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백악관 찍고 실리콘밸리로…20조 투자, 이재용 직접 날아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삼성전자가 미국에 170억 달러(약 20조원)를 들여 조성 예정인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 계획을 이번 주중에 발표할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백악관 고위 관계자와 연방의회 핵심 의원을 잇달아 만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만났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만났다. [사진 삼성전자]

이르면 22~23일께 美 투자계획 발표

2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 중인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백악관을 찾아 조 바이든 정부의 핵심 관계자와 면담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이 부회장 등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이슈 및 해결방안 ▶공급망 문제 해결을 위한 삼성의 역할 ▶연방정부 차원의 반도체 투자 기업에 대한 세제·인프라 지원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이 밖에도 5세대(5G) 네트워크와 바이오 등 미래 사업을 중심으로 한·미 정부와 민간의 전략적 협력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 따르면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외국의 기업 대표를 개별적으로 초청해 면담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미 의회·백악관 핵심 관계자 잇달아 면담

이재용 부회장 광폭 행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재용 부회장 광폭 행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 부회장은 전날인 18일에는 미 연방의회 의원들과 만나 ‘반도체 인센티브 법안(반도체생산촉진법·CHIPS Act)’ 통과 등에 대해 협조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투자할 때 차등 없이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법안 내용에 대해 연방 하원이 반대하고 있는 상태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부회장이 바이든 정부의 핵심 인사와 만나 미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하는 한편 (생산기지와 거대 시장을 보유한) 중국에 대한 이해를 당부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 갈등 상황과 삼성전자의 행보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민간 외교관’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공장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공장 [사진 삼성전자]

20일엔 서부로 날아가 MS·아마존 방문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때 미국에 기존 텍사스주 오스틴공장에 이어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는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낙점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테일러시는 현 오스틴공장에서 40분가량 떨어진 곳으로, 최근 2억9200만달러(약 3400억원) 규모의 세금 감면 인센티브를 의결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을 만난 미 의회 소식통은 “공장 후보지를 압축해 이번 주중에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내 재계 소식통은 “삼성이 이르면 22~23일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이튿날인 20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하루 만에 동·서부를 횡단하는 ‘광폭 행보’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반도체와 모바일은 물론 가상·증강현실(VR·AR), 메타버스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협력과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장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2018년 한국을 방문한 나델라 CEO와 만나 인공지능(AI)·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에 대한 공조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버라이즌 본사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한스 베스트베리 CEO. [사진 삼성전자]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버라이즌 본사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한스 베스트베리 CEO. [사진 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이어 아마존을 방문해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등 차세대 유망 산업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아마존은 삼성전자 스마트TV에 AI ‘알렉사’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지난 14일 출국 후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설립자(16일 매사추세츠주),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17일 뉴저지주), 미국 연방의원(18일), 백악관 고위 관계자(19일 워싱턴 DC),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20일 워싱턴주) 등과 회동을 이어가고 있다.

“더 적극적으로 ‘민간 외교관’ 역할 해야”

재계는 2016년 이후 5년 만에 미국 출장에 나선 이 부회장이 미국 정·재계를 오가며 ‘민간 외교’와 ‘미래 먹거리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풀이했다. 재계 관계자는 “단순한 동향 점검이 아니라 삼성의 미래 먹거리와 비전에 대한 고민과 구상이 담긴 듯하다”고 풀이했다. 삼성은 지난 8월 향후 3년간 240조원을 반도체·바이오·AI 등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명현 교수는 “가석방의 이유가 국가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이었던 만큼 이 부회장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보다 적극적인 경영 활동과 외교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