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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하다더니…'대출 폭리' 불만에 금감원 "금리 체계 개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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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금리 급등에도 "시장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금융당국이 결국 은행들을 소집했다. 은행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가산 금리를 모범 규준에 맞춰 산정하는지 모니터링하겠다는 것일 뿐 금리 인하 지시는 없었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사실상 금리를 내리라는 구두 지도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은 19일 오후 이찬우 수석부원장 주재로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주요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들과의 간담회를 열고 대출금리 산정 체계를 점검했다. 이 수석부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영업 현장에서 각 은행의 대출금리, 특히 가산금리와 우대금리 산정·운영이 모범규준에 따라 충실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 가계대출 금리 운영현황 점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금감원은 최근 급격하게 치솟은 대출 금리와 관련해 은행들의 금리 산정체계를 점검했다. 뉴스1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 가계대출 금리 운영현황 점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금감원은 최근 급격하게 치솟은 대출 금리와 관련해 은행들의 금리 산정체계를 점검했다. 뉴스1

대출 소비자가 내는 대출금리는 은행이 자금을 조달할 때 지불하는 금리(원가)에 은행이 챙기는 가산금리(마진)를 더하고 우대 금리(할인)를 빼면 나온다. 이 수석부원장은 "가산금리가 모범규준에 따라 산정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는데 이는 사실상 은행이 가산금리를 책정할 때 과도한 마진을 챙기지 말라는 압박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간담회 불과 하루 전 금융당국이 밝힌 입장과 상충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최근의 금리 상승에 대해 "글로벌 신용 팽창이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로 접어들면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 주를 이뤘다.

은행 이자 잔치에…"예금 금리 찔끔 올라"

그러나 급등하는 대출금리로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는 데다 예금 금리 상승 폭이 대출 금리 상승 폭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불만이 가중되면서 결국 구두 개입을 하기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이 수석부원장은 "예금 금리도 시장금리를 반영해 오르고 있지만, 예금금리 상승 폭은 대출 금리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예금 금리를 올리라는 신호인 셈이다.

이러한 압박의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대출 증가세와 금리 상승 등으로 은행의 수익이 늘고 있어서다. 은행들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이자이익은 33조 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조9000억원 많았다. 은행 수익성과 직결되는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는 3분기 기준 1.80%로, 1년 전보다 0.4% 포인트 올랐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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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은 가계 부채를 조이면서 대출금리는 낮추라는 모순된 당국의 지도 방침에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예·적금을 아무리 많이 유치해도 이를 대출로 굴릴 수 없기 때문에 예·적금 이자를 높일 이유가 없다"며 "대출로 나가지 못하는 예금이 쌓여가는 상황도 달갑지 않은데 예금 이자까지 올리라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금리를 내리면서 가계 부채를 잡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이미 가계 부채 증가세가 확연히 꺾인 상황인 만큼 사라진 우대금리를 일부 회복하는 식의 액션은 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국이 악화한 여론을 마냥 방치할 수만은 없어 다소 모순된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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