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플레 압박에, Fed 2인자 “테이퍼링 속도 높여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주요 인사들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당겨 내년 3~4월에 끝내야 한다는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이들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생각보다 심각하고,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Fed가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처드 클라리다

리처드 클라리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Fed 2인자인 리처드 클라리다 Fed 부의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이 있다”며 “데이터를 유심히 본 뒤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 속도를 높일지 논의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도 금융안정센터(CFS)가 주최한 행사에서 “노동시장이 빠르게 개선되고 인플레이션 수치가 악화하면서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고 (통화) 완화 조치를 내년에 더 빨리 제거하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고 발언했다. 지난 18일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도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크리스토퍼 월러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3일 “이달 말부터 매달 국채 1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50억 달러 등 총 150억 달러씩 단계적으로 자산매입량을 줄인다”며 테이퍼링 개시를 발표했다. Fed는 지난해 3월부터 국채(800억 달러)와 MBS(400억 달러) 등 총 1200억 달러의 채권을 매달 사들이며 시중에 돈을 풀어 왔다. 이 계산대로라면 내년 6월이면 테이퍼링이 종료된다.

Fed 인사들의 잇따른 발언은 신속하게 인플레이션 잡기에 나서려 하는 Fed 내 일부 움직임을 보여준다.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도 커졌다는 평가다. FT는 “테이퍼링이 빨리 끝나면 금리 인상 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월러 이사는 “테이퍼링을 빠르게 진행해야 Fed가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는 선택지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금리인상 시점이 당초보다 빠른 내년 3월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월러 이사도 “테이퍼링이 내년 1분기 말 종료돼야 한다”며 “테이퍼링이 끝난 뒤 Fed가 금리를 올리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면 그 시점은 2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달 중순 나오는 11월 개인소비지출(PCE) 지수와 다음 달 초 나오는 11월 노동부의 고용보고서 결과 등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운다면, 12월 FOMC에서 조기 테이퍼링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