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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충분한 시간 있었는데…애플 동의의결 약속 날짜 어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공정거래위원회가 애플코리아의 동의의결 이행점검을 통해 부실이행을 포착했다. 최근 이를 놓고 위원장·상임위원·비상임위원 등이 모인 전원회의에서 토의까지 마쳤다.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의의결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제재하는 대신 자발적인 시정을 통해 피해 기업과의 상생을 강화하는 취지로 이뤄진다.

공정위, 부실이행 심의

전원회의 토의 거쳐…조치 취한다

19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7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공정위 전원회의에 ‘애플 동의의결 부실이행’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토의에서 이행강제금 부과 등의 결론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전원회의 토의는 서면심사로,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고 비공개로 진행된다. 공정위의 담당 부서에서 제재 판단에 어려움이 있을 때 이 같은 토의를 거친다. 앞서 외국인인 김범석 쿠팡 의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할 수 있느냐를 놓고 전원회의 토의를 한 바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애플코리아의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애플코리아의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건은 2019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애플은 거래상 지위 남용 사건을 심의하고 있던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공정위는 애플이 KT·SK·LG 등 이동통신사로부터 광고비와 수리비 등을 지급받은 행위에 대해 조사를 마치고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는 심의를 진행 중이었다.

공정위는 애플의 동의의결 신청에 대해 논의해 지난 1월 이를 확정했다. 1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연구개발(R&D) 지원센터 등을 건립하고 혁신학교 등에 디지털 기기를 지원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또 문제가 됐던 통신사와의 광고비 관련 계약을 다시 체결하기로 했다.

이행 시점, 내용 모두 쟁점

그러나 최근 애플이 공정위에 제출한 동의의결 이행 보고서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거래상 지위 남용으로 문제가 된 이동통신사와 광고비 부담 등과 관련한 계약서를 다시 쓴 날짜가 약속한 날을 넘긴 것이다. 애플은 동의의결을 통해 정한 기간보다 하루를 넘겨서 계약을 다시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동의의결 당시 “이행하지 않으면 의결이 취소될 수도 있다”고 했지만, 그 정도 수준의 제재가 이뤄질 내용은 아니라고 봤다. 다만 “늦은 날이 하루라고 해도 1일 200만원으로 정했던 미이행 강제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던 만큼 하루 늦은 것을 단순 실수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국내 이동통신 3사에 대한 '갑질'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아온 애플코리아가 1000억원 규모의 상생지원금을 내놓겠다고 밝힌 지난해 8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애플 매장의 로고 모습. 뉴스1

국내 이동통신 3사에 대한 '갑질'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아온 애플코리아가 1000억원 규모의 상생지원금을 내놓겠다고 밝힌 지난해 8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애플 매장의 로고 모습. 뉴스1

낮은 수준 제재로 가닥

또 애플이 통신 3사 측과 다시 작성한 계약서 내용도 쟁점이 됐다. 동의의결서에는 “애플은 광고기금을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부과한다는 점을 계약서에 명시한다”고 돼 있다. 전원회의에서는 실제 계약 내용이 이를 지켰느냐를 놓고 토의가 이뤄졌다. 통신사가 애플 광고의 광고비를 상당 부분 부담하는 구조는 그대로지만, 통신사들은 “합의된 계약”이라고 밝히면서 실제 제재는 크게 이뤄지지는 않을 예정이다.

한편 공정위는 최근 신속한 사건 처리를 위해 동의의결을 서면으로 심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동의의결 제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동의의결이 내용 ‘부실 이행’으로 이어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자칫 동의의결이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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