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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청산? 망하란거죠"…오세훈표 귄리산정일에 건축주 날벼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9월 서울 관악구 신림1재정비촉진구역을 방문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9월 서울 관악구 신림1재정비촉진구역을 방문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건물 한창 짓고 있는데 현금 청산 당하면 그냥 망하라는 거죠. 건설업 20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공모 #권리산정일을 9월23일로 #신축 중인 빌라 입주권 못 받아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 다세대 건물을 짓고 있는 김 모(51) 씨는 요즘 ‘현금청산’ 날벼락에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그가 공사 중인 동네가 최근 오세훈표 민간 재개발 사업으로 꼽히는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에 공모하면서다. 서울시가 재개발 초기 단계에 개입해 기간을 단축해주는 제도다. 총 102곳이 주민동의율 30% 이상을 받고 신청했고, 서울시가 다음달께 첫 후보지로 25곳가량 뽑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런데 조합원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권리산정기준일’이 논란이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공모의 권리산정 기준일을 관련 공모를 공고한 날인 9월 23일로 못 박았다. 즉 신속통합기획 후보지가 된 구역의 경우 신축 빌라에서 입주권이 나오려면 9월 23일까지 공사를 완료하고 분양해서 가구별 등기를 받은 상태여야 한다. 향후 입주권을 노린 ‘지분 쪼개기’와 같은 투기를 막기 위한 조치다.

지난 1월 땅 계약했는데 투기꾼이라니… 

후보지가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권리산정 기준일을 소급적용하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김 씨의 경우 지난 1월 수유동의 5개 필지(666㎡)의 매매 계약을 맺었다. 이어 5월에 잔금을 치렀고, 6월께 건축허가를 받았다. 현재 5층 규모의 다세대 건물 2동(24가구)의 골조 공사를 마치고 내부 공사 중이다.

김 씨는 내년 1월 준공해 분양까지 4~5개월가량 더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사업을 추진했다고 한다. 만약 동네가 후보지로 선정되면 분양은커녕 현금청산 대상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씨는 “땅 계약을 했을 때만 해도 재보궐 선거 전이었고, 구청에서 건축허가를 받을 때도 건물을 지으면 나중에 현금청산을 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현금청산이라고 해봤자 공시지가보다 좀 더 쳐주는데 땅값과 공사비를 생각하면 결국 망하라는 이야기”라며 “서울시가 매년 이 사업을 공모해서 이렇게 소급적용하면 결국 어디가 후보지가 될 줄 모르는 상황에서 다세대 주택 사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2ㆍ4대책의 일환으로 도입한 공공주도 개발사업인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때도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정부가 투기방지를 위해 어딘지도 모를 후보지의 권리산정 기준일을 2월 4일로 못 박았다가 결국 현금청산 논란에 기준일을 6월 29일로 늦추기도 했다.

박일규 조운법무법인 대표 변호사는 “투기 목적이 없었던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보니 사업지마다 조합원 지위 확인 소송이 잇따를 수밖에 없다”며 “사업이 구체화하면 서울시가 권리산정 기준일을 다소 완화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신축빌라 분양사기 우려에 서울시는 강경

하지만 서울시의 입장은 강경하다. 재개발 규제 완화로 인해 입주권을 고려한 빌라 수요도 늘고 있는 탓이다. 최근 완공도 되지 않은 빌라를 민간 재개발 시 입주권이 나오는 매물인 것처럼 속여 파는 경우도 나와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후보지를 정해 발표하던 2ㆍ4대책과 달리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공모는 주민 동의 30%를 받아야 신청할 수 있다 보니 사전에 사업지를 예측할 수 있다”며 “오히려 투기를 막기 위해 여러 지역의 주민들은 올해 공모에서 떨어지고 내년에 또 신청할 경우에도 권리산정일을 처음 발표대로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어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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