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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현재 체온 어떤가요?" 코로나19 재택치료 현장 가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8일 오후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재택치료환자 모니터링 상황실에서 재택치료관리팀 최지수 간호사가 전화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18일 오후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재택치료환자 모니터링 상황실에서 재택치료관리팀 최지수 간호사가 전화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강남성심병원 재택관리팀입니다. 현재 체온이 어떻게 되시나요?”

지난 18일 오후 5시 서울 영등포구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에 마련된 코로나19 재택치료환자 모니터링 상황실. 김선미(34) 간호사가 A군(13)에게 전화를 걸어 경과를 살폈다. A군은 이날 오전 9시 땐 고열이 보고된 환자다. A군 보호자는 “해열제 복용 후 현재는 (체온이) 37도 이하로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폐 기능을 확인할 수 있는 산소포화도도 정상이었다.

강남성심병원이 맡은 재택환자는 120명가량 된다. 4명의 상황실 간호사가 일일이 전화해 환자 상태를 파악한다. 상황실에선 발열이 있는지, 만일 열이 난다면 인후통, 가슴 답답함, 두통은 없는지 묻는다. 산소포화도도 측정하게 한다. 증상이 악화하면 즉시 상황실에서 의사 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연계한다.

김 간호사는 “아무래도 대면보단 환자에게 질문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며 “가벼운 증상들도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록해놓고 (다음 모니터링 때) 증상이 남았는지 확인한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영등포구 생활치료센터에서 서울시 감염병관리과 이승찬 팀장이 산소포화도 측정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8일 오후 영등포구 생활치료센터에서 서울시 감염병관리과 이승찬 팀장이 산소포화도 측정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남성심병원 모니터링 상황실 비상 

지속적인 발열과 산소포화도 저하는 ‘위험신호’다. 산소포화도가 94% 이하로 떨어지거나 호흡 곤란, 의식 저하가 발생하면 환자를 중증으로 분류해 바로 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원칙이다. 이런 경우 환자가 거부하더라도 입원을 강제할 수 있다. 물론 재택환자에겐 미리 산소포화도 측정기·해열제 등이 담긴 키트가 제공된다.

최근 야간에 응급상황이 발생한 적도 있다. 오후 5시 모니터링 때 괜찮았던 50대 환자의 증상이 갑자기 악화한 것이다. 산소포화도가 88%까지 떨어져 호흡곤란이 일어났다. 즉시 119구급대가 출동, 산소치료를 진행했다. 이후 음압 병실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다. 18일 기준 서울시에서 재택치료하다 병원으로 이송된 사례는 387건(응급이송 46건 포함)이었다.

이송 시간 단축하려 병상 배정·이송 동시에

18일 오후, 영등포구 생활치료전담반, 재택치료전담반 직원들이 생활치료센터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18일 오후, 영등포구 생활치료전담반, 재택치료전담반 직원들이 생활치료센터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재택치료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21일 0시 기준 서울시 내 재택환자는 2682명(누적 1만2735명)에 달한다. 재택치료는 그만큼 의료대응 체계의 부담을 낮춰준다. 위드 코로나가 성공하려면 재택치료가 원활히 운용되는 게 중요하다. 지난달 21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재택 치료 중이던 60대 남성 B씨가 병원 이송 도중 숨졌다. B씨는 확진 만 하루 만에 갑자기 악화했는데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당시 환자가 확진자라는 사실이 119 구급대에 전달되지 않았고, 감염병 전담 구급차 내부를 비닐로 덮는 일명 ‘랩핑’ 작업이 늦어져 도착이 지연됐다. 결국 환자를 살리는 데 중요한 이송 시간이 늦어졌다. 이후 정부와 지자체는 재발방치를 막으려 환자 이송 체계를 손보겠다고 밝혔다.

손광순 서울시 감염병관리과 주무관은 “전담구급대 번호를 안내하지만, 환자들이 상대적으로 익숙한 119에 연락하는 경우가 있다”며 “(현재는) 소방서와 소통하는 24시간 핫라인을 구축해 확진 여부를 확인 후 이송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찬 서울시 감염병관리과 팀장은 “중증 환자의 경우 병상 배정과 이송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며 “30분 내 이송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복잡한 처방약 전달 체계 개선 필요

재택치료를 하는 코로나19 환자들에게 배송되는 건강관리세트. 체온계, 산소포화도측정기, 해열제, 종합감기약, 손소독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유아의 경우 유아용 시럽형 해열제가 지급된다. 최서인 기자

재택치료를 하는 코로나19 환자들에게 배송되는 건강관리세트. 체온계, 산소포화도측정기, 해열제, 종합감기약, 손소독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유아의 경우 유아용 시럽형 해열제가 지급된다. 최서인 기자

재택치료 전담반을 한 달여 운영하며 이송 체계는 다소 정비됐다. 하지만 약 처방 체계는 여전히 더디다. 현재 보건소가 환자에 제공하는 건강관리 키트에는 종합감기약과 해열제가 포함돼 있다. 처방약이 필요한 경우에는 대기 시간이 발생한다. 먼저 환자가 처방을 요청하면 의사는 문진을 통해 처방전을 발행한다. 의사가 이 처방전을 팩스로 보건소에 보내면 보건소의 배송팀이 근처 약국에서 약을 타 환자에게 전달한다. 약국 운영시간과 배송팀 근무 시간에 따라서 전달이 지연될 수 있다. 평일에는 오전에 처방을 요청받으면 오후쯤 약을 받을 수 있고, 주말의 경우 다음 날 오전이 돼서야 전달되기도 한다.

절차가 길어지는 이유는 재택치료자에 대한 처방이 ‘원외 처방’이라서다. 약을 병원이 아닌 약국에서 받아야 한단 의미다. 강남성심병원 감염관리실장인 이재갑 교수는 “야간에 급하게 열이 나는 경우 등이 있을 수 있어 병원 자체에서 원내처방이 가능한지 서울시 등에 문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질적 문제인 전담병원 병상 부족 해결돼야

지난 15일 오전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오전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병상 확충도 문제다. 재택치료는 응급 상황 발생 시 얼마나 빨리 병원으로 옮겨 조처를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이원화돼 있다. 환자 모니터링은 협력병원의 몫이지만, 응급 상황 발생 시 병상은 전담병원에서 담당한다. 음압 병상이 마련돼 있지 않은 협력병원도 있기 때문이다. 전담병원 병상 부족으로 병원 이송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는 협력병원 측도 식은땀을 흘린다.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50대 여성의 경우 구급차를 타서도 병상 배정이 즉시 되지 않았다. 강남성심병원 응급실에 음압병상이 7개 정도 마련돼 있는 만큼 전담병원 내 병상이 빌 때까지 하루 이틀 강남성심에서 치료하려 했다. 다행히 영등포와 이웃한 부천시 내 전담병원에서 겨우 병상이 잡혀 이송된 사례다.

문제는 병상 확보가 확진자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1일 0시 기준 병상 배정 대기자 수는 804명에 달한다. 재택치료 환자의 이송이 더 더뎌질 수 있다. 이 교수는 “병원별로 역할이 파편화돼 있는 상황이 문제”라며 “장기적으로는 2차 병원급에 해당하는 병원들이 재택 치료와 입원까지 동시에 맡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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