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한 재력 없이 못 버틴다...제주 이주민 28% "떠나겠다" [더오래]

중앙일보

입력 2021.11.20 15:00

업데이트 2021.11.22 09:45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103)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하던 3년 전. 도시 사람들에게 부담 없이 어디에 가서 한 달을 살겠느냐고 물으면 제주도란 답이 많이 나왔다. 제주도 한달살이는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제주도로 향하는 이가 있다. 제주도만의 매력이 있다. 그래도 예전 같지 않다는 소식도 들린다. 제주연구원이 지난 11월 15일에 발표한 제주 정착 주민 기본계획(2022~2055년) 수립 연구용역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에 정착한 이주민 410명의 28.3%가 ‘제주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계획’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4분의 1이 제주를 떠나겠다는 것이다.

재이주 계획 이유로 ‘다른 지역 발령 혹은 취업을 위해’(29.6%), ‘임금 등 소득이 낮아서’(15.8%), ‘높은 물가와 주거비용’(13.2%), ‘자녀 교육 환경 변화’(12.3%) 등이 꼽혔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같은 경제적 이유가 크다.

순천에서 고교 교사로 근무하다가 은퇴하고 제주도로 내려온 귀촌인의 집. 귤 농사를 짓는다. [사진 김성주]

순천에서 고교 교사로 근무하다가 은퇴하고 제주도로 내려온 귀촌인의 집. 귤 농사를 짓는다. [사진 김성주]

제주도 이주민의 제주 생활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하니 7점 만점에 ‘의료환경’(3.39), ‘주차·교통환경’(3.65), ‘경제활동 및 소득 창출’(3.66), ‘주택 마련 등 거주환경’(3.81) 등으로 낮게 나타났다. 또 ‘지역 공동체 및 사회참여 환경’(4.17), ‘교육환경’(4.09), ‘여가 및 문화생활 환경’(4.27) 등에서도 낮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왜 이럴까 의견이 분분하다.

아마도 방송에서 나온 제주살이 모습과 현실의 괴리가 컸기 때문일 것이다. 집값이 올라갈수록 인기를 끄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집 소개’ 프로그램이다. 대놓고 집을 구하러 다니는가 하면 사는 모습을 보여 준다. 혼자 사는 연예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결국 집 자랑이고 집 소개로 보인다.

그동안 많은 연예인의 제주 라이프가 전해졌다. 너무 많아 이름을 거론하기도 번거롭다. 자기가 살고 싶어 갔으니 문제는 없다만, 너무 미화돼 거품이 많이 끼었기에 아쉽다. 그중에는 별다른 활동이 없는 이도 제주도에 가 남부럽지 않은 규모의 집에서 유유자적 생활하니 천국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수입이 없어도 그렇게 풍경이 좋은 집에 살고 행복하니 말이다.

낭만적인 스타들의 제주 살이가 심각한 땅값 상승을 초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연예인 여럿이 타운을 형성해 살고 있는 어느 지역은 개발 붐까지 불어 땅값이 급등했다. 주민들이 높은 가격에 땅을 팔고 이주해 아예 ‘연예인 동네’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제주도 부동산을 검색하면 연예인들이 사는 동네의 매물이라고 나온 것이 꽤 있다.

제주도 이주는 일반적인 귀농 귀촌과는 다르다. 휴식이나 도피, 호기심 충족의 목적으로 제주도로 이주한 사람은 어지간한 재력이 아니고서는 버티고 어렵다. [사진 김성주]

제주도 이주는 일반적인 귀농 귀촌과는 다르다. 휴식이나 도피, 호기심 충족의 목적으로 제주도로 이주한 사람은 어지간한 재력이 아니고서는 버티고 어렵다. [사진 김성주]

귀농·귀촌의 모습과는 매우 다르다. 일반적인 귀농·귀촌은 도시의 주거 비용이 비싸농어촌으로 간다고 응답이 나오는데, 제주도는 이와는 반대다. 제주도 이주는 귀농·귀촌과는 다른 형태로 보아야 한다. 보통 귀농·귀촌은 일자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제주도 이주는 일자리가 아닌 휴식, 도피, 호기심 충족이 앞서니 어지간한 재력이 없이는 버티기가 힘들다.

충분한 경제력이나 소득원이 있어야 제주도에 살 수 있다. 그곳은 섬이다. 육지보다 물건을 구하기 힘들다. 자급자족이 힘들다. 제주도 물산은 육지로 보내 팔아야 돈이 된다. 애초부터 제주도 사람은 부족한 환경에서 버티고 살아왔다. 그 애로 사항은 외지인도 함께 겪어야 한다.

