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내건 축제가 열렸다. 이름하여 "렛츠고브랜든 페스티벌(Let's Go Brandon Festival)"이다.
미시건 보수연합(Michigan Conservative Coalition) 회원들은 20일(현지시각) 미시건주 오턴빌 근처 브랜든 타운십의 크로스맨 공원에서 '렛츠고브랜든 페스티벌'을 열었다. 행사는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열렸으며 참석자들은 성조기와 손으로 만든 피켓 등을 준비했다. 미시간 보수연합의 로잔느폰코프스키회장은 “여론조사는 대다수 미국인이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Let's Go Brandon은 미국인이 워싱턴 DC에 질렸다는 것을 온건하게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집회를 '브랜든'이라는 마을에서 연 이유가 있다. 이 집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미국 전역에서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유행하는 '렛츠고브랜든'(Let's Go Brandon)이 무슨 뜻인지 알아야 한다. '힘내라 브랜든'의 의미인 이 구호는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밈(meme·인터넷을 중심으로 모방을 거듭하는 유행)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발단은 지난달 2일 앨라배마주에서 열린 나스카 자동차 경주대회였다. 현장의 NBC 기자는 우승한 브랜든 브라운이라는 선수를 인터뷰했는데 관중들이 알아듣기 힘든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화면에 포착됐다. 기자는 "관중들이 '렛츠고브랜든'이라고 환호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송 화면이 이어지며 관중들이 외치는 구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욕하는 'F**k 조 바이든'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공화당 지지자들이 '렛츠고브랜든'을 'F**k 조 바이든'이란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국 각지 도로변에 이 문구가 적힌 표지판이 세워졌고, 미식축구 스타디움에서 관중들이 '렛츠고브랜든'을 외쳤다. 바이든이 시카고 건설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시위대가 '렛츠고브랜든'을 외쳤다.
이런 현상에 반색하는 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지난달 30일 월드시리즈 4차전이 열린 조지아주 애틀랜타 경기장에서 관중들은 경기를 관람하던 트럼프를 향해 '렛츠고브랜든'을 외치기 시작했고, 트럼프는 미소 지었다.
이런 현상은 바이든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실망과 분노를 보여준다. NBC방송의 여론조사는 미국 성인 71%가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여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4월에 53%에 달했던 바이든의 직무수행 지지율도 42%까지 떨어졌다.
'렛츠고브랜든'의 유행은 인기가 떨어진 바이든에 대한 조롱이지만 미국에서 특별히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전임인 트럼프 때도 트레이드 마크인 '수탉 머리'가 바람에 날리는 모습을 풍자한 밈이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이든 지지자들은 '렛츠고브랜든'이 너무 원색적이고 상스럽다고 비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