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일제’ 찬성 여론 10%P 우세하지만, 임금 유지가 관건

중앙선데이

입력 2021.11.2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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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3호 16면

화두로 떠오른 주4일 근무 

지난 16일 서울 구로구 에듀윌 사무실 곳곳에 빈 자리가 있다. 에듀윌은 2019년부터 주4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윤혜인 기자

지난 16일 서울 구로구 에듀윌 사무실 곳곳에 빈 자리가 있다. 에듀윌은 2019년부터 주4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윤혜인 기자

지난 12일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서울 종로구 전태일 재단에서 ‘주4일제 로드맵 및 신노동법 비전’을 발표했다. 심 후보는 “유럽연합(EU)은 30년 전에 주3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고, 최근 해외에서도 국가 차원 실험을 시작했다”며 3단계 시행방안을 제시했다.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며, 장기근속 및 이직률 감소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심 후보의 주장이다.

심 후보의 공약이 나오자 주4일 근무제 도입 논란이 여야 정치권으로 퍼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인간다운 삶과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지금 시행하기는 이르지만 논의할 때가 왔다”며 한 발 물러섰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3일 “종국적으로 나아가야 할 목표”라면서도 “주52시간도 힘든 중소기업이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노동 구조부터 돌이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일반 생산직군이 효율을 20% 올리는 것은 가혹한 일”이라며 “혜택을 보는 일부 화이트 컬러 계층이나 공무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근로자는 소득 20% 감소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IT업계 등 주4일, 4.5일제 확산

주4일제 논의의 배경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긴 근로시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1908시간이다. 멕시코(2124시간), 코스타리카(1913시간)에 이어 OECD 가입국 중 세 번째로 높다. OECD 평균(1687시간)보다는 221시간 더 많다. 하루 8시간 근무로 계산했을 때 일년에 약 28일을 더 일하는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근로형태가 다양해지며 근무 환경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도 배경 중 하나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실제로 최근 일부 기업은 주4일제, 주4.5일제 등 근로 시간 단축에 나섰다. 특히 정보기술(IT) 업계의 변화가 눈에 띈다. 게임 스타트업 엔돌핀커넥트는 지난 5월부터 월요일 휴무인 주4일 36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 2년 내에 원하는 요일에 쉬는 주4일 32시간 근무제 도입이 목표다. 조용래 대표는 16일 “인재 유치 차원에서 도입하게 됐다”며 “실제로 면접에서 지원 동기로 주4일제를 꼽은 지원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와 효율이 높아 현재까지 잘 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게임즈도 지난 5월부터 격주로 금요일에 쉬는 주4.5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인터넷 은행 토스는 이달부터 매주 금요일 2시에 퇴근하는 주4.5일제 시행에 나섰다.

일찌감치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한 기업도 있다.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은 2019년 6월부터 임금 삭감 없이 주4일 32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월요일과 금요일에 쉬는 직원이 가장 많다. 부서에 따라 화·수·목에 쉬는 직원도 있다. 실제로 지난 16일 화요일 오후 에듀윌 사무실을 찾았을 때도 곳곳에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재직 6년차인 변영은(30) 매니저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복지라 다들 엄청 기뻐했다”고 시행 초기를 회상했다. 매주 금요일에 쉬는 변 매니저는 “모든 직원이 주4일제를 유지하기 위해 업무에 몰입하며 잘 적응했다”며 “개인 시간을 활용해 운동 등 취미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듀윌은 인력 충원을 통해 주4일 근무제 확립에 나섰다. 에듀윌 직원은 2019년 583명에서 2020년 709명으로 20% 이상 늘었다. 회사 차원에서 보고서 1장, 미팅은 30분 이내로 권하는 캠페인도 추진했다. 휴식 공간 벽면에 붙어있는 ‘간소한 회의 진행자’ 포스터도 그 일환이다. 물론 교육업계 특성상 시험 일정에 따라 업무가 몰릴 때도 있다. 하지만 올해 2월 이직한 박상우(32) 매니저는 “기본 전제가 주5일인 때와 주4일인 때는 다르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주4일 근무라 일이 몰리는 시즌에도 최대 주4.5일이나 주5일 근무가 된다는 것이다. ‘월화수목금금금’은 심리적으로 불가능해진 셈이다. 실제로 에듀윌 직원의 근무환경 만족도는 2019년 9.14점(10점 만점)에서 2020년 9.73점으로 상승했다. 매출액도 2019년 952억원에서 2020년 1193억원으로 늘었다.

