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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타워 점등·호외 발행…MVP 오타니로 들썩인 일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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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오타니의 최우수선수 수상 소식을 담은 호외가 19일 도쿄 거리에 뿌려졌다. [AP=연합뉴스]

오타니의 최우수선수 수상 소식을 담은 호외가 19일 도쿄 거리에 뿌려졌다. [AP=연합뉴스]

지난 19일 오후 5시 17분. 일본 도쿄의 랜드마크인 도쿄타워가 갑자기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그 위로 곧 ‘축(祝) 17’이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17’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뛰고 있는 일본인 선수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의 등 번호다. 그는 이날 만장일치로 MLB 아메리칸리그(AL)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이 역사적인 수상을 기념하기 위해 도쿄타워가 ‘17시 17분’에 에인절스의 상징색을 점등하는 축하 이벤트를 펼쳤다.

오타니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야구선수다. 투수나 타자 중 하나만 해도 성공하기 어려운 MLB에서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면서 둘 다 잘했다. 투수로 23경기에서 130과 3분의 1이닝을 던져 9승 2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타자로는 155경기에서 타율 0.257, 홈런 46개, 100타점, 103득점, 도루 25개를 해냈다. 한 선수가 100이닝 투구-100탈삼진-100안타-100타점-100득점을 동시 달성한 건 150년 가까운 MLB 역사를 통틀어도 처음이다. 이 기록은 오타니의 MVP 수상이 발표되던 날, 기네스 공인 세계기록으로 인정받았다.

MVP 수상에 이견은 없었다. 오타니는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투표에서 1위 표 30장을 싹쓸이했다. AL 역대 11번째 만장일치. 팀 동료인 마이크 트라우트(2014년) 이후 7년 만이다. 일본인 선수로는 2001년의 스즈키 이치로에 이어 20년 만에 MLB에서 MVP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일본은 난리가 났다. 그의 고향 이와테현의 이와테 니포 신문사는 오타니의 수상 소식을 담은 호외 5만부를 제작했다. 아즈마네 지마오 사장이 직접 거리에 나와 시민들에게 호외를 돌렸다. 지역의 축제를 방불케한 행사였다. 닛칸스포츠는 오타니가 올 시즌 친 홈런 46개의 구종, 구속, 비거리, 타구 속도와 각도를 정밀 분석한 기사를 실었다.

오타니의 고교(하나마키 히가시고) 시절 은사인 사사키 히로시 감독은 데일리스포츠와 인터뷰했다. 사사키 감독은 “오타니는 고교 시절부터 ‘세계 최고 선수’와 ‘투타 겸업의 개척자’를 목표로 훈련했다”며 “오타니는 학업도 충실히 하면서 각 과목 평균 85점 이상을 받았다. 교내에서 항상 쓰레기를 줍는 모습이 보였을 만큼 인성도 훌륭했다”고 귀띔했다.

일찌감치 원대한 포부를 품었던 고교 시절의 오타니는 자신의 인생 계획표에 ‘27세 MVP 수상’을 적어넣었다. 그 희망은 거짓말처럼 현실이 됐다. 그는 ‘넘버 원’을 넘어 세계가 인정하는 ‘온리 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열도를 뒤집은 주인공은 정작 수상 당일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다음날 평소처럼 훈련했다. 오타니는 “선수로서 최고 기량을 펼칠 수 있는 나이에는 한계가 있다. 매년 조금씩 다가오고 있고, 앞으로 5~7년 정도 남았다. 하루하루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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