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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탈 경찰 "찔리는걸 보자 구조요청 생각뿐…기억 안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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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으로 흉기를 휘둘러 일가족 3명을 다치게 한 40대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7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층간소음으로 흉기를 휘둘러 일가족 3명을 다치게 한 40대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7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경찰의 부실 대응이 논란이 되는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관련해 현장에 출동했던 A순경이 피해자 가족과의 면담에서 “구조요청이 먼저라는 생각뿐이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 피해 가족은 2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17일 인천 논현경찰서 서창지구대에서 A순경을 만나 당시 상황에 관해 묻고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A순경은 지난 15일 오후 5시 6분쯤 인천시 남동구 한 빌라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에서 현장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B씨(40대 여성)가 중상을 입게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피해자 구호가 최선이라 생각”

피해 가족은 먼저 3층에서 가해 남성(48)에게 습격당할 당시 A순경이 현장을 이탈해 1층으로 향한 이유를 물었다. A순경은 이에 대해 “피해자가 (흉기에) 찔리는 것을 본 순간 생명과 직결됐다고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선 학교에서 피해자 구호가 먼저라고 배웠다. 119구조 요청이 제일 먼저라는 생각에 구급요청을 하러 1층으로 내려갔다. 이게 최선이라 생각했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가해 남성과 피해 가족을 적절히 분리했는지” 묻는 피해 가족의 질문에는 “분리조치가 우선이라 생각해 가해 남성을 4층으로 올려보냈는데 저항 없이 올라갔다. 그런데 제가 3층에서 B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상황에서 가해 남성이 쳐다보는 느낌이 들어 다시 4층으로 올라가라고 했다. 그리고 B씨가 말씀하시길래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가해 남성이 저를 밀치고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가족은 현장 이탈이 적절했는지, 1층으로 향한 뒤 남성 경찰관과 곧바로 3층으로 돌아와 가해 남성을 제압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A순경이 “B씨 생각뿐이라 그렇게 (1층으로 내려갔던) 행동을 했고, 그게 최선의 방법이자, 최선의 구호라고 생각했다. B씨가 다친 걸 보고 구조 요청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생전 처음 보는 일이자 처음 겪는 상황이라 그 장면만 계속 떠오르면서 트라우마가 생겼고, 그 장면만 남아서 그 뒤에 대한 기억이 없다”고 답변했다는 게 피해가족 측의 주장이다.

“이번 사건 계기로 경찰이 경각심 가져야”

피해가족 측은 “현장 대응 관련 답변을 들었지만 결국은 미흡한 대처로 우리 가족이 다친 것 아니겠냐”며 “B씨는 사경을 헤매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미흡한 대처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져야 한다”며 “단순히 잘잘못을 따지자는 게 아니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들이 경각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목 부위를 흉기에 찔린 B씨는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인천경찰청 입장문 사진 인천경찰청

인천경찰청 입장문 사진 인천경찰청

경찰은 가해 남성을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해 조사하고 있다. 가해 남성은 지난 15일 오후 4시 50분쯤 인천시 남동구 서창동 한 빌라 3층에 거주하는 B씨 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3개월 전 B씨 가족이 거주하는 빌라 4층에 이사 온 뒤, 아래층에 사는 B씨가족과 층간소음 등으로 갈등을 겪다가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범행 당일인 15일 낮 12시50분쯤 B씨 가족의 신고로 경찰 처분을 받고도 다시 이들 가족을 찾아가 범행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직후 경찰의 부실 대응이 논란이 되자 인천경찰청장은 “철저한 감찰을 진행하겠다”고 사과한 데 이어 지난 19일 현장 출동 경찰관 2명을 대기 발령 조치했다.

시민단체 “서장 직무유기 고발” 

경찰 이미지그래픽

경찰 이미지그래픽

한편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인천 논현 경찰서장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고발장을 경찰청에 제출했다고 21일 밝혔다. “당시 경찰관이 지원 요청을 이유로 현장을 벗어난 것이 적절한 대응인지에 대한 논란을 떠나 인천 논현서장이 소속 직원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 등 관리자로서 주의 의무를 해태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단체는 “신속한 조사와 징계 등을 고려하기보다는 자기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의혹이 짙다”며 “경찰에 대한 신뢰를 깨는 우려가 팽배해지는 현실을 바로잡고자 고발한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22일 오전 10시 김창룡 경찰청장 주재로 화상회의를 열고 인천논현서 관할인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과 서울중부서 관할인 ‘데이트 폭력 피해 여성 사망사건’ 관련해 현장 대응능력 강화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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