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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동산 세제, 정치 배제하고 합리적 개편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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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3호 30면

주택가격 통제하려는 반시장 발상 안 돼  

1주택자 세금 급증은 바람직하지 않아  

여야 후보, 편 가르기·포퓰리즘과 단절해야

부동산 세제(稅制)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문재인 정부 들어 거듭된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과열된 여파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현 정부 출범 당시 6억708만원에서 4년여 만에 12억1639만원으로 뛰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단기 폭등이다. 피해자는 모든 국민이다. “집값을 원상 회복시켜준다”는 문 대통령의 말만 믿고 집을 팔거나 내 집 마련을 보류한 사람은 벼락거지가 됐고, 주택 보유자는 4년 내내 세금폭탄에 시달려왔기 때문이다.

평범한 직장인이 월급을 모아 은퇴하기 전까지 서울에서 내 집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현 정부 출범 전에는 월급을 모으고 은행 대출을 받으면 그나마 내 집 마련 꿈을 꿀 수 있었다. 하지만 집값이 터무니없이 오른 지금 무슨 수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겠나. 설령 집을 마련해도 근심은 없어지지 않는다. 지난 4년간 부동산 세금 산출의 토대가 되는 공시가격이 수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입구(취득세)부터 보유 단계(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거쳐 출구(양도소득세)로 나갈 때까지 연쇄적으로 세 부담이 높아졌다. 무거운 세금 때문에 자가 거주자도 정부에 세금으로 월세를 내는 것이라는 한탄이 나오는 이유다. 이 영향은 증여세·상속세에도 미치면서 살아 있을 때는 물론 사후에도 무거운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실상 전 국민이 세금 감옥에 갇히는 처지가 됐다.

국세청이 22일 올해분 종합부동산세를 고지하게 되면서 부동산 세금에 대한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대상자는 지난해보다 10만 명 늘어난 8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거둬들인 세금이 2016년 1조원대에서 올해는 5조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을 올해부터 2025년까지 매년 2~3% 높이기로 했다. 종부세율도 지난해(0.6~3.2%)의 두 배 수준으로 상향된다. 종부세 과세표준을 위한 공정시장가액 비율도 90%에서 95%로 올린다.

문제는 1세대 1주택자다. 올해부터 1주택자 종부세 과세기준을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올렸지만, 집값이 급등하면서 대상 가구 수는 여전히 27만7074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6만9000명보다 4배 급증했다. 집 한 채는 누구에게나 보금자리 아닌가. 주택 가격을 통제한다는 반(反)시장 정책의 후폭풍으로 집값이 치솟았는데 국민이 세금폭탄을 맞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1주택자는 보호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정책적 철학도, 국민적 합의도 없이 밀어붙인 정치 실험으로 국민만 골탕을 먹고 있다.

이제라도 ‘부동산의 정치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나 여야 후보들이 부동산 세제의 합리적 개선을 위한 토론과 경쟁을 벌이기보다 편 가르기와 상대 후보 비난으로 흐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쓴다면서 국토보유세 신설과 함께 수사권이 있는 부동산감독원 설치를 내걸었다. 강력한 반시장 정책이란 비판에 대해 이 후보는 “토지세 반대는 부패 세력에 놀아나는 바보짓”이라고 공격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1주택자 종부세 면제’를 놓고도  극한 대립을 보인다.  부동산 문제의 난맥상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 대결이 자칫 가진 자와 서민 대결의 편 가르기나 득표를 위한 포퓰리즘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그나마 여야가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은 다행이다. 조속히 법안을 통과시키기 바란다. 종부세의 경우 일정 금액이나 보유 기간에 따른 1주택자 면제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부동산 세금은 부(富)의 편중 완화와 소득 재분배 기능도 두루 고려해 결정해야 할 민감한 이슈다. 당리당략을 떠나 합리적 대안만이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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