해외에서는 우리보다 앞서 주4일 근무제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됐다. 인구 34만 명의 작은 북유럽 섬나라 아이슬란드는 정부 차원에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근로 인구 1.3%인 2500명을 대상으로 주4일제 실험을 진행했다. 매년 2420만 파운드(약 384억원)를 들여 채용을 늘렸다. 실험 결과 근로자들은 스트레스나 번아웃을 더 적게 호소했고, 워라밸(삶과 일의 균형)은 개선됐다. 이후 아이슬란드 근로자 86%가 같은 임금으로 더 적은 시간을 근무할 수 있게 됐다. 근로시간이 비교적 짧은 덴마크·스웨덴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이미 주4일제가 법제화됐다. 미국 인사관리협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미국 기업의 27%가 주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최근 법제화에도 나섰다. 지난 7월 마크 타카노 민주당 하원의원은 주당 근무시간을 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줄이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일본은 희망 직장인에 한해 선택적 주4일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정의당은 지난 13일 서울 청계천에서 전태일 51주기 기념식을 열었다. 심상정 대선 후보는 전날 주4일제 공약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정의당은 지난 13일 서울 청계천에서 전태일 51주기 기념식을 열었다. 심상정 대선 후보는 전날 주4일제 공약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여론은 찬성이 좀 더 우세하다. 지난 2일 한국리서치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찬성 51%, 반대 41%로 나타났다. 20대와 30대 찬성 응답이 70%를 넘어서는 등 연령이 낮을수록 찬성 의견이 많았다. 정규직 67%, 비정규직 51%가 찬성했지만 자영업자는 반대가 61%로 더 높았다. 응답자들은 추가 휴일이 생기면 건강관리(37%), 취미생활(36%), 여행(32%), 자기계발(27%)을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임금이 줄어든다면’이라는 전제가 붙자 찬반이 뒤바뀌었다. 응답자의 64%가 ‘임금이 줄면 안 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주4일제 도입의 핵심이 ‘임금 유지’임을 보여준다. 주4일제의 전제 조건으로 생산성을 높일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MS) 일본 지사가 2019년 8월 한 달 동안 230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주4일제를 시행한 결과 생산성이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회의 시간을 30분으로 제한하고, 원격 통신을 활용해 의사 소통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등의 조처를 한 덕이다. 전력 소비가 23%, 보고서 등 인쇄도 60% 줄었다.

“연차도 못 쓰는데 휴식권 보장 먼저”

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싼 논란은 주5일제 도입 당시에도 있었다. 1926년 헨리 포드가 토·일요일에 기계를 강제로 꺼 버리면서 시작된 후 미국은 1938년 법정 근로시간을 주40시간으로 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시범 실시를 거쳐 2011년 5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됐다. 당시에도 근로시간이 줄어드는데 임금이 그대로면 중소기업이 견디기 어렵다는 반대가 적지 않았다. 지난 7월부터는 초과근무를 주당 12시간으로 한정하는 주52시간 제도가 시행되면서 근로시간 단축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2007년 2만 달러, 2017년에는 3만 달러를 넘어서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다만 식당 등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356만 명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전체 근로자의 19%다.

전문가들은 주4일제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신노동연구회 대표)는 “중소 조선업체 같은 뿌리 산업 근로자들은 주52시간제 시행 후 소득이 줄어 현장을 떠나거나 투잡을 뛰고 있다”며 “생산성 향상에는 한계가 있고, 특히 중소기업은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수입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뿌리 산업은 주조·용접·열처리·금형 등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기반 제조업을 말한다. 52시간제 시행만으로도 이런데 주4일제를 도입한다면 찬성하는 근로자는 드물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 교수는 “국가가 소득 감소를 보상하기도 힘들뿐더러, 근로자가 이를 감수할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나 대안이 없어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황경진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IT 기업과 달리 중소 제조업은 주4일제를 적용하면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연차 휴가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현재 중소 사업장의 현실을 고려하면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보다 휴식권 보장이 먼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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