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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인권문제 직면한 베이징올림픽, 유럽도 보이콧 검토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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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권을 문제 삼아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시사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서방국가들이 잇따라 동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보리스 존슨 총리가 베이징 올림픽을 외교적 보이콧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날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는 ‘베이징 올림픽: 불가피한 인권 문제’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프랑스 정부도 중국의 인권문제 대응 차원에서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르몽드는 지난 2일 중국 지도급 인사에 대한 ‘미투’ 폭로 후 실종설이 제기된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35·彭帥) 사건이 서방국의 외교적 보이콧 논의에 촉매제가 됐다고 정조준했다.

지난 2일 장가오리 중국 전 부총리와 불륜 관계를 폭로한 중국 테니스 국가대표 선수 펑솨이(彭帥). [트위터 캡처]

지난 2일 장가오리 중국 전 부총리와 불륜 관계를 폭로한 중국 테니스 국가대표 선수 펑솨이(彭帥). [트위터 캡처]

르 몽드는 사설에서 “정부 비판자를 침묵시키려는 중국이 국제대회를 개최하겠다고 주장해선 안 된다”며 펑솨이 사건을 자세히 전했다. 공산당 편에 서지 않거나 이익을 해치는 사람들을 제거하는 중국 당국의 고전적 관행이 그대로 드러난 사례라면서다.

펑솨이는 지난 2일 중국의 장가오리(張高麗·75) 전 국무원 부총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올린 뒤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글은 삭제됐고, 웨이보에서 그의 계정은 검색이 차단됐다. 중국 관영 언론은 펑솨이가 스티브 사이먼 여자프로 테니스(WTA) 투어 의장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며 그의 실종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국제 사회는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그의 안전을 확인할 증거를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르 몽드는 “펑솨이의 폭로는 즉각적인 검열을 받았고, 중국 언론은 침묵했다”면서 “펑솨이처럼 국민적 영웅으로 칭송되던 선수일지라도 중국 고위 인사를 공격하는 행위는 최악의 문제에 직면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에서 그간 ‘미투’ 폭로는 가부장제를 위협하는 일로 여겨져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면서 “성폭행 피해자들이 유리한 판결을 받기 어려운 중국에서, 펑솨이의 실종은 예견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프랑스 일간지 20일(현지시간) 온라인판에 게재한 사설. [홈페이지 캡처]

프랑스 일간지 20일(현지시간) 온라인판에 게재한 사설. [홈페이지 캡처]

다만 이번엔 베이징 올림픽을 두 달 앞두고 발생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게 르몽드의 지적이다. 가뜩이나 중국 인권 문제로 국제사회 비판이 거센 가운데 이번 사건으로 스포츠계까지 등을 돌리면 올림픽 성공 개최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유엔을 비롯해 백악관, 미국 의회에서는 펑솨이의 안전을 입증할 증거를 요구하고 있다. 국제 스포츠 단체들도 강경한 입장이다. 스티브 사이먼 여자프로테니스(WTA) 회장은 “펑솨이의 성폭행 주장이 제대로 조사되지 않는다면 수억 달러에 달하는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이번 사건이 베이징 올림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신화=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신화=연합뉴스

신문은 이런 반응을 전하며 “(국제 사회가) 베이징 올림픽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여전히 선택사항으로 남아있다”며 “구시대적 발상으로 선수들을 침묵시키는 중국이 국제 대회 개최를 주장해선 안 된다”고 거듭 주장했다.

더욱이 이번 상황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의 분위기와 다르다고 했다. 신문은 “13년 전 미국과 유럽은 중국의 경제 성장과 발전 속도를 낙관적으로 평가했고, 정치적 개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믿었다”며 “하지만 현재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주도의 권위주의 정권에 서구의 환상은 산산이 부서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인권침해에 항의하기 위해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고려했고, 그 계획이 현실로 옮겨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유럽도 신속하게 보이콧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 보이콧은 올림픽에 미국 선수단은 파견하되 정부 관료나 정치인으로 구성된 정부 사절단은 불참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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