그래서 제주도의 귀농·귀촌은 한달살이나 이주와는 달라야 한다. 부족한 물산·일손을 채운다는 의미여야 하는 것이다. 귀농·귀촌인들 다수는 제주도 출신의 U턴이고, 제주시와 서귀포시와 같은 도시 지역에서 농어촌 지역으로 이동하는 도내 귀농인이 많다. 이들의 주 소득원은 귤 농사와 농어촌 민박 사업이다. 농촌체험 분야는 제주도 안에 좋은 관광시설이 많아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 서귀포시 남원읍의 ‘휴애리 자연 생활공원’은 여느 공원 못지않은 콘텐트와 시설을 갖춘 관광농원이기에 사람이 많이 찾는다.

제주 농어촌 민박. [사진 김성주]

제주 농어촌 민박. [사진 김성주]

제주 농어촌 민박 고급 펜션 내부. [사진 김성주]

제주 농어촌 민박 고급 펜션 내부. [사진 김성주]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펜션업이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이다. 해변을 따라 수많은 펜션이 들어서 있다. 이중 농민이 농어촌 민박으로 사용하는 곳이 꽤 된다. 게스트하우스부터 리조트급 펜션까지 다양하다. 농민이 한다고 우습게 볼 게 아니다. 서비스와 시설의 수준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고 평가된다.

농촌체험 휴양마을도 제법 있다. 얼마 전 제주도 지역관광 리더인 마을, 지역주민, 관광업계 관계자 및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모여 ‘지역 관광 리더 역량 강화 워크숍’을 열었다. 주제가 지속가능 지역관광이었다. 농민들이 나서서 ESG와 지속가능한 관광을 이야기하니 기대가 크다. 유관 기관의 선언에 그치지 않고 주민들이 선도하는 농촌관광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귤 농장의 귤 따기 체험은 요즈음 일손이 너무 부족한 탓에 엄두도 못 낸다. 코로나 시국에 관광객이 없기도 하지만, 수확이 우선이라 손님을 챙길 일손이 없단다. 귤 따기 알바를 하러 제주도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숙박과 항공료를 지원해 준다는 공고도 있다. 일손도 부족하지만 귤 따기가 워낙 극한직업이라서 그렇다. 귤을 따는 것도 고되지만 귤을 모아 박스에 담고 컨테이너로 옮기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

예전에는 귤 농사를 지어 자식을 대학에 보냈다고 해 귤나무를 대학나무로 불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기후 변화로 경기도까지 귤이 재배된다고 하니 대학나무도 옛말이 됐다.

제주도는 귀어인이 많다. 수많은 포구와 부속 섬에서 귀어인을 받고 있다. 풍부한 어족자원을 가지고 있어 우리나라 수산업의 중심지이다. 지금 제주도에 가면 맛있는 수산물을 먹을 수 있다.  한때 광어 양식업이 잘 되어 외국으로 수출까지 했는데, 요즘은 사람들 입맛이 달라졌는지 예전만은 못하다고 한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는 도시민유치지원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귀농 창업자금 1000만원 지원이다. 제주도 농업기술원에서는 2021년 창업 관련 교육을 30명에게 실시하고 수료자 중 5인을 선발해 창업자금을 지원했다. 창업자금은 교육 수료자 중 창업 아이템 및 사업계획 심사를 거쳐 5명에게 1인당 최대 1000만원씩 모두 5000만원을 지원한다. 창업자금은 창업 아이디어 및 아이템 발굴, 쇼핑몰 등록, 유통채널 개척 등에 사용해야 한다.

제주도는 관광산업의 발전과 함께 지난 몇 년 동안 호황을 누렸다. 덕분에 제주도를 좋아하는 많은 도시민이 이주해 왔다. 노래 가사처럼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몰려와 제주의 풍광과 문화를 즐겼다. 반면 외형적인 성장과는 달리 내실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제주도민만큼 투잡, 쓰리잡을 뛰는 사람도 없다고 한다. 기후 변화는 제주도의 농산물과 수산물의 지형을 바꾸어 놓았다. 귤은 더는 제주도의 전유물이 아니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지금도 보존과 개발이 팽팽하게 맞서는 지역이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제주로 갈 것인가, 인간에 의해 자연이 굴복된 제주로 갈 것인가. 이는 제주도만이 아닌 온 나라의 문제이다. 우리나라에 제주도 같은 아름다운 섬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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