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되면 공기업·공공기관 200곳 지방 옮길 것”

중앙선데이

입력 2021.11.20 00:27

업데이트 2021.11.20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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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3호 04면

충청권 민생 탐방 투어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9일 대전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을 방문해 자율주행차를 시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청권 민생 탐방 투어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9일 대전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을 방문해 자율주행차를 시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은 합니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핵심 캐치프레이즈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시절 보여준 ‘추진력’과 ‘실행력’에 대한 자부심이 담겨 있다는 게 당내 평가다. 최근 선대위에 합류한 인사들이 “도덕성이 아니라 ‘일을 잘한 사람’이자 ‘앞으로도 잘할 사람’이란 기대가 담겨 있다”(원혜영 국가인재위원장)거나 “3실(실력·실천·실적)을 갖춘 정치인”(정철 메시지 총괄)이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 이 후보가 지난 18일 본인이 주장해 오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을 사실상 철회했다. 사흘 전만 해도 “책상을 떠나, 따뜻한 안방이 아니라 찬바람 부는 엄혹한 서민의 삶을 직접 체감해 보시라”며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압박했던 그였다. 당장 국민의힘에서는 “홍남기가 허용해 주는 한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하지만 이 후보 측 내부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이 후보와 가까운 인사는 19일 “이 후보의 결정은 정책 포기가 아니라 중도 확장을 위한 전략 변화”라고 말했다. 그는 “당 지도부가 파악하기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며 “그런데 이 후보가 ‘현장이 어려우니 명분에만 매달리지 말고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합리적으로 신속하게 하자’며 추후 검토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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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이 후보 캠프 내부에선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기조가 이 후보의 강점인 동시에 불안 요소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무조건 밀어붙이는 듯한 모습이 중도층이 보기엔 불안해 보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적잖았다고 한다.

대장동 논란과 재난지원금도 마찬가지다. 지사직 사퇴까지 늦추며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등 대장동 의혹을 정면돌파하려 했지만 여론의 의구심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특검을 요구하는 비율이 50%를 넘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 때도 정부와의 충돌마저 불사했지만 여론은 반대쪽이 더 높았다. 그러는 사이 이 후보 지지율은 한 달 넘게 30%대 박스권에 갇혔다.

한국갤럽이 지난 16~18일 조사해 이날 발표한 4자 대결 여론조사에서도 이 후보는 31%를 얻어 42%를 기록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11%포인트나 뒤졌다. 한국갤럽의 지난달 19~21일 조사 때는 이 후보가 34% 대 31%로 윤 후보에 앞섰지만 한 달 새 지지도가 역전된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그러는 사이 당 주변에선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구호가 오히려 독선적인 이미지로 비친다는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 후보를 수행하는 한 의원도 “후보와 여러 현장을 다녀봤는데 ‘이재명은 합니다’를 ‘무조건 합니다’로 오해하는 시선이 점점 늘고 있더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주장을 접고 완급 조절에 나서자 당 안팎에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 측근 인사는 “길이 막힐 땐 명분에 매달리지 않고 더 빠른 길을 찾아 우회하는 게 원래 ‘이재명 스타일’인데 이런 유연함이 잘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 계곡 정비 사업을 할 때도 99.7%가 자발적으로 불법 시설을 철거했던 것처럼 우격다짐 대신 설득과 타협이 이 후보의 최대 장점이었다”며 “앞으로도 이런 유연한 모습을 강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도 이날 유튜브 방송에서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후보는 “지금은 ‘인물을 비교하면 이재명이 낫긴 한데, 민주당은 싫다. 부족하다’는 분들이 꽤 있다”며 “그런 분들도 잘 설득해 같이 갈 수 있도록 하면 지지율도 다시 올라가고 대선 때도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이 후보는 이날 대전을 시작으로 2박 3일간 충청권 순회에 돌입했다. 전국 민생 탐방 프로젝트인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 버스)’의 첫 행선지로 지난주 부산·울산·경남을 방문한 데 이어 이번엔 중원 민심 공략에 나선 모양새다.

이날도 이 후보의 시선은 최근 정성을 쏟고 있는 2030세대에 모아졌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원들과 간담회 때도 젊은 세대 연구원들을 향해 “MZ세대도 계시니 여러분들 의견을 먼저 듣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신진 연구진들이 인건비 걱정 없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들은 이 후보는 “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디지털 대전환 시대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화답했다.

이 후보는 이어 ETRI가 개발한 자율주행차 ‘오토비’를 시승한 뒤 “연구기관의 도덕성을 믿고 충분한 재량권을 부여하면 훨씬 효율적으로 국가 예산이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승 과정에선 음성 인식 기능을 활용해 오토비를 조종한 뒤 “원장님께 ‘무인 자동차를 학대했다’고 보도되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을 드렸다”며 웃기도 했다. 지난달 로봇 박람회 때 시연 로봇을 넘어뜨린 것을 두고 ‘로봇 학대’ 논란이 불거졌던 걸 겨냥한 농담이었다.

이 후보는 이어 대전 엑스포 시민광장에서 2030세대 E-스포츠 선수들과 ‘카트라이더’ 대결을 펼친 뒤 1시간가량 거리를 걸으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는 임시로 마련된 연단에 올라 “저는 왕이 될 생각이 없다. 제게 필요한 건 국민이 명하는 것을,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는 권한뿐”이라며 “그깟 자리, 그깟 명예는 없어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집에 ‘당신 계좌를 털었다’는 우편물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먼지 털리듯 탈탈 털리고 있지만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저는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지금까지 단 하나의 흠도, 먼지도 없이 살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유튜브 방송을 통해서도 충청권 구애에 나섰다. 그는 “제가 대통령이 되면 수도권에 있는 공기업과 공공기관 200여 곳을 다 지방으로 옮기려 한다”며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균형 발전을 통해 대한민국도 성장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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