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2만개 사라진다, 전기차 쾌속 성장의 그늘

중앙선데이

입력 2021.11.20 00:20

업데이트 2021.11.20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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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3호 11면

[SPECIAL REPORT]
전기차의 공습 

전북 군산에 있는 한 자동차 부품 공장. 부품 제조에 사용하는 로봇 설비가 멈춰서 있다. [중앙포토]

전북 군산에 있는 한 자동차 부품 공장. 부품 제조에 사용하는 로봇 설비가 멈춰서 있다. [중앙포토]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로 재편되면 당장 회사의 매출이 확 떨어질 텐데… 직원들 사이에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별망로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업체 에스제이엠(SJM)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전기차 보급이 늘면 내연기관(엔진)차 부품 업체는 상당수가 사라질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에스제이엠의 주력 상품은 내연기관에서 발생하는 소음·진동을 흡수하는 부품인 플렉서블 커플링(Flexible Coupling)이다. 자동차 외 일반 산업용 제품도 일부 생산하고 있지만, 지난해 매출의 88%가 내연기관차 부품에서 나왔다. 현재 상태에서 자동차시장이 전기차로 전환되면 이 회사는 매출은 물론 회사 존립까지도 걱정해야 한다.

기아차, 2040년부터 전기차만 생산 계획

당장 기아차는 2040년부터는 전기차만 생산할 계획이다. 아직 19년이나 남았다고 할 수 있지만 내년부터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생산을 늘리는 대신 내연기관차 생산을 줄일 계획이다. 쌍용차나 한국GM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에스제이엠도 ‘업종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올해 초엔 20억원을 들여 전기차 부품 제조업체인 엠에이치(MH) 지분 10.71%를 인수하기도 했다. 에스제이엠 관계자는 “다행인 건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이라며 “계속해서 전기차 부품 개발이나 업체 인수를 통해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에스제이엠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른 부품 업체를 인수할 정도로 제법 규모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세한, 2~3차 부품 업체는 전기차가 보급되면 될수록 점차 사라질 전망이다. 내연기관차는 엔진 부품만 6900개인데, 전기차의 ‘엔진’인 모터 부품은 단 6개 뿐이다. 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내연기관 전속 부품업체 수(1~3차 협력업체)는 2815곳(2019년 기준)인데, 전기·수소차 비중이 정부 목표대로 2030년 33% 수준으로 올라서면 부품업체 수는 1915곳으로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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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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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수가 확 쪼그라드는 만큼 고용도 같은 기간 3만5000명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도 전기차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빠른 속도로 부품 업체가 사라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부품 업체의 폐업률은 9.7% 정도였다. 10곳 중 1곳은 문을 닫은 셈이다. 부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 폐업률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며 “특히 자금력이 없는 2차 3차 부품 업체는 정부 지원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일자리 감소와 자동차 산업 생태계 붕괴를 걱정한다. 영국의 경제연구소 캠브리지 이코노메트릭스가 2018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내연기관차 1만 대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인력은 9450명이지만, 전기차는 3580명 뿐이다. BNK경제연구원도 6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완전히 대체할 경우 부산·울산·경남 등 동남권 지역에서만 일자리 2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은 당장 내년에만 자동차 부품 산업에서 일자리 4718개가 줄어들 것이라 예측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 때문에 정부도 부품 업체 지원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월 대량 실직을 막기 위한 제도개선과 예산지원을 통해 2030년까지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 1000곳을 미래차 부품 업체로 전환하기로 했다. 산자부는 부품 업체 종합지원 플랫폼을 구축하고, 연구개발을 비롯한 사업 혁신모델 혁신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자동차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사업재편 지원단’을 확대·개편해 미래차 전환 종합지원 플랫폼으로 구축하고, 향후 미래차 개발·구매계획 공유, 컨설팅·금융·판로·사업화 등을 일괄 지원한다.

정부가 인력 재교육·연착륙 지원해야

완성차 업체도 부품 업체 지원에 나섰다. 현대차는 내연기관 부품 업체들이 경쟁력 있는 미래차 부품 업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올해 2월 정책형 뉴딜펀드의 자(子)펀드인 ‘미래차·산업디지털 투자펀드’에 300억원을 출자키로 했다. 이 펀드는 내연기관 부품에서 친환경 미래차 부품 기업으로 진입하기 위해 신기술을 개발하는 국내 부품 업체에 투자한다. 배충식 카이스트 교수(기계공학·뉴딜사업단장)는 “전기차가 늘어난다고 해도 물류 분야 등에선 당분간 내연기관차가 필요할 것”이라며 “전기차 보급으로 자칫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이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만큼 이와 함께 근로자의 재취업 교육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지금도 전기차 분야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기차 관련 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2010년부터 나오긴 했는데 최근에는 대기업조차 인력이 부족하다는 소리가 들린다”며 “전기차 부품 시험·인증 분야에서도 담당할 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인데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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