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강주안의 시선

박범계ㆍ김오수까지 도와야 특검 성공한다

중앙일보

입력 2021.11.22 00:36

업데이트 2021.11.2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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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강주안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계좌든 사람이든 모두 뒤질 겁니다.”

2003년 말 대검찰청 간부가 이런 말을 던졌다. 노무현 정부 출범 1년이 채 안 된 시점에서 대검 중수부는 강금원 씨 등 노 대통령 측근을 줄소환하고 연일 자택과 회사를 압수수색했다.

불법 대선자금의 척결을 바라는 국민의 염원이 있었지만, 검찰 내부적으로는 곧 시작될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을 의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특검에게 흠 잡히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대통령의 왼팔로 불리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구속했고 오른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기소했다.

검찰의 겁 없는 수사 덕분인지 특검 수사에선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추가 비리 이외엔 신통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특검 대비하는 검찰 '극과 극'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요구로 특검이 가시화하는 요즘 상황은 2003년 말과 대조적이다. 특검 논의가 계속됐지만, 대장동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에선 검사와 수사관의 코로나19 집단 확진 소식이 들리고 ‘쪼개기 회식’으로 수사 간부가 교체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이미 검찰 수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어떤 결과가 나와도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렵다“(김경수 전 대구고검장)는 우려는 진작부터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어제 ”쌍특검 법안 논의에 착수하라“고 촉구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 중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관련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 요구 목소리도 커진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글로벌인재포럼2021 행사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글로벌인재포럼2021 행사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안을 특검에 맡기자는 주장은 수사 구조 개혁의 관점에서 보면 모순에 가깝다. 공수처 출범의 이유 중 하나가 특검 수사의 한계 때문에 공정한 수사기관을 만들자는 취지다. 그런데 민주당이 야당의 의견을 묵살하고 공수처법을 일방 통과시키면서 중립의 명분이 무너진 데 이어 공수처가 무리한 수사로 망신을 당하면서 도리어 특검의 검증을 받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DJ 이후 전직 대통령 모두 특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로 모든 전직 대통령은 특검 수사를 피해 가지 못했다. 퇴임 직후 김 전 대통령은 대북송금 특검 수사와 뒤이은 현대 비자금 수사로 최측근인 권노갑 전 의원과 박지원 국정원장이 구속되는 아픔을 겪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저서 『문재인의 운명』에서 대북송금 특검을 수용한 이유에 대해 ‘특검은 법안 자체에 의해 수사의 목적과 범위가 특정’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수사는 생물이어서 파장은 길게 갔다.

시기적으로 보면 지금 두 대선후보 앞에 놓인 특검 요구는 이명박 전 대통령 때와 비슷하다. 대선 후보 시절 불거진 다스 차명 보유 의혹 등을 수사한 BBK 특검은 면죄부를 줬다. 그러나 2018년 다스에 대한 검찰 수사로 중형을 받으면서 특검 수사가 체면을 구겼다.

이번 특검 역시 차기 대통령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점이지만 무력했던 BBK 특검의 전철을 밟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수사 범위 등 여야 협상 ‘산 넘어 산’

민주당에선 대장동 의혹에서 파생된 윤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관련 의혹도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전직 검찰 고위 간부는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윤 후보가 직접 수사한 사안이기 때문에 특검 수사 범위에 포함되면 오히려 야당이 불리해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야당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겹겹의 난관을 돌파해 여야가 특검에 합의해도 수사에 참여할 검사를 인선하는 관문이 남는다. 특검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공통으로 특검팀에 파견되는 검사가 수사의 성패에 가른다고 말한다. 드루킹 수사에서 특검보를 맡았던 박상융 변호사는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들이 의지를 갖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성과가 날 수 있었다“며 ”법무부와 대검이 파견하는 수사팀장 등 검사의 면면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5년 전인 2016년 12월 1일 ‘최순실 특검팀’을 이끌게 된 박영수 전 특검은 수사팀장으로 윤석열 당시 대구고검 검사를 선택했다. 이들은 가장 묵직한 성과를 낸 특검팀으로 꼽힌다.

지금 민주당에선 윤 후보와 박 전 특검을 이번 특검의 수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를 특검의 사정거리 밖에 두려고 안간힘을 쓴다.

법무부ㆍ대검, 유능한 검사 파견해야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파견하는 검사가 특검 수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금까지 두 사람은 정권에 편향적으로 수사를 이끌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특검 수사는 차기 정부의 5년과 그 이후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립적이고 유능한 수사 인력을 선별해 대선이 네거티브 일색으로 흐르는 상황을 차단하기 바란다.

강주안 논설위원

강주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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