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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추픽추 하늘길 여는 한국 엔지니어들…페루 40년 한 풀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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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현지시간) 페루 쿠스코주(州)의 친체로. 끝도 없이 펼쳐진 평원 위를 덤프트럭을 비롯한 수백여대의 중장비들이 오가고 있었다. 임무는 목초지와 호수로 채워져 있던 평원을 공항 부지로 다지는 일. 덕분에 평범한 고원의 땅은 잘 닦여진 신(新)공항 부지로 변신하고 있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마추픽추의 관문이 될 친체로 신공항을 한국 기술진이 주도해 짓는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21일 “한국-페루 정부 간 계약(G2G)에 따라 추진 중인 페루 친체로 신공항 사업의 본 공사 착공식을 19일 개최하고, 관련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한국공항공사는 페루 친체로 공항건설 프로젝트 총괄관리(PMO) 사업자로 공항건설 전반을 주도한다. 크게 두 단계로 이뤄진 건설 사업은 현대건설이 이끈다. 총 건설사업 규모는 7600억원 대에 이른다. 본격적인 공항 운영 시작은 2025년 9월쯤을 목표로 한다.

친체로 신공항은 수도 리마에서 남동 쪽으로 550㎞ 지점에 있다. 446ha 대지(약 135만평)에, 연면적은 18.8ha(약 5만7000평) 규모다. 해발 3700m가 넘는 고산 지대에 제주국제공항과 비슷한 규모의 공항이 지어지는 셈이다.

19일(현지시간) 페루 쿠스코州의 친체로 신공항 건설현장에서 수 많은 중장비들이 쉼없이 움직이며 터닦기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친체로 신공항의 터닦기는 절반 가까이 마무리 됐다. 김상선 기자

19일(현지시간) 페루 쿠스코州의 친체로 신공항 건설현장에서 수 많은 중장비들이 쉼없이 움직이며 터닦기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친체로 신공항의 터닦기는 절반 가까이 마무리 됐다. 김상선 기자

친체로 신공항 건립은 페루 국민에겐 40여년 간 기다려온 꿈이 실현되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도 아스테테 국제공항이 있긴 하지만, 1964년 지어진 이 공항은 시설이 비좁고 노후해 사실상 국제선 운항이 어려웠다.

그래서 마추픽추를 찾는 관광객은 수도 리마에서 페루 국내선으로 갈아타야 했다. 이런 식으로 아스테테 공항을 이용하는 이는 한해 320만명이 넘는다. 페루 정부는 1978년부터 친체로 신공항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페루 내부 갈등 등으로 인해 관련 계획이 무기한 미뤄져 왔다.

이날 쟝 뽈 베나벤뗴 가르시아 쿠스코 주지사가 “친체로 신공항 건설을 40여년 간 기다려왔다”며 “친체로 공항의 발전은 페루라는 국가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희망을 드러낸 이유다.

페루 친체로 신공항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페루 친체로 신공항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신공항 건설은 차곡차곡 진행 중이다. 땅을 다지는 토(土) 공사는 절반가량 마무리됐다. 본(本) 공사도 이미 시작됐다. 친체로 신공항은 동시에 여객기 13대를 댈 수 있는 계류장과 4만6900㎡(약 1만4200평)의 터미널을 갖춘 최신 공항으로 지어진다. 계획대로라면 한해 최대 570만명이 이용하는 공항으로 거듭나게 된다.

한국 기술력 떨치는 기회 

친체로 신공항 건설 사업은 우리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우선 해외 공항 개발은 철도와 도로에 이은 세계 3대 인프라 시장이다. 여기에 한국공항공사를 비롯한 국내 업체가 본격 진출한 첫 사례다. 신공항 건설 현장은 우리 업체의 실력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한 예로 “거대한 배수 기둥을 촘촘히 박아 활주로 예정지 지하 토양의 수분을 빼는 작업(PVD 공법)을 해발 3000m 이상인 고원에서 성공적으로 수행한 업체는 매우 드물다”고 현대건설 측은 밝혔다.

19일(현지시간) 페루 친체로 신공항 건설현장에서 본공사 착공식에 참석한 이들이 건설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김상선 기자

19일(현지시간) 페루 친체로 신공항 건설현장에서 본공사 착공식에 참석한 이들이 건설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한국공항공사는 친체로 신공항 건립을 시작으로 글로벌 공항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든다는 목표다. 에콰도르 만타 공항의 30년간 운영권을 따오는 일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만타는 에콰도르 최대 항구도시로 세계문화유산인 갈라파고스 제도와 인접한 휴양도시다.

손창완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세계적 관광문화 유산인 마추픽추와 세계를 연결하는 하늘길이 대한민국의 기술과 노하우로 만들어진다는 점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신공항의 안전한 건설을 시작으로 공항운영 기술 공유와 시운전 등 사업관리를 성공적으로 완료해 남미는 물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바탕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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