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던지기 '좌표' 끈질기게 쫓았다…100억어치 찾아낸 경찰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11.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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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 내셔널팀장의 픽: ‘뛰는’ 마약상 위에 ‘나는’ 경찰

지난 4월 20일 서울시내 한 호텔. 마약조직을 쫓던 경찰관의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6개월 수사 끝에 급습한 객실 곳곳에서 마약이 쏟아진 겁니다. 경찰은 이날 필로폰 1098g 등 마약 38억 원어치를 압수합니다.

마약을 확보한 경찰은 수사가 진전될수록 심상치 않은 조짐을 감지합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마약 거래방식이 치밀해진 겁니다. “마약상들이 한 달 전 미리 숨겨둔 ‘좌표’부터 찾아야 했습니다. 서울, 부산, 창원, 제주 등 안 가본 곳이 없죠.”(전남경찰청 마약수사대)

경찰이 말하는 ‘좌표’란 각지에 숨겨진 마약의 위치를 말합니다. 마약을 먼저 숨겨둔 뒤 구매자가 나타나면 장소를 알려주는 방식입니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장소를 지정해 마약을 놓아두는 이른바 ‘던지기’가 한 차원 진화한 것이랍니다.

한 달 전에 숨긴 마약…CCTV 삭제 기간 겨냥

마약 일러스트. 연합뉴스

마약 일러스트. 연합뉴스

마약은 전국 곳곳의 에어컨 실외기와 가스통 배관, 원룸 난간봉 등에 숨겨졌습니다. 폐쇄회로TV(CCTV)가 없는 으슥한 뒷골목이 은닉장소가 된 겁니다. 경찰 입장에선 한 달 전 만들어진 ‘좌표’를 찾지 못하면 수사 자체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간신히 인근 CCTV를 확보하더라도 통상 한 달이면 CCTV 영상이 삭제된다는 점을 노린 탓입니다.

조그마한 의심에도 마약상들이 종적을 감춘 점도 수사를 어렵게 했답니다. 마약 거래 때 쓰는 은어를 헷갈리거나 “직거래를 하자”고 운만 띄워도 자취를 감춘 겁니다. “조금만 의심을 사도 텔레그램 방을 폭파했다. ‘당신 경찰이지?’라는 말과 함께였다.”(전남경찰청 마약수사대)  

하지만 경찰은 6개월이 넘는 끈질긴 수사를 통해 마약상 일당을 검거합니다. 텔레그램과 가상화폐를 이용해 마약을 판 A씨(27) 등 관리·운반책 5명과 구매자 14명을 붙잡은 겁니다. 필리핀에 있는 ‘해외총책’이 국내 점조직을 이용해 전국에 마약을 유통한 사실도 파악한 상태입니다.

100억 원어치 “빙산의 일각 가능성” 수사 확대

전남경찰청 마약수사대가 압수한 필로폰과 엑스터시 등 마약. 사진 전남경찰청

전남경찰청 마약수사대가 압수한 필로폰과 엑스터시 등 마약. 사진 전남경찰청

경찰이 압수한 마약 규모도 가히 ‘역대급’이라 할 만합니다. 필로폰 2.83㎏, 필로폰·MDMA 혼합물 1.1㎏, 케타민 505g, 엑스터시 1779정 등을 확보한 겁니다. 약 1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며, 금액으로는 101억 원에 달한답니다.

경찰은 “이번에 적발된 마약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며 수사를 확대한 상황입니다. 이들이 한 달 전에 숨겨둔 마약만을 판매한 것은 전국에 촘촘히 점조직을 깔아두지 않으면 불가능한 방식이어섭니다.

이번 마약상 일당 검거를 주도한 박성희 전남경찰청 마약수사대장의 수사 의지는 보다 구체적입니다. “마약상들은 절대 범행을 실토하지 않기 때문에 찾지 못한 마약도 있을 것이다. 오랜 시간 조직이 유지됐을 가능성도 큰 만큼 총책 검거 등을 통해 마약범죄를 뿌리 뽑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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