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사실과 합리에 복무하면 살아남아”

중앙선데이

입력 2021.11.20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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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3호 21면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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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지음
창비

“‘본래적 의미의 저널리즘’은 살아남을 것이다. 대중 미디어가 태동했던 ‘페니 프레스(Penny Press)’의 시대에 온갖 선정주의가 만연했어도 오히려 이른바 정론지가 필요했던 것처럼.”

2014년 세월호 참사, 2016년 국정농단, 2018년 미투 정국의 중심에 있었던 손석희 JTBC 뉴스룸 전 앵커가 그 모든 시간을 되돌아봤다. 보도 정황에 대한 기록인 동시에, 보도의 근간이 된 저널리즘에 대한 서술이다.

손 전 앵커의 에세이는 MBC 재직 시절 낸 『풀종다리의 노래』(1993, 역사비평사) 이후 28년 만이다. 그는 이번 머리말에서 “필력이 는 것도 아니고, 깊이가 더 생긴 것 같지도 않다. 그래도 책을 내는 건, 뭐라도 좀 정리를 해둬야겠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라고 썼다. “28년을 다 정리하는 건 엄두가 안 났다. 하지만 공교롭게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였던 때가 내가 뉴스 책임자로 앵커석에 앉았던 날들이었다”고 했다.

저자는 저널리즘, 즉 언론의 사명에 대한 신념을 강조한다. 언론이 사회의 의제를 설정한다는 어젠다 세팅(Agenda Setting)이 저널리즘의 전통적 개념이었다면, 손 전 앵커는 어젠다 키핑(Keeping)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언론이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 의제를 유지해야 할 의무를 강조한다. 세월호 참사에서 팽목항 287일, 목포신항 234일을 기록한 JTBC의 장기 취재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또 이슈의 결정적 계기가 되는 ‘스모킹건’, 권력에 대한 언론의 태도를 비유하는 ‘감시견·경비견’ 이론 등을 통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에 대한 뉴스룸의 보도 과정을 서술했다.

지난해 1월 2일 경기도 일산 JTBC 스튜디오에서 ‘JTBC 뉴스룸 신년 특집 대토론 2020’을 진행하고 있는 손석희 앵커. [중앙포토]

지난해 1월 2일 경기도 일산 JTBC 스튜디오에서 ‘JTBC 뉴스룸 신년 특집 대토론 2020’을 진행하고 있는 손석희 앵커. [중앙포토]

1984년 입사한 MBC에서의 경험을 쓰며 공영방송의 위치에 대해서도 짚었다. 84년 3월 첫 라디오 뉴스를 진행하면서 ‘전두환 대통령’으로 시작하는 도입부의 뉴스를 줄이는 바람에 생겼던 해프닝에서 시작해 ‘100분 토론’ ‘시선집중’ 같은 대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겪었던 정권의 외압에 대해 구체적으로 썼다.

MBC부터 JTBC 시절에 이르기까지 모든 회고는 “주관적·개인적 사념으로 흐르는 우를 피하기 위해” 장면에 대한 서술로 시작한다.

저자는 위기에 처한 언론이 사실과 합리에 복무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 시대가 온다고 장담하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합리적 시민사회에 대한 믿음을 버리는 것이고, 그다음은 정말 암흑”이라고 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손 전 앵커는 “JTBC 뉴스룸은 너무 일찍, 뉴스가 구현할 수 있는 형식과 내용의 끝까지 가려 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며 “완전하진 못했어도 최선을 다했던 것은 틀림없다”고 맺었다. 또한 공중파 TV라는 매체에서 시작한 자신의 이력을 들어 “레거시 미디어의 인물들 가운데 가장 오래 남아있는 인물”이라며 “나를 뉴스 앵커로 다시 봤으면 한다는 사람들도 있어 개인적으로 감사하지만 글쎄… 이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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