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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모유올리고당, 아기의 장 튼튼하게 하고 면역력 높여주는 핵심 영양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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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유의 재발견

‘하늘이 내린 최상의 음식’으로 칭송받는 영양 물질이 바로 모유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적의 성장과 발달, 건강을 성취하려면 아기에게 첫 6개월 동안은 ‘완전 모유 수유’를 권장한다. 모유의 건강 효과는 지난 40년간 국내외 다수 연구에서 꾸준히 입증됐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기능·성분도 적지 않다. 최근엔 모유 속 ‘모유올리고당(HMO)’의 건강 효과가 속속 입증되고 있다. 모유 연구의 권위자로 평가받는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서정완 교수에게서 모유 수유의 중요성과 모유올리고당의 특장점에 대해 들었다.

서정완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모유 속 2’-FL 등 모유올리고당이 장내 산도를 유지해 장 점막을 보호하고 병원균의 정착을 막아 면역력을 높여준다고 강조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서정완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모유 속 2’-FL 등 모유올리고당이 장내 산도를 유지해 장 점막을 보호하고 병원균의 정착을 막아 면역력을 높여준다고 강조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모유 수유가 중요한 이유는 모유가 가진 두 가지 기능 때문이다. 첫째는 ‘영양 공급’이다. 서 교수는 “모유는 생후 첫 수개월간 아기에게 완벽한 영양을 제공한다”며 “아기의 발달 과정에 따라 모유 속 영양소의 종류, 배합 비율이 달라져 아기에겐 시기별 최상의 맞춤 식단이 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생후 4~5일까지 나오는 초유에는 아기에게 필요한 항산화 영양소인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다. 초유가 노란색을 띠는 것도 그래서다. 또 면역인자를 늘리기 위해 단백질이 많고 탄수화물·지방은 적다.

초유 이후의 성숙유에는 뼈 성장을 위해 칼슘·마그네슘이 늘어난다. 모유 한 끼에도 특별 레시피가 숨어 있다. 아기가 젖을 물고 5~6분간 빠는 전유(前乳)에는 아기의 목을 축이고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수분·유당(탄수화물 일종)이 많고, 그 이후의 후유(後乳)에는 아기의 성장을 돕고 포만감을 극대화하는 단백질·지방이 많다. 서 교수는 “아기가 모유를 먹고 잠들기 쉬운 것도 후유 속 지방 섭취로 인한 포만감 덕분”이라고 언급했다.

생후 24개월까지 모유 먹으면 좋아  

모유의 두 번째 기능은 ‘면역 작용’이다. 실제로 모유를 먹고 자란 아기의 면역 방어기전이 분유만 먹고 자란 아기보다 우수해 중이염·요로감염 등의 발병률이 낮고 당뇨병, 알레르기 질환 등 만성질환을 예방한다는 연구결과가 다수 나와 있다. 서 교수는 “사람의 면역 체계는 생후 2년간 꾸준히 발달하고 장내 면역력은 생후 4~6개월에 어느 정도 자리 잡으므로 생후 6개월까지는 완전 모유 수유를, 생후 24개월까지는 이유식과 모유를 병용하길 권한다”고 강조했다.

모유 속엔 면역력을 담당하는 ‘일꾼’이 있다. 대식세포·면역글로불린·락토페린·모유올리고당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대식세포는 모유 속 전체 세포의 90%를 차지하는데, 항원을 먹어치우는 식세포 기능을 발휘한다. 면역글로불린(항체)은 모든 종류(IgA·G·M·D·E)가 모유에 들어 있지만, 그중 90%를 차지하는 것은 IgA다. IgA는 점막 면역력을 담당하며, 출산 후 1년 내내 모유에 녹아 나온다. 락토페린은 모유 단백의 10~15%를 구성하는데, 장에서 철과 결합해 장 점막을 활성산소의 공격으로부터 막아내고 세균·바이러스를 물리친다.

요즘 주목받는 모유올리고당은 사람의 모유 속 모든 올리고당을 총칭하는데, 모유에서 유당·지방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영양 성분이다. 서 교수는 “모유 1L당 모유올리고당은 5~15g으로, 우유 올리고당(0.05g 미만)보다 100배 이상 많다”고 말했다.

모유올리고당은 면역 세포가 많은 장내 환경을 튼튼하게 관리한다. 우선 모유올리고당 자체가 장내 유익균인 비피도박테리움의 먹이로 희생돼 비피도박테리움이 장에 오래 머물게 한다. 또 모유올리고당은 유해균에 착 달라붙어 유해균이 장내 점막 표면에 정착하지 못하게 한다. 모유올리고당은 백혈구 일종인 림프구의 면역 기능과 염증성 사이토카인(염증 반응에 깊이 관여하는 면역 조절 단백질)의 분비를 조절해 면역력을 관리한다. 실제로 모유 속 모유올리고당 농도가 짙을수록 생후 6·12주 영아의 호흡기 문제가 줄었다는 보고도 있다.

모유올리고당은 유당(포도당·갈락토스 결합체)에 N-아세틸글루코사민·푸코스·시알산·포도당·갈락토스가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한 구조물이다. 그중 갈락토스의 2번째 탄소 사슬에 푸코스(당류의 일종)가 붙었다고 해서 이름 지은 2’-O-푸코실락토스(이하 2’-FL, 투에프엘)는 모유올리고당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은 성분이다. 서 교수는 “모유올리고당 중에서도 2’-FL이 장내 유익균인 비피도박테리움의 성장을 돕고, 유해균의 장 점막 정착을 막는 데다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를 조절해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입증됐다”고 말했다.

2’-FL 넣은 분유도 면역력 증진 도와 

다수의 연구에서 모유의 2FL의 건강 효과가 입증됐다. 미국에서 생후5일 된 아기 424명을 대상으로 4개월간 2FL 등 모유올리고당이 든 분유를 먹였더니 기존 분유를 먹인 영아보다 TNF-알파, 인터페론 감마 등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농도가 29~83% 줄었다. 이는 모유를 먹고 자란 아기의 면역 조절 기능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모유만 한 분유는 없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모유 수유를 할 수 없다면 분유의 영양 성분을 따져보고, 기왕이면 모유올리고당 등 모유의 장점을 최대한 많이 반영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선 최근 모유올리고당 속 2FL을 국내 최초로 배합한 분유 제품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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