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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부스터샷 6개월→4개월 파격 결정, '신중 정은경'의 달라진 모습?[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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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9일 충북 청주시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추가접종을 받고 있다. 정 청장은 "추가접종은 면역 증강효과가 있기 때문에 감염이나 중증진행을 예방할 수 있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스1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9일 충북 청주시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추가접종을 받고 있다. 정 청장은 "추가접종은 면역 증강효과가 있기 때문에 감염이나 중증진행을 예방할 수 있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스1

전문기자의 촉: 4개월 부스터샷은 용기있는 결정

보건 당국이 60세 이상 고령층에 대해 부스터샷(추가접종) 간격을 접종완료 후 6개월에서 4개월로 당겨 시행에 들어갔다. 질병청은 17일 60세 이상 고령층, 노인ㆍ장애인 시설 등 감염취약시설 입소ㆍ종사자, 요양병원ㆍ시설 입원ㆍ입소 종사자, 기저질환자(18∼59세), 병원급 의료기관 종사자, 의원 등 의료기관 종사자 등이 기본접종 완료 4개월(120일) 이후 추가접종을 하도록 권고했다. 5개월 정도로 당길지 모른다고 내다봤으나 예상을 깨고 파격적 대책을 내놨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신중함 그 자체다.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정 청장과 질병청은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센터(CDC),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의 움직임을 매우 중시한다.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 란셋, 네이처 등의 유명 의과학저널의 논문도 중요한 참고자료이다. 질병청 정책의 과학적 근거는 이런 데서 나온다

미국 FDA와 CDC는 은 '65세 이상, 접종 완료 후 6개월'이라는 부스터샷 기준을 유지해왔다. 그러다가 19일 FDA가 19일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부스터샷 긴급사용 대상을 18세 이상 모든 성인으로 확대했다. 6개월 간격은 유지했다. 유럽 주요 국가도 4개월 추가접종을 선택한 데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질병청은 4개월 추가접종이라는 파격적인 결정을 했다. 기본접종 완료 후 4개월 추가접종을 하는 나라는 벨기에·헝가리이다. 굳이 따지면 한국이 세계 세 번째로 합류했다. 말레이시아가 19일 중국의 시노백 백신 접종 3∼6개월 후 추가접종을 한다고 밝혔다.

미국이나 독일 등은 다만 면역저하자 등의 고위험군에게 접종 완료 후 4주째부터 추가접종한다. 물론 일반인은 6개월 지나야 한다. 부스터샷을 처음 시작한 이스라엘은 5개월 간격을 유지한다.

이렇게 보면 4개월 결정의 과학적 근거가 충분한 편은 아니다. 너무 앞서가는 게 아니냐, 안전성에 문제가 없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법하다.

질병청과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미국, 독일 등의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 추가접종 후 안전성에 우려가 없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안전성 우려보다 돌파감염을 줄이는 예방 효과의 이득이 크다"고 평가했다. 위험과 이득을 저울질해 이득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1일 위드 코로나에 접어든 지 약 3주 되면서 일상회복의 긍정적 효과가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하지만 이달 들어 고령층의 백신 약발이 뚝뚝 떨어지는 듯하다. 특히 요양병원·요양원 어르신들이 그렇다. 기저질환이 많아 백신을 맞아도 면역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접종 4개월이 지나면서 허약한 면역력 무기마저 무장해제 수준이 됐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쉽게 돌파해 감염시켰다.

60~74세 고위험군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았다. 백신 도입 실패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질병청 분석을 보면 AZ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 대항력이 2차 접종 3개월이 지나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항체가 수치 207→98). 화이자는 5개월 후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338→168). AZ 접종자에게 돌파감염이 많이 생기는 이유가 확연히 드러난다.

19일 확진자 중 60세 이상이 37%이다. 하루 30명 가까이 숨지는데, 대부분 이들이다. 코로나 발생 후 희생된 사람의 91.4%가 60세 이상이다. 위중증 환자의 82%를 차지한다.

60세 이상의 떨어진 백신 약발, 돌파감염의 습격, 위중증과 사망률 등등에 비춰보면 '4개월 추가접종' 결정의 배경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과학적 근거는 다소 미흡하지만, 현실적 근거가 강력하다고도 볼 수 있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과학적 데이터는 학자의 몫이고, 정책 결정은 행정가의 몫이다. 정책 결정 배경을 국민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지가 관건"이라며 "이번 겨울을 무사히 나기 위해서는 고위험군 추가접종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추가접종하면 확진위험 10분의 1로 감소

질병청에 따르면 추가접종 후 12일 지나면 확진 확률이 기본접종자의 10분의 1로 떨어진다. 중증으로 갈 위험은 20분의 1로 줄어든다.

하지만 19일 현재 60세 이상 고령층 및 고위험군 63만명만 부스터샷을 맞았다. 접종률이 20%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백신버스가 요양병원 돌며 접종해야 

요양병원·요양원·정신병원, 경로당·복지관 등으로 찾아가는 접종 전략이 필요하다. 경기도·강진군 등에서 '백신 버스'를 운영하거나 운영 중이라고 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백신 버스로 요양병원을 돌면서라도 접종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코호트 격리된 병원들도 비감염자 등에는 추가접종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4개월로 당겼으면 이에 걸맞은 맞춤형 접종전략이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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