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가 또...이번엔 화산 인근에 '비트코인 도시' 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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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의 가상화폐 법정통화 채택국인 엘살바도르가 새로운 사회 실험에 돌입했다. 화산 지열 에너지를 이용해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이른바 ‘비트코인 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엘살바도르 미사타에서 폐막한 비트코인 행사에서 비트코인 도시 건설 계획을 밝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전날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엘살바도르 미사타에서 폐막한 중남미 비트코인‧블록체인 콘퍼런스에 참석해 세계 첫 비트코인 도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부켈레 대통령이 밝힌 도시 계획에 따르면 새로 건설되는 비트코인 도시는 가상화폐 채굴을 위한 전력 공급을 위해 지열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남부 태평양 연안의 콘차과 화산 인근에 세워진다. 복잡한 수학 연산을 통해 채굴되는 비트코인은 생산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이미 엘살바도르 정부는 자국 테카파 화산 지열발전소에서 비트코인 채굴 사업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지난 9월7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비트코인 법정통화 도입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비트코인 반대 문구를 적어 놓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또 비트코인 도시에는 투자 유치를 위해 10%의 부가가치세 외에는 재산세, 소득세, 급여세 등 다른 세금은 부과되지 않을 예정이다. 부가가치세의 절반을 지방채로 납부하고, 나머지 절반은 시설 유지 및 보수에 사용된다.

도시 중앙에는 비트코인 로고를 본뜬 대형 광장도 조성된다.

이날 콘퍼런스 현장에 야구 모자를 돌려쓰고 나타난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이 전 세계에 퍼지게 하려면 우리가 알렉산드리아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며 “비트코인 도시에는 주거지, 상업시설, 박물관, 공항 등이 모두 들어설 것이며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완전한 생태 도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이곳에 투자하고 원하는 만큼 돈을 벌어가라”고 말했다. 이날 부켈레 대통령과 함께 무대에 오른 블록체인 기술업체 블록스트림의 샘슨 마우 최고전략책임자(CSO)도 채권 발행 계획을 설명하며 “엘살바도르는 세계의 금융 중심지, 중남미의 싱가포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도시 건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내년 10억 달러(1조1876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미국 등에 있는 이민자들이 본국으로 보내는 자금의 규모가 국가 국내총생산(GDP)의 24% 이상을 차지하는 엘살바도르는 이민자들의 본국 자금 송금이 편리해지고, 경제도 활성화될 것이라며 지난 9월 7일부터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했다.

이후 정부는 가상화폐 활성화를 위해 전국에 200대 이상의 비트코인 ATM(현금자동입출금기)를 설치하고, 자체 개발한 가상화폐 지갑 ‘치보’(Chivo)를 사용하는 국민에게 30달러(약 3만5000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무료로 지급하기도 했다.

지난달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나이브 부켈레 정부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EPA=연합뉴스]

다만 엘살바도르 국내에선 가격 변동성이 지나치게 높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지난달 17일엔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대법관을 무더기로 해임하고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채택한 부켈레 대통령을 향해 “독재자를 제거하자”는 약 4000명의 거리 행진이 일어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