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정년퇴임하는 교사 아내에게 바치는 다이아 반지

중앙일보

입력 2021.11.21 10:00

[더,오래] 민은미의 내가 몰랐던 주얼리(87)

청춘합창단 정기 연주회. [사진 청춘합창단 홈페이지]

청춘합창단 정기 연주회. [사진 청춘합창단 홈페이지]

오팔(Opal)이라는 보석이 있다. 빨강, 파랑, 초록, 보라…. 여러 가지 색을 한 몸에 지닌 신비한 보석이다. 오팔은 보석의 이름이지만 세대를 뜻하는 신조어이기도 하다.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신노년층을 ‘오팔(Old People with Active Life) 세대’라 한다. 오팔 세대의 등장은 세계적인 트렌드다. 오팔 세대는 은퇴한 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여가 활동을 즐기며 자신을 가꾸는 데에도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이들은 젊은 세대 못지않게 사회 전반에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몇 해 전 어느 모임에서 오팔 세대라는 단어가 실감 나는 분을 만났다. 짙은 청색 수트 차림에 가슴주머니에 꽂은 흰색 장식용 수건이 무척 인상적이었던 멋쟁이 신사였다. 다른 참석자들이 ‘회장님’이라고 부르길래 ‘어떤 분일까’하는 궁금증이 생겨났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2011년 TV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에 나왔던 분으로 모임의 ‘핵인싸’였다. 당시 오디션에서 회사에 출근은 하고 오셨느냐는 개그맨 이경규의 질문에 “출근 못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48년 직장생활과 35년 CEO 경력의 오팔 세대 권대욱 회장(71)을 그렇게 알게 되었다.

쓰·말·노

권대욱 회장과 곡우. [사진 이정환 감독]

권대욱 회장과 곡우. [사진 이정환 감독]

‘쓰·말·노의 자유를 구가하는 자유인’. 권 회장이 자신을 소개하는 문장이다. 글 쓰는 것, 말하는 것, 노래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는 뜻이다. [더오래]의 ‘권대욱의 산막일기’를 통해 ‘쓰·말·노’ 가운데 그의 글을 접할 수 있었다. 그가 단장으로 있는 청춘합창단의 공연에 초대를 받아 평균 나이 67세의 단원들이 펼치는 클래식 음악에 심취하면서 노래를 들었다.

‘권대욱TV’라는 동영상 채널을 통해 그가 대면·비대면으로 많은 이들과 소통을 이어가는 것을 보았다. 권 회장과의 만남을 통해 말로만 들었던 오팔 세대와 직접 대화하면서 나의 미래와 나의 오팔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이런 과정에서 글쓰기, 경영, 노래 등 다양한 주제로 그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어느 날 내 귀를 쫑긋 세우게 한 것이 ‘곡우를 위한 다이아몬드 이야기’였다.

곡우초당

곡우초당. [사진 권대욱]

곡우초당. [사진 권대욱]

강원도 원주시에 있는 산막스쿨을 빼곤 권 회장을 얘기할 수 없다. 48년 직장생활을 끝내고 현재 거주 중인 소나무가 훌륭한 곳이다. 직접 등짐을 지고 날라온 돌과 맷돌로 만든 분수대, 통나무 숙소, 텃밭, 야외 공연장, 원두막, 힐링 수련장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 집을 총 7채 지었다. 그중 한 곳에 ‘곡우초당’이라는 현판을 걸고 아내에게 헌정했다. 곡우는 그가 아내를 칭하는 말이다.

오래전 집을 수리하면서 문득 아내에게 집을 헌정하면 좋으리라 생각하고 글 잘 쓰는 곳에 현판을 맡겨 곡우초당 넉자를 새겨 두었다고 한다. 집을 지은 후 마침 날도 좋고 하객들도 있어 간단히 현판식을 했다. 어차피 있는 집에 현판 하나 달았을 뿐이었지만 곡우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그는 “두고두고 잘한 일 아닌가 싶다”고 한다.

다이아몬드 반지

다이아몬드 반지. [사진 권대욱]

다이아몬드 반지. [사진 권대욱]

다이아몬드 반지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그의 아내 곡우는 4대가 함께 사는 집안의 며느리이자 교사였다. 아내가 38년 교직을 마치고 명퇴식을 하던 날이었다. 빈손으로 명퇴식에 참석하려던 직전에야 ‘아뿔싸…’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천성이 자상하지 못해 매년 생일선물 주지는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건 빈손으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래서 급하게 큰맘 먹고 거금을 들여 다이아몬드 반지 하나를 사서 선물했다. 어머니 정말 잘 모셨고 자식 잘 키웠고 평생을 새벽에 집밥 먹여 출근시켜 준 곡우였다. 반지의 의미는 평생 앞만 보고 달려온 그의 곁에서 늘 함께해준 아내에 대한 깊은 고마움이었다. 남편의 깊은 고마움이 담긴 반지. 아내에겐 이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물일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아내에게 가뭄에 콩 나듯 기특한 일을 한 것이 세 가지 정도인데, 첫 번째가 앞서 말한 곡우초당, 다른 한 가지가 38년 교직을 마친 아내에게 선물한 다이아몬드 반지, 그리고 마지막이 여행 좋아하는 곡우를 위해 4대가 함께 사는 엄중한 집안에서 아내가 마음 편히 여행할 수 있도록 바람 잡아 주고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이라고 한다.

다이아몬드 반지를 착용한 곡우. [사진 권대욱]

다이아몬드 반지를 착용한 곡우. [사진 권대욱]

산막스쿨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삶의 희망과 행복의 가치를 전달하는 행복전도사가 되는 것, 청춘합창단의 ‘고 글로벌’과 전국화의 꿈을 실현하고 평양공연을 통해 통일을 앞당기는 것이 꿈이라는 권대욱 회장. 다이아몬드보다도 더 빛나는 오팔 세대가 아닐까. 그의 꿈을 응원하며 그가 쓴 글 하나를 소개한다.

매년 중추절은 내겐 좀 색다르다.
가족이 다 모이는 날이어서 도 그렇지만 바로 다음다음날이 특별해서도 그렇다.
곡우는 바로 그날 이 세상에 왔다. 참 특별하기도 하지.
:
이번 공연을 앞두고 제법 많은 티켓을 구매했다.
페친들에게도 드리고 지인들에게도 드리고 곡우에게도 주었다.
일반석에 앉겠다는 곡우에게 말했다. 무슨 소리야?
당신은 젤로 좋은 자리에 앉아. 당신은 그래도 돼요.
:
나이들어감에 옆 지기가 더욱 중 해지는 요즘
나도 옛 것만 생색내선 안될 것 같기도 한 마음이다.
오늘 밤은 달이 참 좋겠구나.
곡우와 어깨동무하며 달 구경이나 해야겠다. (권대욱의 글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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