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週 漢字] 力(력)-일상과 힘

중앙선데이

입력 2021.11.20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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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3호 31면

한자 11/20

한자 11/20

力拔山氣蓋世(역발산기개세), ‘힘은 산을 송두리째 뽑아낼 만하고 기운은 세상을 온통 뒤덮을 만하다’는 말, 그렇기에 그럴 만한 능력을 지닌 영웅의 풍모를 일컬을 때 주로 쓰는 말이다. 역사에는 저 옛날 천하를 두고 유방과 한바탕 힘겨루기를 벌인 초패왕 항우가 한창때인 서른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읊조린 ‘垓下歌(해하가)’의 첫 구절로 등장한다(『사기』 ‘항우본기’).

다 알고 있는 것처럼 항우는 패자(敗者)다. 하지만 현시대의 일상을 근근이 버텨 내는 우리한테는 패자(覇者, 敗者)였던 항우의 그 氣力(기력)조차 언감생심이다. 삶이 무의미하다 싶을 정도로 무미건조하게 반복되는 현시대의 일상 속에서 그런 패기나 기개로 하루하루를 버텨 내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다.

불변성과 탈역사성이라는 유사 진리에 기대어 자신의 입법적 권력을 항구적으로 생산하는 구조-존재는 주체-생성의 가변성과 역사성을 결코 허용하지 않은 채 차이의 생성과 변화라는 역사적 진리마저 한사코 외면하려 든다.

우리는 잘 안다. 그 권력을 긍정하는 일이 결국 우리 자신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음을. Yes가 No가 되고, No가 Yes가 되는 이 역설적인 상황에서 우리는 과연 뭘 어찌해야 하나? 자문(自問)의 시간이다.

그물 속에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해방을 꿈꾸고 그 꿈의 실현을 위한 탈주를 결행할 것인가? 권력에 무기력하게 복속하고 말 것인가, 아니면 저항이라는 모종의 역동적 시도라도 해볼 것인가? 설령 성공한다고 해도 성취감은 잠깐, 실패감은 오랫동안일 텐데, 그래도 하고야 말 것인가? 그래도 결행한다면 다음과 같은 일련의 힘 정도는 획득할 수 있을 듯하다. ‘挑戰力(도전력)-抵抗力(저항력)-耐力(내력)-回復力(회복력)’.

권력자의 호명에 ‘예!’로 답함으로써 그이의 삶을 긍정하는 자가 아니라 그것에 ‘아니오!’로 답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긍정하는 자, 그래서 종국엔 삶의 건강을 회복하는 자가 있다. 실패와 좌절을 겁내지 않고 패기와 기개를 되살려 살아갈 우리 또한 그런 자이며, 그런 자들이 모여 꾸려가는 일상은 수많은 힘을 생성, 그것들의 각축장으로 변화한다.

권력에 머리를 조아리긴커녕 오히려 그것을 당당히 마주하고 심지어 극복까지 할 수 있는 力能(역능, puissance), 그 힘의 실마리 또한 우리의 일상과 이 일상에서 꾸준히 해 가는 실천에 잠재해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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