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참고 이겨냈다... 모든 걸 가져간 골퍼 고진영

중앙일보

입력 2021.11.22 11:57

LPGA 투어 올해의 선수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고진영. [AFP=연합뉴스]

LPGA 투어 올해의 선수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고진영. [AFP=연합뉴스]

 “고진영의 쇼가 펼쳐졌다. 뒤에서 구경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었다”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2연패
올해의 선수-상금왕 등 주요 타이틀 석권
“배 위에서 감자튀김과 넷플릭스 즐기고파”

22일(한국시간)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마친 뒤, 넬리 코다(23·미국)는 이 대회 정상에 오른 고진영(26)과 동반 플레이를 하고서 이렇게 말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신들린 샷 감각과 퍼트로 9타를 줄인 고진영은 추격자들에게 한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았다. 1~4라운드 합계 23언더파를 기록한 고진영은 하타오카 나사(일본·22언더파)를 제치고 지난해에 이어 이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이후 1달 만에 시즌 5승을 달성했다.

여자 골프 대회에서 가장 많은 우승 상금(150만 달러·약 17억8500만원)을 챙긴 고진영은 다양한 개인 타이틀을 따냈다. 올 시즌 350만2161 달러(41억6000만원)의 상금을 벌어들인 그는 2019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 3년 연속 시즌 상금왕에 올랐다. 3연속 상금왕은 2006~2008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이후 처음이다. 또 올해의 선수상과 시즌 성적을 환산해 매기는 레이스 투 CME 글로브 포인트 등도 석권했다. 모두 넬리 코다와 경쟁에서 이겨낸 결과였다.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수상한 베어 트로피(시즌 최저타수상)를 제외하곤 고진영이 모든 걸 가져갔다.

우승한 뒤 대회와 시즌을 돌아본 고진영은 “다시 우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시즌 4승을 달성했던) 2019년보다 더 달콤한 기분이다”고 말했다. 올해 고진영에게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지난 3월 그의 할머니가 별세하는 아픔을 겪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고진영은 한국에 가지 못했고, 한동안 마음을 다잡지 못했다. 지난 8월엔 도쿄올림픽에 출전했지만 목표였던 금메달 대신 공동 9위로 아쉽게 마쳤다.

지난 5월부터는 왼 손목 통증과 싸웠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연습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정도였다. 대회 1라운드를 치르는 도중엔 손목 부위가 너무 아파서 눈물을 흘렸다. 그의 캐디 데이비드 브루커(영국)가 “이번이 전부가 아니다. 기권해도 좋다”고 고진영에게 권하기도 했다.

넬리 코다(왼쪽)와 개인 타이틀 경쟁을 이겨낸 고진영. [AFP=연합뉴스]

넬리 코다(왼쪽)와 개인 타이틀 경쟁을 이겨낸 고진영. [AFP=연합뉴스]

그러나 고진영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팠지만 기권하고 싶진 않았다”고 했다. 이번 대회 반환점을 돌면서 고진영은 거짓말처럼 일어섰다. 3라운드에서 7개 홀 연속 버디로 단번에 공동 선두에 나섰다. 최종 라운드에선 드라이브샷 정확도와 그린 적중률 모두 100%였다. 시즌 최종전에서 보였던 퍼포먼스처럼 고진영은 올해 반전을 이뤘다. 상반기(1~6월)엔 우승이 없었지만 하반기(7~11월)에만 5승을 쓸어담았다. 코다와의 우승 싸움, 개인 타이틀 경쟁을 모두 이겨낸 고진영은 “코다보다 내가 조금 더 운이 좋았다”며 겸손해했다.

고진영은 “어느 해보다 감정 기복이 심해 울기도 정말 많이 울었다. 그래도 캐디, 매니저 등 좋은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2019년부터 고진영과 함께 한 캐디 브루커는 심리적인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또한번 정상을 이끌었다. 고진영이 LPGA 투어에서 거둔 12승 중 10승을 브루커가 도왔다. 이번 시즌 도중 국내 훈련에서 안정적인 스윙 변화를 도운 이시우 코치, 멘털 관리를 맡은 정그린 코치, 성공적인 미국 정착을 도운 매니저 최수진 씨도 고진영의 든든한 도우미들이다.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을 확정한 뒤 기뻐하는 고진영. [AP=연합뉴스]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을 확정한 뒤 기뻐하는 고진영. [AP=연합뉴스]

성공적인 한 시즌을 마친 고진영은 23일 오후 귀국한다. “아직 내년 일정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던 고진영은 “당분간은 골프채를 멀리 놓고 골프 생각을 안 할 것이다. 배 위에서 감자 튀김을 올려놓고 넷플릭스를 보고 싶다.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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