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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수능 쉬웠다"는데…수험생 "역대급 불수능" 멘붕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동문회관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2 대입설명회. 뉴스1

19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동문회관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2 대입설명회. 뉴스1

입시 업체들이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와 수학의 예상 등급컷(등급 구분점수)을 원점수 80점대로 예측하고 있다. 이 예측이 사실이라면 이번 수능은 '역대급 불수능'이 된다.

그런데 18일 수능 당일 교사와 입시 전문가들은 이정도로 어렵다고 예상하지 않았다. 1교시 국어가 끝난 뒤 입시 업체 대부분이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쉽다'는 분석을 냈을 정도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상담 교사들도 이번 수능이 유독 어렵다고 하지 않았다.

교사, 입시전문가가 예상한 난이도와 수험생의 실제 체감 난이도의 간극은 어디에서 온 걸까.

'지난해 수준' 예상 빗나간 역대급 '불수능'

19일 각 입시 업체의 예상 등급컷을 종합하면, 올해 수능의 국어 1등급컷은 82~85점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수능(88점)보다 낮은 것은 물론이고 7차 교육과정 이후 가장 어려웠다는 2019학년도 수능(84점)보다도 낮을 수 있다.

수학도 만만치 않다. 업체들에 따르면 수학도 1등급컷이 80점대다. 확률과통계 선택한 경우는 85~89점, 미적분은 81~85점으로 예상된다. 가·나형으로 나눠 수학 시험을 쳤던 지난해 수능에서는 1등급 커트라인이 모두 92점이었다.

이처럼 국어·수학 1등급 커트라인이 모두 80점대에서 형성된 적은 지금까지 2019학년도 수능밖에 없었다(국어 84점, 수학나 88점, 수학가 92점). 업체들의 예측대로라면 올해가 '7차 교육과정 이후 최고 불수능'이다.

전문가들 "코로나 2년 결손 간과한듯" 

전날 수능이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고 분석했던 업체들은 학생들을 과대평가했다고 말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학원이나 학교나 교사들은 지난해 수능 정도라고 생각했지 2019 수능 정도는 아니라고 봤는데 가채점 결과만 보면 역대급으로 어려웠던 것 같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2년간 학업 결손을 간과한 것 같다"고 했다.

18일 마포구 강북종로학원 수능 분석 상황실에서 강사들이 시험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마포구 강북종로학원 수능 분석 상황실에서 강사들이 시험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풀어본 강사들은 '이 정도면 쉽게 내려고 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학생들의 정답률을 체크하니 반전이었다"고 했다. 임 대표는 "국어에서는 철학·경제 두 지문만 어렵다 봤고, 기술 지문은 길지 않고 정보량이 줄어 쉬웠다고 봤는데 그 지문도 학생들에게 어려웠던 것 같다"면서 "세 지문이 연달아 어렵게 느껴지다 보니 학생들로선 '멘붕(정신적 혼란)'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평이했다'는 교사·강사들의 분석 뒤 수험생들의 낮은 성적이 이어진 건 올해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수능 당일에도 입시업체 8곳 중 7곳이 국어가 '전년보다 비슷하거나 쉬웠다'고 했다. 대입상담교사단도 쉬웠다고 했다. 하지만 성적표를 열어보니 1등급 커트라인 점수는 88점이었다. 7차 교육과정 도입 이래 1등급 커트라인이 90점 밑에서 형성된 건 2019학년도 수능(84점)과 지난해밖에 없었다.

18일 서울 용산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앞두고 자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8일 서울 용산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앞두고 자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교사는 '쉽다' 학생은 '어렵다' 2년째 반복

이만기 유웨이 평가연구소장은 "객관적으로 문제는 2019학년도 수능이 더 어려웠는데, 이번에는 평가원이 쉽게 내려고 노력했음에도 코로나19로 인한 학생들의 공백이 컸던 것 같다"면서 "특히 올해 수능을 치른 수험생은 2년 동안 공부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국어 교사는 "(수능 문제에 대해)교사들은 쉽고 아이들은 어렵다고 하는 현상이 2년째 나타나고 있는 건 (코로나19) 이전 학생들보다 학력이 조금은 저하된 상태가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아무래도 정상적으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다 보니 스스로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면 학습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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