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선 "보고 받은적 없다"…60억 들인 대형 철도연구용역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11.21 05:00

업데이트 2021.11.2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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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전문기자의 촉: 연구용역과 결과물

고속열차인 KTX 산천. [사진 코레일]

고속열차인 KTX 산천. [사진 코레일]

 요즘 교통 관련 학계에서 관심을 모으는 연구용역이 하나 있습니다. 국가철도공단(이하 공단)에서 발주한 '전환기의 국가교통체계 재정립 방안 연구' 인데요. 공단은 정부를 대신해 철도를 건설하고, 관리하는 준정부기관입니다.

 이 용역이 눈길을 끈 이유는 무엇보다 이례적으로 큰 용역 금액 때문입니다. 용역 기간 2년에 금액은 60억원인데요. 통상적인 철도 등 교통 관련 연구용역이 수천만원에서 많아야 수억원대인 걸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액수이긴 합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중에 결과물을 봐야 명확하겠지만, 용역비가 한 달에 2억 5000만원씩인 셈이니 꽤 드문 규모"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연구 주제 역시 통상적인 용역에 비해 상당히 범위가 넓다는 평가입니다. 공단이 용역을 발주하면서 제시한 주요 과업 내용은 ▶탄소중립 2050 실현을 위한 교통체계(안) 및 추진전략 마련 ▶한국판 뉴딜 실현을 위한 철도부문 전략 및 실행방안 마련 등입니다.

 또 ▶교통수단별 공정한 경쟁을 통한 철도 중심의 교통체계 마련 ▶지속가능한 철도 중심의 교통체계 구축 투자전략 마련 ▶미래를 대비한 국가철도망(고속, 간선, 광역 등) 구축계획 마련도 들어있습니다.

대전역에 있는 국가철도공단 본사. 왼쪽 건물은 코레일 본사다. [중앙일보]

대전역에 있는 국가철도공단 본사. 왼쪽 건물은 코레일 본사다. [중앙일보]

 공단의 양근율 미래전략연구원장은 "탄소중립 2050, 한국판 뉴딜 등 정부 정책 실현을 위한 철도부문의 구체적인 추진전략이 없는 상황에서 철도 중심의 교통체계 구축을 위한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교통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고 설명합니다.

 또 공단 측은 세부 연구과제와 내용, 그리고 과거 연구용역 사례 등을 비교해보면 60억원이라는 용역 금액이 결코 많은 게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이 용역은 대한교통학회가 단독으로 응찰해서 수주했는데요. 여러 교수·전문가들이 연구팀을 구성한 뒤 학회의 명의를 빌려서 용역을 따낸 형식이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런데 이번 용역 추진을 두고 몇 가지 문제와 우려도 제기됩니다. 우선 공단을 감독하는 국토교통부와 용역 규모·내용 등에 대해 이렇다 할 논의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국토부 철도국의 고위 관계자는 해당 연구용역에 대해 아는지를 묻는 말에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 직원들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답했는데요.

수도권 등 대도시권에서는 광역급행철도 건설 요구가 높다. 사진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차량의 실물모형. [중앙일보]

수도권 등 대도시권에서는 광역급행철도 건설 요구가 높다. 사진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차량의 실물모형. [중앙일보]

 사실 연구 주제에 대해서 일부 전문가들은 "공단 차원에서 할 수준이 아니라 정부에서 직접 해야 할 내용"이라고 지적합니다. 미래의 국가적 교통체계를 어떻게 그리느냐 하는 큰 내용이기 때문에 국토부와 공단 사이에 긴밀한 협의가 필수적이라는 건데요.

 하지만 국토부와 별다른 논의 없이 용역이 발주되면서 연구 방향성이나 내용이 기존 정부 정책과 어긋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실제로 공단은 이번 용역에서 고속과 간선, 광역철도망 구축계획도 마련하겠다는 방침인데 이미 정부가 지난 6월 확정 발표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과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공단의 고위 관계자는 "사실 지금의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제대로 연구를 했다기보다는 지자체에서 건설을 요구한 것 중에서 골라서 정리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합니다.

기존 버스보다 승객을 더 많이 수송할 수 있는 친환경 전기굴절버스. [사진 국토교통부]

기존 버스보다 승객을 더 많이 수송할 수 있는 친환경 전기굴절버스. [사진 국토교통부]

 또 한가지 지적되는 문제는 용역의 주요 과업 내용에도 나와 있듯이 앞으로의 국가교통체계가 철도 중심으로 가야만 한다는 방향으로 사실상 결론을 정해놓고 있다는 점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철도가 현재 도로교통에 비해 친환경적이고 대량수송이 가능하다는 점은 맞지만 전기·수소자동차, 전기굴절버스 등 다양한 친환경 교통수단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철도만 고집하는 건 곤란하다"고 말합니다.

 수요와 지역 환경에 맞춰 철도와 다른 교통수단을 적절히 섞어서 활용하는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미인데요. 인구가 적은 지역은 막대한 건설비가 드는 철도 대신 전기굴절버스 등을 활용한 친환경 간선급행버스체계(BRT)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겁니다.

 이례적이고 야심차게 시작되는 대형 철도연구용역이 여러 우려 사항을 잘 살피고, 그 규모와 취지 그리고 시대 변화에 맞게 국가교통체계의 미래상을 발전적으로 제시하는 결과물로 이어지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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