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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틀린 건 아니었다…'경희대 분교'에 대한 오해와 진실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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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서 교육팀장의 픽: 분교 논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현동 기자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현동 기자

"저는 당시 분교였던 경희대 수원캠퍼스를 졸업했지만 이 제도(블라인드 채용)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제2, 제3의 고민정이 탄생하도록 공동발의를 요청드린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이런 내용을 올린뒤 한동안 논란이 일었습니다. 분교가 아닌 경희대 수원캠퍼스(현 국제캠퍼스)를 블라인드 채용이 아니면 취업도 어려운 학교로 폄하했다는 비판입니다.

경희대 국제캠퍼스 학생들은 비판 성명을 냈고, 고 의원이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할만큼 의원측에 항의 전화와 문자를 보냈습니다. 고 의원측은 학생들에게 답장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번엔 메시지에 포함된 '지방대 출신으로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했을때'란 표현이 또 논란이 됐습니다. 2017년 자신이 쓴 책에 포함된 구절입니다. 학생들은 '우리가 왜 지방대냐'라며 분노했습니다.

이번 논란은 분교나 이원화캠퍼스, 지방대와 같은 용어가 혼재돼 쓰이면서 벌어졌습니다. 그 용어들에는 사전적 의미 뿐 아니라 뿌리깊은 '학벌'과 관련된 역사가 포함돼있기 때문입니다.

'경희대 분교',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

경희대 전경

경희대 전경

고 의원이 올린 페이스북 글 내용처럼 고 의원이 대학에 다닌(98년 입학) 시절 경희대 수원캠퍼스는 분교가 맞습니다. 문제는 이 글을 읽고 불쾌감을 느낀 지금의 국제캠퍼스 학생들은 분교 학생이 아니란 점입니다.

현재 대학 중 분교는 다섯군데 뿐입니다. 건국대 글로컬캠퍼스(충주), 고려대 세종캠퍼스(세종), 동국대 경주캠퍼스(경주), 연세대 미래캠퍼스(원주), 한양대 ERICA캠퍼스(안산)입니다.

하지만 이 외에도 '캠퍼스'라는 이름이 붙은 학교가 많이 있습니다. 이들은 '제2캠퍼스' 또는 '이원화캠퍼스' 등으로 부르는 곳으로, 모두 본교와 같다고 보면 됩니다.

이원화 캠퍼스 중에는 계열별로 대학 땅을 나눠놓은 서울대(관악/연건), 성균관대(서울/수원), 가톨릭대(부천/서울서초/서울종로) 등이 있습니다. 국립대학 통합에 따라 캠퍼스가 생긴 곳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강원대 삼척캠퍼스(삼척대 통합), 경북대 상주캠퍼스(상주대 통합) 등입니다.

본분교 통합 대학의 '학벌 갈등'

또 사립대 중에는 과거 분교를 운영하다가 본분교 통합을 거친 곳도 있습니다. 고 의원이 다닌 경희대가 대표적입니다. 이 밖에도 중앙대(서울/안성), 한국외대(서울/용인), 상명대(서울/천안), 홍익대(서울/세종) 등입니다.

대학은 본교 경쟁력을 높이려 하고, 정부는 구조조정을 요구하면서 2010년 이후 사립대 본·분교 통합이 속도를 냈습니다. 2011년 중앙대, 12년 경희대, 14년 한국외대 등이 빠르게 통합을 이뤄냈죠. 하지만 이름만 바꾼다고 하루 아침에 통합이 되는 건 아니었습니다. 본교와 분교의 '학벌 차이'가 학생들 간의 갈등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쉽게 말해 '분교가 본교 행세한다'는 겁니다.

통합 이후 시간이 흘렀지만 이번 논란에서 보듯 여전히 본분교 차별 의식은 남아있습니다. '나는 분교를 졸업했다'는 고 의원 말은 틀린 점은 없지만 '분교가 약점'이라고 인정한 발언이기도 합니다. 블라인드 채용이라는 제도가 필요한 이유가 단지 '분교 출신도 기회를 얻어야 하기 때문'은 아닐 겁니다. 좀더 신중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페이스북 내용을 수정했다. [연합뉴스·페이스북 캡처]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페이스북 내용을 수정했다. [연합뉴스·페이스북 캡처]

"수원캠=지방대" 발언은 잘못

앞서 고 의원은 2017년 낸 책에 '지방대 출신'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학생에게 해명하면서 그 구절을 인용했습니다. 하지만 경희대 수원캠퍼스는 지방대가 아닙니다.

'지방대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에는 지방대학의 용어를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소재하는 대학'으로 정의합니다. 또 '수도권'이란 용어는 수도권정비계획법 및 시행령에서 '서울특별시와 인천광역시, 경기도'로 정의했습니다. 즉 경기도 용인에 있는 경희대 수원캠(현 국제캠)은 지방대가 아닙니다.

자신이 마이너리티(소수자)라고 강조하고 싶어서 쓴 용어일지 모르지만, 지방대란 표현은 함부로 쓰기에는 적절치 않습니다. 경희대 국제캠과 비교하기 어려울만큼 열악하고 가혹한 차별을 당하는 진짜 지방대가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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