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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에 넷플 전세계 1위 '지옥'...연상호 감독 "예상 못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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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홍길동, 너는 ㅇ월 ㅇ일 ㅇㅇ시에 죽는다'. 허공에 느닷없이 나타난 괴생명체가 내뱉는 이 '예언'이 '지옥'의 줄거리를 이끈다. 이 '예언'은 실제로 실현된다. 사진 넷플릭스

'홍길동, 너는 ㅇ월 ㅇ일 ㅇㅇ시에 죽는다'. 허공에 느닷없이 나타난 괴생명체가 내뱉는 이 '예언'이 '지옥'의 줄거리를 이끈다. 이 '예언'은 실제로 실현된다. 사진 넷플릭스

 "전혀 예상을 못 했어요. 이렇게 빨리 1위를 할 줄은…. 미국 시장 기대작이던 ‘카우보이 비밥' 등도 같은 날 공개돼서 1위는 어렵겠다 했는데, 확실히 한국 콘텐트에 관심이 많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넷플릭스 공개 하루 만에 전 세계 인기 정상에 오른 '지옥'의 연출자 겸 각본가 연상호 감독의 말이다. 19일 공개된 '지옥'은 곧바로 20일 플릭스패트롤의 집계에서 전 세계 넷플릭스 TV시리즈 부문 인기 1위를 기록했다. 영화·드라마를 합쳐 한국산 콘텐트 가운데 역대 가장 빠른 속도다. 앞서 '오징어 게임'은 공개 8일 만에 1위에 올랐다. '지옥'이 1위를 차지하면서 '오징어 게임'은 2위가 됐고, KBS 로맨스 사극 '연모'가 9위에 올라 한국산 콘텐트 세 편이 10위권에 들었다. '지옥'은 20일 기준 84개국에 공개돼 한국 등 24개국에서 1위에 올라있다.

19일 공개, 다음날 넷플릭스 인기 1위 #'오징어 게임' 보다 빠른 속도 #"삶과 죽음, 죄와 벌, 인간다움.... #보편적인 주제가 소구력 발휘한 듯"

넷플릭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20일 '지옥'은 '오징어 게임'을 제치고 글로벌 TV쇼 부문 1위에 올랐다. 플릭스 패트롤 캡쳐

넷플릭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20일 '지옥'은 '오징어 게임'을 제치고 글로벌 TV쇼 부문 1위에 올랐다. 플릭스 패트롤 캡쳐

 '지옥'은 초자연적이고 충격적인 설정부터 눈길을 끈다. 정체불명의 괴물이 특정인에게 나타나 죽을 시간과 지옥행을 고지하고, 고지한 때가 되면 또 다른 괴물들이 나타나 실제 죽음이 벌어진다. 이런 죽음을 죄에 대한 신의 벌이라 주장하는 유사종교집단 '새진리회'가 득세하고, 사람이 죽는 장면을 실시간 생중계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과연 이것이 신의 벌인지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지옥'은 평론가 지수 100%, 이용자 지수 89%를 기록해 초반 평가도 좋은 편이다. 해외 평론가들은 "(유명 호러영화 감독) 클라이브 바커, '다빈치코드', '링'을 섞은 것 같다"(영국 매체 데일리 텔레그래프), "초반의 전개는 느리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경찰물, 폭력적인 호러, 인간의 결함, 죄, 도덕성, 정의와 미디어의 영향력에 관한 뒤섞인 생각들로 흐른다"(호주 매체 더 에이지) 등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21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연상호 감독은 "삶과 죽음, 죄와 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 보편적 주제를 다룬 점, 인간다움과 휴머니즘을 다룬 것이 공감을 사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작은 연상호 감독이 글을 쓰고, '송곳'의 최규석 작가가 그림을 그린 동명의 웹툰이다. 영화 '부산행''반도' 등으로 한국형 좀비물의 위력을 전 세계 알린 연상호 감독은 "웹툰 작업 때도 영상화를 고려해 기존에 제가 시나리오를 쓰던 방식으로 대본을 썼다"며 "최규석 작가는 그전 작품들도 워낙 영화적인 방식으로 연출하는 만화가"라고 전했다. 넷플릭스 시리즈에는 두 사람이 공동 각본가로 이름을 올렸다.

새진리회가 득세한 뒤에는 새진리회 교당에서 죽음을 생중계한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기부자들이 앞줄에 앉아 현장을 직관하고, 사제들은 생방송 시청률을 체크한다. 사진 넷플릭스

새진리회가 득세한 뒤에는 새진리회 교당에서 죽음을 생중계한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기부자들이 앞줄에 앉아 현장을 직관하고, 사제들은 생방송 시청률을 체크한다. 사진 넷플릭스

 '지옥'이 최단 시간 만에 정상에 오르면서 '오징어 게임'처럼 지속적으로 인기를 누릴 지도 관심이 모인다. 생존게임의 단계에 따라 전개된 '오징어 게임'과 달리 '지옥'은 유아인이 연기하는 '새진리회' 초대 의장을 비롯해 양익준·박정민·김현주가 각각 연기한 형사·PD·변호사 등의 주요 캐릭터가 다층적으로 얽혀 전개된다.

 허남웅 평론가는 "인간에게 일어나는 일들의 원인을 찾으려고 하면서 시작되는 지옥을 그린 게 연상호의 세계관이고, 웹툰을 그대로 잘 구현한 느낌"이라며 특히 극 중 '저는 신이 어떤 놈인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어요. 제가 확실히 아는 건 여긴 인간들의 세상이라는 겁니다. 인간들의 세상은 인간들이 알아서 해야죠'라는 대사를 두고 "연상호 감독의 메시지가 압축된 대사"라고 짚었다. 다만 정덕현 평론가는 "'죽음'을 구현하기 전 괴물들이 인간을 폭행하고, 인간이 인간에게 폭력을 가하는 장면 등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고 지적했다.

새진리회 캠페인 다큐를 제작하기 위한 회의에서 유일하게 물음표를 제기하는 건 박정민이 맡은 배영재 PD다. 사진 넷플릭스

새진리회 캠페인 다큐를 제작하기 위한 회의에서 유일하게 물음표를 제기하는 건 박정민이 맡은 배영재 PD다. 사진 넷플릭스

 6부작인 '지옥'은 1~3편은 유아인과 양익준이, 4~6편은 김현주와 박정민이 극을 이끈다. 마지막엔 뜻밖의 결말로 공공연히 시즌2를 예고한다. 정덕현 평론가는 "특정 인물의 시각에서 보는 서사가 아니라 괴생명체의 등장 이후 인간들의 반응을 그려낸 스토리를 거쳐 가는 사람들을 쭉 비추는 구조"라며 "전체를 꿰뚫는 주인공이 없고, 주요 인물이 계속 변하며 이야기가 이어지는 특이한 구조인 데다 이 세계관을 6화로 풀어내기는 힘들기 때문에 시즌2는 자연스러운 전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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