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진짜 금치, 김장 접어야겠다" 배춧값 2배 올린 주범들

중앙일보

입력 2021.11.20 05:00

김장철이 시작됐지만,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시장은 한산하다. 중간중간 휴업 중인 가게가 눈에 띈다. 석경민 기자

김장철이 시작됐지만,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시장은 한산하다. 중간중간 휴업 중인 가게가 눈에 띈다. 석경민 기자

“올해 김치는 정말 ‘금(金)치’가 될 거 같아요.”
김장을 앞두고 최근 김장 재료들을 구매한 주부 김모(58)씨의 한탄이다. 그는 “마트에서 김장에 필요한 쪽파를 4800원에 판매할 거라고 했는데, 7900원에 팔고 있더라. 마트에 항의하니 마트에서도 손해 보고 파는 거라고 답을 했다. 배춧값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매년 100포기 이상 김장을 하던 그는 올해 50포기만 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김장철이 시작됐지만, 김장 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주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주재료 배추의 가격이 대폭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5일 기준 배추 중품 10kg 도매가는 1만 660원으로, 1년 전 가격 5593원의 약 2배다.

“사 먹는 게 더 싸다”… ‘김장포기족’도

지난 18일 영등포시장을 찾은 주부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날 장바구니 카트를 끌고 채소 가게에 들른 장은수(69)씨는 “김장 재료를 사기 위해 오랜만에 시장에 왔는데 가격들이 너무 올라 깜짝 놀랐다”고 했다. 이어 “매년 정확히 김장 30포기를 해왔는데 재룟값이 부담돼 올해는 15포기만 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김장 재료 구매를 마치고 돌아서는 장씨의 장바구니는 절반도 차 있지 않았다.

아예 김장을 포기하는 ‘김장포기족’도 있다. 이날 영등포시장에 온 김모(61)씨는 “올해 처음으로 김장을 포기했다. 매해 빠지지 않고 김장을 해왔는데, 물가가 너무 올랐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그때그때 김치를 사 먹을 예정”이라고 했다.

젊은 주부들이 많이 가입한 커뮤니티에서도 폭등한 김장재룟값을 두고 고민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주부는 “배추 사러 갔다가 배추 가격이 너무 뛰어서 정말 당황했다. 이번 김장은 정말 황금배추로 김장했다”고 했다. “김치는 늘 직접 담아 먹었는데, 물가가 너무 올라 엄두가 안 나서 올해는 사 먹으려고 한다”는 내용의 글도 적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 상인들도 울상

치솟는 배춧값에 상인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영등포시장에서 30년 이상 채소 장사를 하는 정순덕(64)씨는 “평소 한 포기에 2000원대이던 배추가 최근 5000원까지 올랐다. 최근 5년간 가장 비싼 가격으로 판매 중이다. 배추를 사기 위해 시장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리는 손님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영등포시장에선 배추 한 포기가 약 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상인들은 예년 가격인 약 2500원보다 2배 정도 올랐다고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5일 기준 배추 중품 10kg 도매가는 1만 660원으로, 1년전 가격 5593원의 약 2배다. 석경민 기자

영등포시장에선 배추 한 포기가 약 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상인들은 예년 가격인 약 2500원보다 2배 정도 올랐다고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5일 기준 배추 중품 10kg 도매가는 1만 660원으로, 1년전 가격 5593원의 약 2배다. 석경민 기자

인근에서 채소 장사를 하는 양모(65)씨도 “요즘에는 절임배추를 많이 찾는데, 10kg에 2만7000원 정도에서 3만7000원까지 올랐다. 특히 강원도 배추들이 난리다. 썩고 무른 배추인 ‘꿀통’ 배추가 많아진 탓”이라고 했다. 이어 “김장철은 장사 대목인데 올해 배추 판매량이 예년보다 체감상 50% 이상 줄었다. 코로나19로 안 그래도 힘든데, 엎친 데 덮친 격이다”고 했다.

“배춧값 더 오르진 않을 것”

올해 배춧값이 예년보다 유독 상승한 이유는 잦은 이상 기후로 중부 지방의 배추 작황이 좋지 않고 배추 무름병이 번졌기 때문이다. 무름병은 배추의 뿌리와 밑동이 썩는 병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은수 엽근채소관측팀장은 “지난달 상순에 고온이 있었다. 그때 고온이 오면서 중부지방 중심으로 무름병이 확산했다. 이 영향으로 강원도와 충청도 중심으로 작황이 안 좋았다. 보통 8월 하순에서 9월에 많이 심는데, 그때 비가 많이 왔다. 심는 당시 초기 생육도 안 좋았다”고 했다.

한 팀장은 “이번 주부터 전남 해남에서 배추 출하가 많이 되고 있어서 가격이 지난주보다 좀 떨어졌다. 김장 피크도 지나가면 지금보다 배추 가격이 더 오르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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