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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낭비, 중단해야"…오세훈 '서울런' 113억 예산통과 난관

중앙일보

입력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인 저소득층 무료 인강 지원사업 ‘서울런’이 난관에 봉착했다. 시범 사업 3개월째 접어들었지만, 내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사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시의회로부터 나오고 있어서다.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내년 서울런 구축과 운영에 113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시정질문과 각종 토론회 등을 통해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예산안을 대폭 삭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①"인당 54만원? 예산 과도하다"

지난 8월 시범 사업을 시작한 서울런은 원안에서 대폭 삭감된 36억 원의 예산만 투입됐다. 하지만 민주당 최정순 시의원은 "교육 대상자 및 참여자에 비해 너무 많은 예산이 투입됐다"고 주장했다. 36억 원을 10월 말 기준으로 실제 서울런에 가입한 학생 6600여명으로 나누면 1인당 54만원의 예산이 쓰이는데 효용가치에 비해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김경 민주당 시의원은 '1타 강사'의 강의는 무료이지만 수십만 원의 교재비는 거의 지원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시가 올해 광고비로 16억원을 별도로 사용한 것도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시정질문에서 "현재 1인당 2만원 정도 교재비를 일부 지원하고 있다"며 "다음 학기부터는 기부금을 받아 교재비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②"멘토들 대거 포기…지속 어려워"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가입 대상인 11만명 중 실제 가입자는 5.8%(6600명)에 불과하고, 평균 진도율도 30%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비슷한 서비스인 강남구의 '강남인강'의 이용률은 4%로, 아직 시작 단계인 걸 감안하면 서울런 서비스 참여율이 절대적으로 낮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서비스 대상 학생의 10% 참여를 일차적인 목표로 잡고 있다.

서울런의 핵심 서비스 중 하나로, 인강 수강 학생들을 대학생들이 소통하며 관리해주는 '멘토링'도 지속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시의회는 지적했다. 시의회에 르면 10월 말 기준으로 멘토 539명 중 95명(17.6%)가 중도 포기했고, 멘티는 274명이 중도포기한 상태다. 멘토단들이 받는 활동비가 적고 교육부에서 하는 멘토링 서비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게 시의회의 분석이다.

③"교육부, EBS와 중복 사업"

서울런을 통해 링크된 인강 사이트 캡처

서울런을 통해 링크된 인강 사이트 캡처

서울런이 교육부나 EBS 등 타 기관과 중복되는 사업이라는 비판은 사업 초기부터 나왔다. 시의회 예산 삭감의 주된 근거이기도 하다. 앞서 행안부가 서울런의 플랫폼 구축 사업이 교육부의 'K-에듀 통합 플랫폼 사업'과 중복된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서울시는 현재 서울런에서 플랫폼 구축은 중단되고, 온라인 강의 콘텐트 제공 기능만 남아있어 중복 문제가 사라졌다는 입장이다.

다만 근본적으로 온라인 강의 무료 제공이라는 콘텐트가 EBS 등과 차별성을 보이기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전병주 시의원은 “서울원격수업지원 플랫폼인 뉴쌤과 중복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고, 양민규 시의원은 “멘토멘티 제도는 교육청에서도 비슷하게 시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시는 EBS등에서 볼 수 없는 유명 업체의 ‘1타 강사’ 강의를 제공하는 것과 함께, 서비스 대상을 일반인으로도 점차 확대하는 것으로 차별성을 꾀하고 있다.

④"학력 격차 근본 원인은 돌봄 부족"

온라인 강의로 학력격차를 해소하겠다는 발상에 회의적인 시의원들도 상당수다. 최선 시의원은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가장 큰 문제는 콘텐트가 없는 게 아니라 돌봐주지 않는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잘 나가는 콘텐트를 제공해준다고 해서 학력격차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사교육 시장만 배불린다는 비판도 따라붙는다. 양민규 시의원은 “서울런 사이트에는 강남 유명학원의 홍보 문구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고 꼬집었고, 전병주 시의원은 “저소득층 및 학교 밖 청소년의 경우 학습 의욕과 성취욕을 통한 동기부여가 부족한 게 일차 원인”이라며 “1타 강사에게 홍보할 기회만 제공하고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습 여건 개선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시의회의 맹공이 이어지면서, 서울런 예산이 올해처럼 대폭 삭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는 시의회 제동에도 지속적으로 서울런 사업을 확대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도 "이런 교육 사업은 성과가 말하지 않겠냐"며 서울런에 대해 자신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시작된 시의회 예산안 심의는 다음달 2일까지 상임위별 심사를 거쳐 3일부터 15일까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막바지 심사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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