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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폭력 신변보호’ 여성 살해한 전 남친…취재진엔 “죄송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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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친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B씨(가운데)가 20일 오후 5시쯤 서울 중부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심석용 기자

전 여친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B씨(가운데)가 20일 오후 5시쯤 서울 중부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심석용 기자

데이트 폭력 피해로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고 있던 여성이 자택에서 흉기에 찔려 살해된 사건 관련해 용의자로 지목된 전 남자친구가 경찰에 붙잡혔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중부경찰서는 이날 낮 12시40분쯤 30대 여성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A씨의 전 남자친구 B씨(35)를 대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검거했다.

앞서 지난 19일 오전 11시30분쯤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A씨가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얼굴 등을 흉기에 찔린 A씨는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졌다. 피해 여성을 처음 발견하고 신고한 이웃 주민은 “(처음 목격했을 땐) 사망한 상태가 아니었고, 움직임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변보호 여성 피살’시간대별 상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신변보호 여성 피살’시간대별 상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경찰은 전 남자친구 B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A씨가 지난 7일 “전 남자친구가 스토킹하고 있다. 분리 조치가 필요하다”고 신고한 점 등에 따라서다. 당시 B씨는 A씨를 찾아가 “다시 만나달라. 죽어버리겠다. 아니면 너도 죽자”는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 법원이 B씨에게 A씨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 명령을 내리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A씨는 분리요청 이후 임시 보호소에 1~2일 머물렀고 이후 지인 집 등에 있었다고 한다. “A씨와 계속 통화하며 안전 여부를 파악했고, A씨가 짐을 가지러 가기 위해 자택에 갈 때 동행했다”는게 경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18일 낮 이후 A씨가 집에 잠깐 들를 땐 경찰이 동행하지 않았고 B씨가 법원조치를 어기고 A씨 자택을 찾아가면서 참극으로 이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전날인 18일 낮까지 A씨가 자택이 아닌 곳에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며 “그 이후엔 A씨로부터 따로 연락이 없어서 자택에 간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으로 B씨의 이동 경로를 파악한 뒤 추적을 시작했다. 이날 대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B씨를 검거해 서울 중부서로 이송했다. B씨는 대중교통으로 대구까지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에 연고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죄송하다” 짧게 한마디

 헤어진 여자친구를 찾아가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데이트폭력 살인사건 용의자' B씨가 도주 하루만인 20일 대구에서 검거돼 서울 중구 서울중부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뉴스1

헤어진 여자친구를 찾아가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데이트폭력 살인사건 용의자' B씨가 도주 하루만인 20일 대구에서 검거돼 서울 중구 서울중부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뉴스1

B씨는 이날 오후 5시쯤 서울중부서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점퍼에 검은색 모자를 쓴 그는 “살인 혐의를 인정 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연인에게 미안한 감정없느냐, 피해자와 유족에게 할 말 없느냐”는 질문에도 침묵했다. 다만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면서 낮은 목소리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B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한 뒤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 엉뚱한 곳 출동 논란 

서울 중부경찰서 전경. 중앙포토

서울 중부경찰서 전경. 중앙포토

한편 경찰이 A씨의 신고를 받고도 위치를 잘못 파악해 두 번째 호출 이후에야 사건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A씨는 지난 7일 실시간 위치 추적과 긴급호출이 가능한 스마트워치 등을 받았다. 사건 당시 그는 스마트워치로 두차례 긴급 호출했다.

그러나 최초 신고 시 스마트워치의 위치 값이 A씨의 자택과 500m 떨어진 명동으로 나오면서 경찰은 명동으로 향했다. 피해 여성이 두 번째 호출을 한 뒤에야 경찰은 명동과 여성의 자택으로 동시 출동했다. 첫 신고 후 12분이 흐른 뒤였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A씨는 이미 흉기에 찔린 상태였다.

이와 관련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위치를 기지국 중심으로 확인하는 기존 112시스템을 활용해 조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경찰청과 협의하여 스마트워치 등 신변 보호 대응 시스템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등을 재점검하고 현재 시범운영 중인 신변 보호 위치확인시스템도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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