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위성 저격, 광선으로 파괴…'스타워즈' 같은 우주전쟁 온다

중앙일보

입력 2021.11.21 05:00

업데이트 2021.11.21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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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밤(이하 현지시간)에서 15일 새벽에선 우주전쟁의 서막이 울려 퍼졌다. 러시아가 위성 요격 미사일(ASAT)을 발사해 이미 가동이 중단된 옛 소련의 첩보인공위성인 코스모스 1408을 파괴했다. 이때 생긴 다량의 우주 파편 때문에 국제 우주정거장(ISS)의 우주인들이 대피를 준비하기도 했다.

이철재의 밀담

미국 뉴멕시코주 미 공군 연구소에서 위성 관측 레이저를 우주에 쏘고 있다. 미 육군

미국 뉴멕시코주 미 공군 연구소에서 위성 관측 레이저를 우주에 쏘고 있다. 미 육군

총알보다 7~8배 빠른 속도인 초속 7㎞ 이상으로 움직이는 우주 파편은 우주정거장이나 우주선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 샌드라 블록이 나온 2013년 SF 영화 ‘그래비티’가 현실에서 그대로 벌어질 뻔했다.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지만, 미국과 러시아는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전을 벌였다.

위성 저격하는 우주전쟁 눈앞

‘스타워즈’에서처럼 거대한 우주 전함이 날아다니고, 우주 전투기끼리 레이저로 싸우는 장면은 먼 미래에서 볼 수 있다. 현실에서 강대국끼리 전쟁을 벌인다면 첫 전투는 분명 우주에서 일어날 것이다. 군대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첩보위성이나 지휘망을 연결해주는 통신위성이 첫 목표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위성 요격 미사일(ASAT)인 A-235(PL-19) 누돌. 지난 14~15일 옛 소련의 첩보위성을 격추했다. 유튜브 Armies Power 계정 캡처

러시아의 위성 요격 미사일(ASAT)인 A-235(PL-19) 누돌. 지난 14~15일 옛 소련의 첩보위성을 격추했다. 유튜브 Armies Power 계정 캡처

그래서 당분간 우주전쟁은 아군의 위성을 보호하고, 적의 위성을 격추하는 방식으로 치러질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과 러시아, 중국은 우주전쟁에서 어떤 무기로 싸울까.

ASAT는 가장 많이 쓰일 무기다. 이번에 러시아가 쏜 ASAT는 A-235(PL-19) 누돌로 보인다. 2015년 11월 첫 시험발사에 성공한 이 미사일은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 북쪽 800㎞ 떨어진 플레세츠크에 배치됐다. 러시아는 지난해 4월 15일에도 ASAT를 발사했다.

미국은 1985년 9월 ASM-135 ASAT를 F-15 전투기에서 쏴 과학위성인 P78-1을 파괴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ASAT는 전체 무기 개발 프로그램 중 순위가 낮았고, 결국 88년 폐기됐다.

이후 미국은 러시아처럼 ASAT를 따로 배치하진 않았지만, 2008년 2월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에서 SM-3 함대공 미사일을 발사해 USA -193 첩보위성을 떨군 적이 있다.

미 공군의 F-15 전투기가 ASM-135 ASAT를 발사하고 있다. 미 공군

미 공군의 F-15 전투기가 ASM-135 ASAT를 발사하고 있다. 미 공군

중국도 2007년 사용 기한이 다한 펑윈(風雲) 1C 기상위성을 요격해 역대 최대 규모의 우주 파편을 만들었다. 2015년 10월 말에도 위성 요격 미사일 실험을 했다. 인도도 2019년 3월 ASAT로 위성 요격에 성공했다. ASAT는 미국ㆍ러시아ㆍ중국ㆍ인도 등 4개 나라만 보유하고 있다.

함정에서 쏜 미사일로 위성 요격

존 제이 레이먼드 미 우주군 참모총장은 지난해 2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위성인 코스모스 2542가 미국의 첩보위성인 USA 245에 접근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위성은 미국 위성 160㎞까지 접근했다. 광활한 우주에서 이 정도면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다. USA 245는 당장 궤도를 바꿔 코스모스 2542를 따돌렸다.

특수방호복을 입은 미 공군 인원들이 무인 우주왕복선 X-37B를 점검하고 있다. 미 공군

특수방호복을 입은 미 공군 인원들이 무인 우주왕복선 X-37B를 점검하고 있다. 미 공군

러시아의 코스모스 2542는 우주 위성 스토커가 아니었다. 미 우주군은 지난해 7월 15일 코스모스 2542가 알 수 없는 물체를 내부에서 풀어놔 궤도에 올렸다고 밝혔다. 미 우주군은 러시아가 새로운 위성요격 시험을 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코스모스 2542가 쏜 45915 물체는 속도가 상당히 높다고 한다. 코스모스 2542과 같은 러시아 위성은 우주에서 발사체로 다른 위성을 요격하는 킬러위성 임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가만있지는 않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발사한 무인 우주왕복선 X-37B에 태양광 발전 전파 안테나 모듈(PRAM)을 탑재했다. 이 모듈은 태양광 집전판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극초단파 광선으로 바꾼다. 극초단파 광선의 출력을 높이면 무기가 된다.

