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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세 육상선수 ‘시니어 세계신’ 비결은 유산소 운동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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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3호 28면

생활 속 한방 

육상대회에 출전한 줄리아 호킨스. [연합뉴스]

육상대회에 출전한 줄리아 호킨스. [연합뉴스]

최근 105세 할머니 육상선수가 보여준 인간승리의 이야기가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줄리아 호킨스는 지난주 루이지애나에서 열린 ‘시니어 부문 100m 달리기’에서 1분 2초 95라는 세계기록을 세우며 그의 연령대에서 가장 빠른 여성에 이름을 올렸다. 주목할 만한 점은 그녀가 젊었을 적부터 체계적으로 훈련받은 육상선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교사를 퇴직한 후 취미 삼아 운동을 시작했을 뿐이다. 주변인들이 줄리아에게 건강의 비결을 묻자 그녀는 ‘유산소 운동’을 꼽으며 “매일 2㎞씩 걷고 달린다”고 답했다.

유산소 운동은 산소를 이용해 신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운동으로 걷기, 달리기, 등산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심폐지구력 향상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모든 운동의 기초라고 불릴 만큼 건강 관리 측면에서 필수 요소로 여겨진다.

성인 절반 가량 유산소 운동 태부족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유산소 운동 실천율은 그리 높지 못한 편이다. 가장 최근 조사된 2019년 국민건강영양조사 통계에 따르면 성인 유산소 운동 실천율은 남성 52.6%, 여성 4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결과(남성 62%, 여성 54.7%)와 비교하면 약 10%p나 떨어진 수치다. 유산소 운동 실천율의 기준은 일주일에 중강도(약간 숨이 차거나 땀이 나는 정도) 신체활동 2시간 30분 이상 또는 고강도(전력 질주와 같이 대화가 불가능한 정도) 신체활동 1시간 15분 이상이다. 즉 인구의 절반가량이 유산소 운동에 하루 20분 미만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유산소 운동의 주된 목적은 체지방 연소다. 근세포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단위 질량 당 열량이 큰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기 때문에 뱃살과 같은 몸 곳곳의 군살을 빼기 위한 다이어트에 많이 활용된다.

재미있게도 한의학적인 관점도 현대 의학의 해석과 유사하다. 한의학에서는 근육과 살을 구분 지어 여긴다. 음식 섭취로 인해 생기는 살을 ‘기육(肌肉)’이라 부르며 기육이 많을 경우 몸의 불순물이 체내에 오래 정체되고 기와 혈액의 운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태로 보았다. 이에 식사와 신체활동을 고르게 할 것을 권했다. ‘많이 걸으면 오래 살고 자주 누우면 일찍 죽는다’는 뜻의 보생와사(步生臥死)라는 말도 유산소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영양, 건강과 노화(Journal of Nutrition, Health & Aging)’에 게재한 논문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2014~2017)에 응답한 만 19세 이상 1만9650명을 대상으로 유산소 운동과 악력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유산소 신체활동을 하는 성인이 그렇지 않은 성인보다 악력 저하 위험성이 1.4배나 낮았다. 그뿐만 아니라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가 유산소 운동을 하지 않을 경우 악력이 저하될 위험성은 1.8배 더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악력은 전체적인 근육 상태를 파악할 수 있어 건강의 바로미터로 평가된다. 그만큼 유산소 운동이 건강에 가져다주는 이점이 크다는 방증이다.

유산소 운동 중에서도 특히 105세의 육상선수 줄리아 호킨스가 건강비결로 꼽은 달리기와 걷기는 만성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연구팀이 규칙적으로 달리기하는 사람 3만3000여명과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 1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6년간 장기 관찰 연구를 진행한 결과, 달리기 운동은 고혈압 발병 위험률을 4.2%, 고지혈증 4.3%, 당뇨 12.1%, 심혈관 질환 4.5%를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걷기 운동의 경우 각각 7.2%, 7%, 12.3%, 9.3%를 낮추며 달리기보다 더욱 큰 효과를 보였다.

규칙적인 달리기와 걷기는 평소 건강 관리에 있어 간편하고 효과적인 운동일 뿐만 아니라 대사량을 높이고 근육과 인대 발달을 도와 근골격계 질환 예방 및 완화에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걷거나 뛰어서는 안 된다. 두 운동 모두 전신을 사용하는 운동인 만큼 올바른 자세와 습관이 필수적이다.

먼저 발을 디딜 땐 발뒤꿈치, 발바닥, 엄지발가락 순서로 닿도록 해야 한다. 전신을 옆에서 보았을 때는 머리부터 몸통, 엉덩이까지 일자 형태로 반듯하게 서서 약 5도 앞으로 기울인 자세가 좋다. 똑바로 선 자세에서 머리를 들고 시선은 전방을 주시한 상태에서 어깨 힘은 뺀 채 가볍게 주먹을 쥔 상태로 편안히 팔을 흔들어주는 것이 이상적이다.

발뒤꿈치부터 바닥에 닿게 걷도록

또한 운동을 시작하고 지방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까지는 약 20분 정도가 걸린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하루 최소 20분 이상 운동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초보자라면 걷기 5분, 달리기 5분을 반복하는 식으로 몸을 적응시킨 뒤 시간을 늘려가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힘줄이나 인대에 손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려면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운동 강도를 유지해야 한다.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이 있거나 중년 이후 처음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은 야외로 나가기 전에 실내에서 스트레칭과 준비운동을 통해 충분히 몸을 데운 후 나가도록 한다. 왜냐하면 요즘과 같이 기온이 낮은 시기에 갑작스러운 야외 운동은 심장병이나 뇌졸중 등의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강철도 가만히 두면 녹이 슬기 마련이다. 이는 우리의 신체도 마찬가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전반적인 건강 관리가 소홀해진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건강 문제들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준비에 개개인의 건강 관리도 포함돼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수명 100세 시대가 코앞이다. 105세에 100m 달리기는 불가능하더라도 누워만 지낼 수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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