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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못구한 확진자 4명 숨졌다…코호트 격리 요양병원 비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일 오후 동일집단(코호트) 격리 중인 경기도 부천시 모 요양병원 출입문에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이 요양병원에서는 지난 10일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이날 0시까지 69명이 감염됐으며 이들 중 4명은 사망했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동일집단(코호트) 격리 중인 경기도 부천시 모 요양병원 출입문에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이 요양병원에서는 지난 10일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이날 0시까지 69명이 감염됐으며 이들 중 4명은 사망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코호트 격리(동일 집단 격리) 중인 경기 부천시의 한 요양병원서 80대 확진자 4명이 잇따라 숨졌다. 이들은 상태가 악화해 중증환자 병상으로 옮겨 집중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병상 배정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부천시 등에 따르면 부천의 A요양병원에서는 이날까지 69명의 확진자가 확인됐고, 이들 중 4명이 잇따라 숨졌다. A요양병원에선 지난 10일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고 이틀 뒤인 12일부터 코호트 격리됐다. 사망자 4명은 모두 80대다. 14일 80대 여성 확진자가 사망한 뒤 16일, 17일, 18일에도 80대 확진자가 목숨을 잃었다. 병원 관계자는 “격리 중 상태가 악화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병상이 확보안됐고 그런 와중에 돌아가셨다”라고 설명했다.

A요양병원 입원 환자와 직원들은 우선 접종 대상이라 대부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고 한다. 돌파 감염이 집단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병원은 총 163병상으로 격리 이전엔 재활의학과ㆍ가정의학과 전문의 3명과 한의사 1명이 진료를 맡고 있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이 병원 입원 환자 96.2%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태다. 절반 가량은 아예 누워지내는 와병 환자다. 그런데도 집단감염 발생 이후 코호트 격리에 들어가면서 의료ㆍ돌봄 지원이 미흡했다.

현재 환자 102명과 종사자 7명 등 109명이 머물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의사 4명과 간호조무사 4명 등이 투입됐으며 이날 간호조무사 2명이 추가 투입됐다.

코호트 격리는 의료기관 등에서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동일 집단 전체를 통째로 격리하는 조치다. 과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 일부 의료기관 감염이 발생했을 때 외부로 감염이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활용됐고, 큰 피해 없이 추가 감염을 막았다. 하지만 메르스에 비해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19에 코호트 격리는 맞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3차 대유행 때 수많은 인명피해를 불렀다. 당시 방역당국은 요양병원ㆍ요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코호트 격리를 남발했다. 확진자와 비확진자가 뒤섞인 채 밀폐된 공간에 머물게 됐고, 별다른 의료지원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가뜩이나 감염에 취약한 고위험군 확진자가 더 많이 발생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2년이 다 돼 가는데 아직도 그렇게 유지한다는 게 실망스럽다. 코호트, 동일집단이 아니고 환자와 비환자가 섞여 감금당하는 것”이라며 “거점요양병원을 만들어 환자를 보내든 비환자를 보내든 제대로 격리하고 치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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