 6개월 이후에도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은 26.3%에 달했다. 반년 이후 후유증 증상으로 가장 많은 것은 후각 이상(7.7%)과 권태감(피로감·6.6%)이었다.

다음달부터 시작하는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을 앞두고 17일 일본 도쿄의 한 백신접종 센터에서 의료진이 회의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다음달부터 시작하는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을 앞두고 17일 일본 도쿄의 한 백신접종 센터에서 의료진이 회의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 후생노동성은 후유증 발병 사례 등을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 발병 메커니즘 등이 밝혀지지 않아 진단이나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사이타마(埼玉)현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일부 의료기관에 코로나19 후유증 외래 진료 센터를 마련하고 전화 상담 창구를 개설하는 등 후유증 관련 진료 체제 정비에 들어갔다.

영국 등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자 후유증 증상이 일부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교토(京都)대 우에노 히데키(上野英樹) 교수(면역학)는 마이니치에 "후유증 증상의 배후엔 면역이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면역을 자극하는 백신을 접종한 후 어떤 증상에 효과가 나타나는지 해명이 진행된다면 후유증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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