X-37B와 같은 우주선에 고출력 극초단파 광선 무기를 실을 수 있다. 적의 위성 가까이 날아간 뒤 고출력 극초단파 광선으로 쏴 위성 내부의 컴퓨터만 망가뜨리는 것이다. ASAT이나 킬러위성은 엄청난 우주 파편을 남길 수 있다. 위성을 많이 보유한 미국은 직접 파괴보다는 무력화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국초단파 광선 쏴 위성 파괴

지난 7월 25일 유럽의 지구관측 위성인 센티널-1이 러시아의 로스토프 상공을 지나가면서 합성개구레이더(SAR)로 스캔하던 중이었다. SAR 위성은 광학 위성과 달리 날씨가 안 좋아도 촬영할 수 있다. 그런데 지구에서 받는 영상 이미지가 이상하게 나왔다.

지난 7월 25일 유럽의 지구관측 위성인 센티널-1이 러시아의 로스토프 상공엣서 촬영한 합성구레이더(SAR) 이미지. 러시아가 위성 관측을 방해하는 전자전 무기를 썼다는 추정이 나온다. 트위터 OSINT 계정

지난 7월 25일 유럽의 지구관측 위성인 센티널-1이 러시아의 로스토프 상공엣서 촬영한 합성구레이더(SAR) 이미지. 러시아가 위성 관측을 방해하는 전자전 무기를 썼다는 추정이 나온다. 트위터 OSINT 계정

러시아와 분쟁 중인 우크라이나 국경 부근의 로스토프는 러시아로선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들이 많은 곳이다. 그래서 러시아가 신형 장비로 유럽 위성을 방해한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처럼 위성이 임무를 수행하지 않도록 훼방 놓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미 우주군은 지난달 일시적으로 적의 위성 통신망을 교란하는 대(對) 통신 시스템(CCS)을 주문했다. 영국의 연구기관인 채텀하우스는 2019년 미국과 나토의 군사용 위성 일부가 이미 해킹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위성의 사이버 보안이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위성은 지상에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지상의 관제소나 위성의 컴퓨터를 해킹한다면 지구로 떨어뜨리는 명령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해킹으로 위성 추락도 가능

위성 데이터베이스와 우주 발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외기권에 2200개 이상의 위성이 돌고 있다. 이 가운데 1000개 이상이 미국 위성이다. 중국은 320개, 러시아는 160개다. 군사위성만 따지면 각각 미국 189개, 중국 105개, 러시아 100개다.

지구 외기권 우주의 파편들. 일부는 중국과 러시아의 ASAT 시험발사로 만들어졌다. 우주 파편은 작더라도 엄청난 속도 때문에 우주정거장이나 우주선에 큰 피해를 입힌다. Aerospace Corporation

지구 외기권 우주의 파편들. 일부는 중국과 러시아의 ASAT 시험발사로 만들어졌다. 우주 파편은 작더라도 엄청난 속도 때문에 우주정거장이나 우주선에 큰 피해를 입힌다. Aerospace Corporation

우주를 새로운 전쟁터로 만들려는 강대국의 움직임은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원하는 국제법에 반대되는 것이다. 유엔은 1963년 ‘우주법 선언’을 통해 “우주활동은 유엔헌장과 국제법에 따라 국제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서 및 국제협력과 이해를 위해서 행해져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67년 유엔의 우주조약과 79년 달조약은 우주에서의 대량살상무기 배치를 금지하며, 달과 다른 천체를 평화적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영국이 제안한 우주공간에서의 군비경쟁 금지 결의안(PAROS)은 지난 1일 유엔의 관련 워킹그룹에서 압도적 찬성(찬성 163표, 반대 8표, 기권 9표)으로 통과됐다. 북한은 중국ㆍ러시아ㆍ이란과 함께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 결의안은 다음 달 유엔 총회에서 채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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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강대국들이 유엔 결의안을 잘 지킬지는 미지수다. 특히 새로운 국제 질서를 요구하는 중국, 국제 질서가 자국에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러시아는 은밀하게 우주에 무기를 가져다 놓을 수 있다.

군사 전문 자유 기고가인 최현호씨는 “우주전쟁은 우주의 표적을 탐지ㆍ추적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한국도 통신위성이나 정찰위성 등 우주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만큼 적 위성에 대한 요격 능력 개발과 함께 발사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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